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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넷 달군 서울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 사건 헛소문 진상 밝혀졌다

검찰, 진익철 구청장 비방 혐의 前 서울시의원 불구속기소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인터넷 달군 서울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 사건 헛소문 진상 밝혀졌다

인터넷 달군 서울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 사건 헛소문 진상 밝혀졌다

서울 서초구청 전경.

1월 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구청장 퇴진 서명까지 일었던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사건’이 검찰 기소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권정훈 부장검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청원경찰 돌연사에 책임이 있다’며 서초구청장을 비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로 5월 28일 허준혁(49) 전 서울시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서초구청 측은 “당연한 귀결이다. 다시는 이런 허무맹랑한 비방이 있어선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이해를 위해 서울 서초구청 청원경찰이 사망한 1월 10일로 돌아가보자. ‘주간동아’ 취재 결과 이날 청원경찰 이모(47) 씨는 당직근무 후 아침식사를 마치고 구청으로 들어오다가 구청 주차장 입구에 풀썩 주저앉았다. 동료들이 발견하고 부축하려 하자 그는 창백한 얼굴로 “몸이 이상하다. 잠시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도움을 사양했다. 이씨의 몸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동료들은 그를 구청 차량에 태워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응급시술을 받게 했지만 이씨는 이날 오후 3시경 급성심근경색 및 폐부종으로 숨을 거뒀다. 이른바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 사건’이다.

‘사람을 얼려 죽이다’ 칼럼 일파만파

권영현 서초구보건소장이 구의회에 출석해 발언한 속기록을 보면 당시 이씨의 수축기 혈압은 최대 190mmHg로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이 심각했다고 한다. 권 소장은 ‘주간동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건 이후 기록을 찾아봤더니 이씨는 2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았고, 혈압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보건소 대사증후군센터에 등록하고 15일간 투약할 것을 권고 받았다. 상태가 심각해 꾸준히 관리하라고 했지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연락하지 마라’는 상담내용도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고지혈증과 고혈압 등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씨 사망 일주일 전 논란이 된 ‘주차장 초소 폐쇄 사건’이 발생한다. 일부 언론은 1월 2일 오전 진 구청장과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이 탄 관용차가 구청으로 들어왔는데, 청원경찰·주차요원 3명이 추운 날씨를 피해 초소에 있었고, 이에 화가 난 구청장이 초소 폐쇄를 지시해 이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초구의회는 ‘청원경찰 순직사고조사특별위원회’(조사특위·위원장 김익태 의원)를 설치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역시 허준혁 전 서울시의원의 칼럼이었다. 허 전 시의원은 이곳 서초을에서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덕룡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그는 1월 25일 ‘구청장님 주차 늦었다고 사람을 얼려죽이다니…’라는 제목의 칼럼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칼럼 내용은 이렇다.

“구청장님 차가 들어오시는데 조금 늦게 나왔다고 체감온도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에 초소 문을 걸어 잠그고 24시간 야외근무를 하게 해 사람이 얼어 죽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 시무식을 마치고 귀청하던 진 구청장 관용차가 들어설 때 추위를 피해 초소에 들어가 있던 청원경찰이 조금 늦었다고 난방기를 설치한 옥외초소를 아예 이용 못 하도록 문을 잠근 것이다. 애초 지시는 ‘열흘간 폐쇄’였다는 관계자 말도 있다. (중략) 관용차에 동승했던 행정지원국장이 ‘내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는 진익철 구청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이하 생략).”

이 글이 게재되자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사건’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다음 아고라에서는 ‘서초구청장 구속’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진보정의당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권위주의’ ‘소름끼치고 잔혹한 살인사건’이라는 비판 속에 서초구청은 항의전화와 댓글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진 구청장은 1월 25일 허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이어 3월 13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당시 초소에 있던 청원경찰은 사망한 이씨가 아니었다. 사망한 이씨를 병원에 데려간 동료 청원경찰의 증언이다.

“1월 2일 이씨는 주차장 근무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1시간 야외근무 후 2시간은 청사 10층 휴게실에서 쉬면서 대기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총 3시간이다. 야간 당직도 실내 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새벽에 5시간 정도 잠을 자며, 그날 하루는 쉰다. 초소를 폐쇄했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씨가 평소 당뇨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병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이 된 초소 폐쇄는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을까. 폐쇄를 지시한 조 국장의 말과 당시 초소에 있던 임모 주임의 증언은 비슷했다.

“1월 2일 오전 11시 20분경 구청장 차량이 들어왔을 때 청원경찰과 주차요원 3명이 초소에서 잡담하다가 주차관리를 하지 못해 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당시는 민원차량이 많아 주차장이 다소 혼잡할 때여서 진 구청장이 청사로 들어간 뒤 조 국장이 초소로 돌아와 야외 주차안내를 지시했다. 초소를 잠그고 열쇠를 받아갔다.”

직원 관리 시스템 정착은 과제

인터넷 달군 서울 서초구청 청원경찰 사망 사건 헛소문 진상 밝혀졌다

‘폐쇄 논란’이 있었던 서울 서초구청 주차장 초소.

평소에는 보통 70여 대가 주차하지만 사건 당일은 새해 초여서 민원차량 90대가 주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조 국장은 총무과 직원에게 주차요원 교육을 지시했고, 다음 날 오후 1시경 초소를 다시 개방했다는 게 구청과 청원경찰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조 국장은 초소 폐쇄가 ‘징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근무태만을 지적하는 데 매번 정식 징계절차를 밟을 수는 없지 않느냐. 정상 근무지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소 문은 26시간 동안 잠겼지만, 평소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초소를 닫는 것을 감안하면 12시간 정도 잠겨 있었던 것. “24시간 야외근무시켜 동사했다”는 허 전 시의원의 주장과는 다르다. 허 전 시의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26시간 초소 문이 잠겨 있었으니 야외 근무한 것 아닌가. 구청장 주차가 늦었다고 초소 문 닫고 고지혈증, 고혈압이 있는 사람을 장기간 추위에 노출시켜 그 후유증으로 죽게 된 것을 함축적으로 봤다. 초소 폐쇄를 지시한 권위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거다.”

그는 “칼럼 게재 전 어떤 취재를 했느냐”는 질문에 “(동사사고) 의혹을 제기한 신문 보도와 조사특위 김익태 위원장의 말을 듣고 칼럼을 썼다. 김 위원장은 ‘직원이 동사했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서초구청 안팎에서는 5대 민선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허 전 시의원이 진 구청장과 함께 한나라당 서초구청장 공천 경쟁을 한 점에 주목한다. 중진 정치인의 보좌관에 시의원 출신의 그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내용의 칼럼을 게재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경쟁자 흠집내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 전 의원은 “지역정치를 한다 안 한다 말할 순 없지만 이런 일이 부산이나 광주에서 발생했어도 칼럼을 썼을 것이다. 공천 탈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구청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터넷을 본 가족이 울면서 전화하고, 고향 사람들도 ‘무슨 일이냐’며 걱정하더라. 나는 1인 미디어시대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줄 알았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개인의 분노를 담아 쓰고, 이를 인터넷상에 퍼 나르고 하는 것은 정말 지양돼야 한다. 아무리 진지하게 사실을 설명해도 헛소문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 신뢰로 운영하는 자치단체의 행정력은 이런 헛소문에 신뢰를 잃게 된다. 구청 명예를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을 한 거다.”

진 구청장에 대한 오해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는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직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는 과제가 그것이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32~33)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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