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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인 마음 얻어야 ‘팅하오’

중국 진출 기업들 시장만 보면 오산…소비 및 대중 심리 읽기가 성공 조건

  • 노은 재중 작가

중국인 마음 얻어야 ‘팅하오’

중국인 마음 얻어야 ‘팅하오’

중국 푸저우 다양백화점 이랜드차이나 매장. 파리바게뜨 중국 베이징 난잔점(중국 100호점). 2013 베이징 국제모터쇼(오토차이나)에 참가한 한국타이어 부스(왼쪽부터).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울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소매산업 부문 예상 매출액은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 원)로 어마어마한 수준.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오천수 소장의 중국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로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기업이 많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중국시장에서 15년 동안 맥을 못 춘다. 각종 규제로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중국 실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는 신선한 식품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마음을 읽어 성공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 가운데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곳은 어디일까. 한중 수교 이후 21년 동안 중국대륙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4만여 곳. 국내 최대 백화점인 롯데가 올해 베이징 1호점 문을 닫았고, 이마트는 27개 점포 가운데 11개를 폐점해 16개 점포만 남은 상황이다.

반면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점포 5373개를 열었고,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넘었다. 이랜드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화에 나섰는데, 그 덕에 중국 정부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는다. 올 초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약 43만㎡(13만 평) 규모의 시내 핵심 상권 대지를 시중가격보다 싼값에 분양받았고, 지난해에는 그동안 세금을 잘 납부한 데 대한 포상 차원에서 세금 1억 위안(약 195억 원)을 환급받았다.

이랜드가 성장한 비결



이랜드가 중국인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소비자와 신뢰관계를 쌓는 데 노력했다. 여성 고급코트에서 약간의 흠이 발견되자 1770벌을 전량 폐기처분할 정도로 기본에 충실해 소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지 않았다. 30여 개 브랜드를 가진 것도 강점. 잘 팔리지 않는다고 브랜드를 없애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 브랜드 이미지만 고집하지 않은 점이 성공 요인이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중국 이랜드 직원 3만900여 명 가운데 한국인 270명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인을 고용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줬다. 그 결과 직원들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도 “이랜드만큼 중국인을 배려하는 외국 회사가 없다”며 이직을 꺼릴 정도가 됐다.

이랜드의 뒤를 이어 여성캐주얼 분야에서 성장하는 기업은 베이직하우스다. 규모는 이랜드의 5분의 1정도지만 성장세가 놀랍다. 이 같은 성공은 중국 경제성장과 함께 여성 직장인이 늘면서 중·고급 여성의류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국 여성과 다른 중국 여성의 체형과 선호하는 독특한 색상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지 디자이너를 고용하면서 노력한 덕에 백화점 1200곳에 입점했다.

최근 3~4년 사이 부쩍 성장한 기업은 파리바게뜨다.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이래 중국 내 114개 점포를 운영한다. 상하이 43개, 베이징 31개, 톈진 14개, 난징 9개, 다롄 8개, 항저우, 쑤저우, 닝보 등에 점포가 있다. 임수남 파리바게뜨 베이징지사 차장은 “지금까지 직영을 고집했으나 전국적으로 점포를 확대하려면 지역 대리점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시장에서 이례적으로 기반을 잘 다진 사례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도 경쟁업체 300여 곳을 제치고 시장선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타이어는 1994년 베이징에 중국지역사무소를 세운 다음 한국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수입해 판매함으로써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1999년 장쑤성 화이안과 저장성 자싱 지역에 공장을 준공해 타이어를 연간 3000만 개 생산하고 있다. 2011년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충칭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한국타이어는 고급제품을 개발해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전략으로 승부했다. 특히 중국 노면 특성을 반영한 제품은 생산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토털서비스 전문점 한국마스터스를 60개 점 운영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조용히 성장하는 회사도 있다. 윤활유 전문업체 SK 루브리컨츠는 그동안 B2B

(Business to Business)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상대적으로 중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중국 매출액이 1400억 원에 달했고,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쑤저우에 공장을 세운 한경희생활과학은 급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요식업계는 도약을 준비하는 단계다. 떡볶이로 화제가 된 ‘떡잔치’는 중국인 입맛에 맞는 떡볶이를 다양하게 개발해 현재 점포 4개를 열어 성업 중이다. 순수한 한국떡을 중국에 보급하는 상하이의 ‘우리떡집’도 오랜 연구개발 끝에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자라가 맥을 못 추는 이유

중국인 마음 얻어야 ‘팅하오’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까르푸 매장 모습.

그러나 주민과의 불화로 문을 닫게 된 기업도 있다. 별표가 붙은 공을 생산하는 신신상사는 1991년 주민위원회와 첫해 임대료로 11만 달러(1억2000만 원)를 내고 해마다 일정 비율 인상하기로 합의해 50년을 기한으로 토지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이 공장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급등하자 주민위원회가 임대계약이 무효라고 선언하고 임대료 500% 인상을 요구했으나 신신기업이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공장을 봉쇄했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러 간 담당 영사를 공장에 감금하기까지 했다. 수십억 원 손해를 본 신신기업은 공장 문을 닫았고, 중국 내 다른 곳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펩시콜라는 2009년 매장 내 진열비 명목으로 중국 회사에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광둥성 포산시 공안국으로부터 70만 위안(1억2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상태.

지난해 11월 난징시 자라(ZARA) 매장에서 결혼예복을 구매한 리칭은 결혼식을 치르던 중 무릎을 굽히다가 바지가 찢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자라는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자라는 뒤늦게 구매가의 3배 배상을 결정했으나 중국 언론은 자라 하도급 공장이 직원들에게 휴무 없이 하루 14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저임금을 주는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자라는 연내 점포수를 120개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40개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전자업체들도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 휴대전화에 대한 중국시장 반응이 냉랭해 LG전자 칭다오와 옌타이 공장은 피처폰 생산 물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스마트폰 물량은 신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삼성전자 에어컨은 2000년 쑤저우에 에어컨 생산 공장을 짓고 2001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2005년 연간 판매량이 50만 대에 달했지만 이후 판매량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에어컨 생산업체들은 중소도시를 집중 공략한 덕에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마음 얻어야 ‘팅하오’

이랜드가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코치넬리의 중국 매장(왼쪽).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신라면 시식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인과 똑같은 대우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중국인들은 외국 기업이 중국시장을 돈을 버는 곳으로만 간주한다는 사실에 민감하다. 당연히 사회적 공헌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비판 강도가 센 편이다. 한 예로 맥도날드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너무 적은 기부금을 낸다고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을 뿐 아니라 3월에는 식품관리 규정을 어겼다고 국영텔레비전이 보도해 곤욕을 치렀다.

반면 암웨이(Amway)는 중국에 진출한 1995년 첫해부터 대대적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 성공했다. 암웨이는 쓰촨성 지진 때 최고액수인 430만 달러(45억 원)를 기부했으며 현재도 노숙 아동, 극빈층 아동, 농민공 자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암웨이가 판매하는 비타민C에서 벌레가 발견되고 유효기간을 넘긴 철분제가 드러났음에도 비교적 무난히 넘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인 현지 고용 또한 중국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고위 간부가 모두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중국인들은 이 회사를 외국인 독점회사로 여기고 기피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회사 이름을 한타이룬타이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바꾸고 8000명 임직원 가운데 한국인 1%를 제외한 나머지를 중국인으로 고용한 뒤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너그러우면서도 까다롭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은 반품이 많지 않은 편이다. 반면 대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히 문제제기를 하는 편이다. 지멘스 냉장고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구매처에 품질 문제를 제기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러자 조직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그 결과 지멘스 사장이 공식사과까지 했지만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었다. 결국 중국 소비자의 심리를 철저히 연구하고, 중국인의 마음을 얻은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14~16)

노은 재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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