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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경환 리더십’ 6월 국회가 시험대

하반기 정국 주도권 놓고 야당과 격돌 예상… 현안 조정·상황 관리 능력 주목

  • 문수인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miniss@mk.co.kr

‘최경환 리더십’ 6월 국회가 시험대

‘최경환 리더십’ 6월 국회가 시험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5월 15일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직후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예상대로 당선은 됐지만 투표 결과 분석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 전만 해도 압도적인 승리를 자신했지만 결과는 신승이었다.

표차는 8표. 이날 투표에 참가한 당 의원 146명 가운데 77명이 최 의원을 지지했고, 69명은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을 지지했다. 최경환이 누구인가. 정권 재창출의 일등공신이자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류로 자리 잡은 당에서 핵심 중 핵심 아닌가. 한 표든 두 표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선거라곤 하지만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 최 의원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선거 결과였다.

이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그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지만 사실 뭐라고 말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원내대표직을 수행한 후 큰 정치적 현안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아 딱히 평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6월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원내대표로서 처음 맞는 6월 임시국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 안착의 척도가 될 수 있고, 향후 그의 행보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그가 6월 국회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된 ‘리더십’과 ‘현안 조정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선수(選數) 파괴’에 대한 지적과 관련 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의원 등 최근 원내대표를 지낸 당내 인사들은 대부분 4선이었다. 최경환 3선 의원이 실세이긴 하지만, 선수 중심의 국회 상황에서 당의 힘을 한데 모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종의 ‘체급 열세’를 논하는 셈이다.



협상과 조율이 필요한 입법 내용

이런 상황에서 6월 국회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짧게는 10월 재·보궐선거(재보선), 길게는 하반기 전체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는 입법 사안 곳곳에서 첨예하게 맞붙을 태세다. 당장 지난 대통령선거(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 관련법을 놓고 양당은 총론에서 같지만, 각론에서는 다른 부분이 많다.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안에서는 규제를 둘러싼 처벌 수위를 놓고 이견을 보인다. 통상임금과 역외탈세 문제 등 새롭게 등장한 이슈에 대해서도 양당의 시각은 극명히 다르다.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노사정 우선합의를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입법화를 먼저 내세운다. 역외탈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역외탈세 및 조세도피에 대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거부감을 가진다.

최 원내대표로서는 하나같이 다루기 힘든 문제고, 치밀한 협상과 조율이 필요한 내용이다. 그가 만일 스탠스를 잘못 잡으면 ‘경제민주화법 의지가 없다’ ‘기득권만 또 감싸느냐’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고, 입법 과정에서 야당에게 정국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만 해도 당내 강성 의원들을 달래면서 경제민주화 의지를 퇴색하지 않게 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최 원내대표가 어떤 협상술을 발휘할지 관심”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6월 국회 전 최 원내대표는 당 중진 및 원로들을 찾아 ‘상황 관리’ 능력에 대한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내대표가 이 고비를 넘었다 해도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선수가 부족함에도 자신을 원내대표에 당선시킨 힘인 친박이란 틀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6월 국회에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안 하면 “영원히 그 굴레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5월 원내대표 선거 당시로 돌아가보자. 최 원내대표가 당시 자신을 뽑아달라며 내세운 것은 ‘강한 여당론’이다.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다. 박근혜 정부 초기 당이 청와대에 너무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는 당내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당 소속 의원들은 친박 실세의 강한 여당론에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당내 친박을 향한 작은 반란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친박 위주로 재편된 당에 반감을 갖는 의원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최 원내대표가 여전히 친박 울타리에 갇혀 있으면 6월 국회에서 당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실제 소위 비박(비박근혜)이라고 불리는 의원들의 입김은 거칠 것이 없다. 경제민주화 입법 방향과 관련해서도 당론이 ‘기업을 옥죄는 방향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이들은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여전히 강한 여당론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친박이지만 청와대와 일정 부분 각을 세우면서 당의 목소리를 자신이 담아내겠다는 뜻을 강하게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청와대에 끌려가는 당청 관계가 아닌, 당 주도로 정국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그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과 박근혜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창조경제를 다룰 위원회 설립을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장 각을 세운 효과는 나타났다.

‘최경환 리더십’ 6월 국회가 시험대

5월 15일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최경환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광호 선관위원장, 황우여 당대표, 최경환 의원, 김기현 의원, 이한구 전 원내대표.

김무성과의 관계 설정은 숨은 과제

이정현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은 최 원내대표의 정무장관 부활 언급과 관련해 “청와대와 논의되지 않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서로의 기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친박 이미지를 지우려면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각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그럼에도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 라인을 잘 알고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당청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국회가 열리면서 정치무대가 국회로 옮겨왔지만, 당내 상황 관리도 그가 신경 써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최 원내대표가 당 2인자 자리에 나선 이유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 속사정은 다를 수 있기 때문. 친박 최경환이 아닌 ‘정치인 최경환’으로 보는 시각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그가 친박 핵심이라는 이유만으로 원내대표에 선뜻 나섰겠느냐”면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그의 행보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를 해보고 싶은 정치인으로서의 ‘본능’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문에서 “금거래소 설립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눈에 띈다. 호남의 숙원사업인 광주 상품거래소 설립을 지원하는 듯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 원내대표 측은 ‘정치적 상상력’이라며 이 같은 해석에 손사래 치지만 그를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긴 연설문 가운데 짧은 한 줄이지만 호남이 필요로 하는 바를 언급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그가 자신의 정치 보폭을 넓히면 넓힐수록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4월 재보선에서 살아 돌아온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당대표가 ‘MS’(김무성 의원의 별칭)라는 말이 이제 비밀도 아닐 정도로 김 의원의 영향력은 당내에서 강하다. 최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이후를 생각한다면 김 의원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일 수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10~11)

문수인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minis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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