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는 혀 짧은 소리로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정크푸드를 사먹지 말고 집에서 해먹도록 해요. ‘오이 요구르트 소스를 뿌린 연어 티카’ 어때요? 요리에 자신 없다고요? 5분이면 충분하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말하곤 방긋 웃는다.
혁신적인 레스토랑의 서막
올리버는 한국에서는 요리를 만들다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필요한 재료를 사러 가는 귀여운 요리사이지만, 영국에서는 학교 급식에 변화 바람을 일으킨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10대 시절 친구가 알코올 중독으로 소년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줘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요리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신념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스스로에게 쉽지 않은 미션을 던졌다. 바로 문제아 15명을 훌륭한 요리사로 키우는 미션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일탈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올리버는 가족조차 포기한 청소년들을 변화시키려고 ‘피프틴(Fifteen)’이라는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그러곤 주방에서 요리에 대한 개념, 재료, 기능, 메뉴, 주방기기 활용, 고객의 입맛, 기후와 음식 등 각종 주제에 대해 설명하며 청소년들을 요리의 세계로 인도했다. 청소년들은 올리버의 재미있는 요리 강의에 푹 빠져 난생처음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BBC가 보도했고 올리버는 ‘혁명의 요리사’라고 불리게 된다.
그의 행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제이미 앳 홈’이라는 TV 요리프로그램에 나가면서 그는 또다시 도전을 감행한다. 사람들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신개념 복합 레스토랑을 개발한 것이다.
그는 2년 전 런던 배터시에 고급 테이크아웃 레스토랑과 고객이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스쿨을 겸한 ‘레시피즈(Recipease)’라는 복합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복합 레스토랑 체인을 열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레시피즈’ 레스토랑 전경.(왼쪽) ‘피프틴’ 레스토랑의 셰프들.(오른쪽)
조리 과정이 모두 끝나면 고객은 완성한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가격은 메뉴별로 차이가 있으나 메인 요리는 1인당 3.75파운드(약 6400원)부터이며, 강습비는 1인당 25파운드(약 4만2500원)다. 비교적 저렴하게 요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셈이다.
올리버의 ‘더 많은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눈다’는 철학 덕분일까. 이 복합 레스토랑은 그의 제자들이 합심해 2년 만에 25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올리버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청소년 재활과 요리 강습에 재투자한다. 주방장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세상 사람은 ‘요리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웃댄다. 하지만 올리버는 재미있는 요리, 나눌 수 있는 요리, 기존과는 다른 배우는 요리를 선보이면서 음식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어쩌면 그의 꿈은 완성형인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 가가호호 방문해 요리법을 전수해준다는 내용의 TV 프로그램 ‘미니스트리 오브 푸드’에 출연하고 있다. 그의 요리 강좌는 아이팟 팟캐스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딴 잡지 ‘제이미 매거진’도 전 세계에 보급된다. 게다가 그는 영국 학교 급식문제에 대항해 총리로부터 “학교 급식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정크푸드를 추방하고 학교 급식을 개선하는 방송 프로그램 ‘스쿨디너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올리버는 이렇게 외친다.
“나의 요리 재능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주간동아 889호 (p3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