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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위기의 로스쿨

“7급 공무원 마다하지 않는다”

황윤정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7급 공무원 마다하지 않는다”

“7급 공무원 마다하지 않는다”
2009년 뜨거운 관심 속에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4년여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고비용 구조에 대한 비판과 졸업생 실력 논란, 변호사 과잉 공급 우려 등이 이어지면서 사법시험(사시) 존치 혹은 예비시험 도입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반대하며 “법조인 선발 통로를 로스쿨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서강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황윤정(32)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법학협) 회장도 그중 한 명이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학생 대표인 그는 “변호사시험(변시)이 지금처럼 운용되면 로스쿨 설립취지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며 입을 열었다.

▼ 뭐가 문제인가.

“현재 ‘변시 관리위원회’가 임의로 합격생 수를 통제한다는 점이다. 로스쿨 제도의 핵심은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 회에 몇 명을 뽑을지 미리 정한 뒤, 그에 맞춰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렇게 하면 로스쿨이 입시학원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용해야”

▼ 현재 변시 합격 기준은 ‘입학정원 2000명의 75%인 1500명 이상’인 것으로 안다. 4월 말 법무부가 발표한 2차 변시 합격자 수는 1538명이었다. 이게 적다는 뜻인가.



“명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애초 사시를 없애기로 한 건 선발고사로 법조인을 임용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 아닌가. 그 대안으로 로스쿨과 자격시험을 도입해놓고 기존 방식처럼 운용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 시험이나 의사 국가시험은 합격점수를 법령으로 정해두고, 그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 자격증을 준다. 그런데 변시의 경우 1회 합격점수는 720점, 2회는 760점이라고 하더라. 학생들이 ‘이 정도 선이면 붙을 수 있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자의적 기준이 문제 아닌가.”

그는 “우리는 제도상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로스쿨 학생들이 합격률을 높여달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오해한다”고 억울해 했다. “일부에서 우리가 90% 이상 합격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 법학협은 공식적으로 합격자 수나 합격률 등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변시 난도를 높여 합격자 수가 지금보다 줄어들더라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기만 하면 괜찮다는 뜻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로스쿨의 특징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입학정원을 전국 2000명으로 제한했다. 또 모든 로스쿨이 학사엄정화를 시행 중이다. 수강생의 25~30%는 무조건 C 아니면 D학점을 받는다. 전체 학점이 2.0 이하일 경우 유급도 당한다. 로스쿨에 입학해 이 정도 교육받으면 변호사를 시켜주겠다는 의미 아닌가. 입학정원을 정해놓고, 학사엄정화도 실시하면서 동시에 변시를 선발시험처럼 운용하는 건 어정쩡하다는 생각이다.”

변시 제도 개선은 지금 로스쿨 학생들에겐 당면 과제다. 법무부가 ‘입학생 대비 75% 합격’ 기준을 유지할 경우 응시생 대비 합격률은 매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로스쿨에 입학하는 2000명이 모두 변시를 치르고, 탈락자는 다음 해 시험에 다시 도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첫해 탈락자는 500명에 불과하지만 그 수는 이듬해 1000명, 그다음 해는 1500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이 경우 응시생 대비 합격률은 50%가 된다. 5년 이후부터는 이른바 ‘변시 5패자’(변시를 5회 탈락해 응시자격을 상실한 사람)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발표된 2회 변시 결과를 보면 1회에서 낙방한 뒤 재응시한 로스쿨 1기생 217명 중 61명만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법학협 등의 ‘변호사 자격시험화’ 주장에 대해 법조계 일각의 반응은 냉담하다. 로스쿨 출범 후 한 해에 1500명씩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과잉 공급인데, 합격자 수를 더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로스쿨 출범과 더불어 법조 직역이 다양해지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예전에는 변호사가 주로 송무를 맡았지만 지금은 기업에 취업하는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한다. 현재 변호사 수가 과잉인지, 적정한지, 부족한지는 이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형성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는 땅을 딛고 사는 사람

▼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공고하자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 반발하며 ‘채용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고 말하지만, 자체적으로는 ‘변호사가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채용 보이콧 얘기는 로스쿨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확인해보니 그런 댓글이 하나 달린 게 전부다. 그런데 한 언론이 그 내용을 마치 전체 로스쿨 학생의 생각인 양 보도해 로스쿨 이미지가 나빠졌다. 정정보도 신청을 할 생각이다.”

황 회장은 언론의 로스쿨 취업난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이상으로 과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로스쿨 학생을 위한 취업박람회장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 사진을 찍은 뒤 ‘취업 걱정에 한숨’ 같은 설명을 달더라. 실제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지난해 사회에 진출한 로스쿨 1기 변호사들을 보면 사회 진출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다. 대형 로펌에서 연수원 출신 변호사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이도 있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분도 있다. 그걸 마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전체가 취업난을 겪는 듯이 보는 것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 로스쿨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더 있나.

“돈 많은 집 자제들만 다니는 ‘돈스쿨’이라는 편견이다. 한 해 2000명을 선발하는 만큼 부잣집 출신도 물론 있다. 하지만 평범한 학생이 많고, 밥값을 걱정하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도 있다. 나 역시 로스쿨 입학 전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과 대출을 활용해 학비를 충당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 하지만 로스쿨의 막대한 등록금 부담은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다. 특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면 법조계에 진출하기 어렵게 돼 결과적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걸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로스쿨은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으로 주게 돼 있다. 또 정원의 5~6%를 특별전형으로 뽑아 3년간 전액장학금을 준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는 이가 없도록 이런 제도를 더욱 확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를 위해 로스쿨에 다니지 않아도 변시 응시 기회를 주는 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예비시험에 들어갈 예산을 로스쿨 특별전형에 지원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로스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도록, 단순한 시험공부가 아닌 전방위적인 교육을 받아 좋은 변호사가 되도록 지원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황 회장은 “변시가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개천 지렁이가 용이 되면 그냥 승천해 하늘로 날아가버리지 않나. 이제 변호사는 그렇게 둥둥 떠 있는 용이 아니라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로스쿨은 이런 뿌리 깊은 법조인 특권 의식을 깨려고 만든 제도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면 그런 사회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889호 (p30~3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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