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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통시장 대박매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기업가 정신+CEO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강소상인의 놀라운 지혜

  •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ks.lee@samsung.com

전통시장 대박매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고등어 있어요 싼 고등어 있어요

저물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

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

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

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



송경동 시인의 ‘가두의 시’ 한 대목이다. 삶이 힘들 때는 시골장터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지치고 힘들 때 장터에 가면 활기찬 모습에 기운을 얻는다는 뜻인데, 그만큼 시장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장을 보러 간다는 것은 으레 시장에 가는 것을 뜻했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니며 떡볶이나 어묵, 순대를 사 먹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던 시장이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멀어짐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유통구조에서 삼각 축은 재래시장, 백화점, 슈퍼마켓이었다. 백화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 슈퍼마켓은 지근거리에 있으며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재래시장은 싼 가격에 덤으로 상징되는 정(情)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처럼 우리 곁에 늘 있어 왔던 시장, 즉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유통시장 환경과 경쟁 룰이 변하면서 점점 밀려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흐름을 보면 주요 유통업태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전통시장 매출은 2006년 29조8000억 원에서 2012년 21조1000억 원으로 30%나 줄어드는 등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활기를 잃고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앞에서 언급한 소위 유통시장 환경 변화라는 도도한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시장 전체가 아닌, 상인 개개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 대한 재이용이나 추천 의향이 없는 이유로 상품의 다양성, 품질, 가격, 청결도, 불친절 등 ‘상인 고유의 문제’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5.1%를 차지했다. 많이 언급되는 주차장과 시설 문제, 상대적으로 먼 거리, 신용카드 사용의 불편함 등에 불만을 갖는 비율은 34.9%였다.

전통시장 전체 개선과는 별도로 상인 개인의 혁신 노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공적으로 점포를 경영하는 상인들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 이들 강소상인의 성공 DNA가 무엇인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시장에는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점포가 존재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 점포도 결국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점포주는 작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중소기업의 혁신 활동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 방식으로 흔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만든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을 꼽는다. OECD의 오슬로 매뉴얼은 중소기업 혁신 활동을 크게 제품혁신, 운영혁신, 조직혁신, 마케팅혁신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런데 전통시장에 있는 점포 및 상인은 일반 중소기업과는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점주(店主)를 포함한 점포 구성원은 평균 2명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오슬로 매뉴얼 가운데 조직혁신 유형을 보통 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따라서 조직혁신은 상인 개인의 필수 덕목으로 대체해 공통적으로 조감하고 제품혁신, 운영혁신, 마케팅혁신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사례를 분석해봤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자료 분석, 관련 기관 추천, 현장 관찰,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 사례 대상이 된 상인을 선정했다. 이들 사례를 현장에서 접하면서 성공한 강소상인의 의식 저변에는 ‘점포는 기업, 상인은 CEO’라는 프로 의식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소상인들의 혁신 유형별 성공 키워드는 ‘ST·R·O·NG’로 요약된다. 먼저 성공한 강소상인은 혁신 유형과 상관없이 절실함, 성실성 같은 상인정신(Spirit)과 ‘명확한 목표 설정 능력(Target)’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상인정신 및 명확한 목표 설정 능력은 상인이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인들의 필수 기본 덕목을 토대로, 우리나라 강소상인의 혁신 사례를 마케팅혁신, 제품혁신, 운영혁신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후 성공 요소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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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혁신 유형 사례

마케팅혁신 유형의 성공 키워드는 Relation, 즉 ‘고객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라’다.

전통시장 대박매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하서방광천토굴새우젓, 골든슈, 해양수산, 청년몰(위부터).

#하창수 하서방광천토굴새우젓 대표 : 충남 홍성군에 있는 하서방광천토굴새우젓의 하창수 대표는 젓갈류에 친숙지 않은 젊은 층을 공략하려고 세련된 디자인과 소포장 방식을 도입했으며, 짠맛을 싫어하는 고객을 위해 새우젓 염도와 맛을 연령에 따라 세분화한 제품을 선보였다. 또 고객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주문물품, 선호하는 젓갈 등을 정리한 고객장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쇼핑몰과 연계하는 맞춤형 고객관리를 실천에 옮겨 호평을 얻는다. 하 대표는 디자인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그의 아내는 정보화 관련 전공을 살려 점포 운영에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

#백광복 골든슈 대표 : 충남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에 있는 골든슈의 백광복 대표는 경쟁 대상인 대형마트가 다품종·소량·저가 판매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대형마트의 상품과 가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이들과의 경쟁을 최소화함으로써 틈새시장을 찾아낸 것이다. 농촌을 낀 지역 특색에 맞게 장화, 방수신발, 노인용 신발, 슬리퍼 등 특수신발을 중심으로 상품 구색을 맞춰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백 대표는 전국에서 신발을 제일 많이 판다는 점포 2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품 진열 노하우, 친근한 인사법, 고객 대화술 등 대(對)고객 서비스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노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하경 해양수산 대표 : 전남 목포시 목포종합수산시장에서 홍어를 판매하는 해양수산의 김하경 대표는 일찍부터 온라인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기 자신이 컴맹이었는데도 온라인 쇼핑몰 개척 및 활용에 전력투구했다. 홈페이지 운영에 익숙해지자 판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를 즉각 반영하기 시작했는데, ‘배송시간 실시간 공지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는 또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에스크로 서비스(escrow service)’를 도입 및 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에스크로 서비스란 물품을 받지 못했거나 반품할 경우 이 서비스를 통해 금융기관이 즉시 환불해주는 시스템으로, 사기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 전주의 오래된 시장인 남부시장 2층에는 전통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인이 모여 있다. 2012년 정부의 창업 지원으로 문을 연 청년몰 레알뉴타운이 그것이다. 이들은 기존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개성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 젊은 층이 시장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등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13년 3월 말 현재 16개 점포에 청년 25명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모토하에 독특한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인근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기존 시장 상인이 생각해내지 못한 발상과 운영 방식을 채택해 주목받고 있다.

제품혁신 유형 사례

제품혁신 유형의 성공 키워드는 Only one, 즉 ‘남이 만들 수 없는 아이템에 집중하라’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상인은 장인기술의 제품화,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신제품 적기 출시, 모방 불가능한 제품 생산 등을 추구한다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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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하시, 동양직물(위부터).

#김정애 아이하시 대표 : 1996년 노점상으로 시작한 부산 국제시장 아이하시의 김정애 대표는 화학약품 처리를 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열에 강한 친환경 명품 수제(手製) 젓가락을 개발해 전국 백화점에 진출한 것은 물론, TV 드라마에 소품 협찬을 하는 등 성장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김 대표는 나전칠기 제조법 장인이던 남편이 4년 동안 일본에 유학하면서 배운 기술을 활용했다. 남편의 장인기술은 항균작용이 탁월한 옻 성분을 살리는 옻칠 기술인데,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집어먹는 부분에 이 기술을 접목해 까다로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김기준 동양직물 대표 : 1967년 양복지 도매상가로 유명한 서울 광장시장에서 양복지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는 동양직물의 김기준 대표는 기존 양복지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꾼 신제품을 적시에 출시해 양복지 사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 초기 모직물을 생산하는 대기업에 두루마기 한복지를 제안해 크게 성공했는가 하면, 1990년대에는 기성복 확산으로 양복지 수요가 줄어들자 중저가 승복(僧服)지를 개발했다. 또한 고학력자 증가를 염두에 두고 학사복 분야로 눈을 돌리는 등 양복지의 특성을 다양하게 혁신한 제품을 시의적절하게 내놓음으로써 시류를 읽을 줄 아는 상인으로 꼽힌다.

운영혁신 유형 사례

운영혁신 유형의 성공 키워드는 Network · Ground, 즉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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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수산, 유성식육점(위부터).

#고경희 제주수산 대표 : 1974년 수산물가게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제주 동문수산시장에서 수산물 점포를 경영하는 제주수산의 고경희 대표는 수입산을 섞지 않고 때가 지난 상품은 팔지 않는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마누라는 속일지라도 품질은 안 속인다”는 철학을 갖고 있을 만큼 품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이므로 제주 지역은 2시간 이내 배달, 육지는 비용이 더 들어도 반드시 당일 택배를 고수한다. 고 대표는 40년 가까운 경륜으로 좋은 수산물을 척척 구별하는 지식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토대로 제주 시내 큰 호텔과 유명 횟집은 물론, 경주 보문단지 호텔 등 우량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

#오경란 유성식육점 대표 : 경남 김해 동상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오경란 대표는 남편이 운영하던 정육점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백화점, 대형마트를 꼼꼼히 돌아본 후 점포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3000만 원 이상을 들여 점포 바닥, 냉장고, 벽면 수납식 서랍장, 진열장까지 모두 교체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지방의 작은 시장 상인으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정육 품목별로 예전에는 붙이지 않던 가격표도 부착했다.

이 과정에서 ‘나 홀로 혁신’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주변 상인에게 최소 비용의 점포 리모델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상인들은 처음엔 냉담했지만 점포 리모델링 후 고객이 증가하면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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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활성화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앞에서 살펴본 강소상인 사례가 일부 상인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 전파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상인은 자신의 내적 역량과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이 절실하게 추구하는 사업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적합한 혁신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인으로서의 필수 덕목을 되돌아보고 명심하면서, 마케팅혁신, 제품혁신, 운영혁신 가운데 중점 혁신 전략을 선정하되 여타 혁신 유형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 상인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기 사업에 접목하는 것은 물론, 주변 점포나 상인회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학습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지속적인 학습 의지와 꾸준한 실천이 필수적이다. 한편, 정부는 시장상인의 혁신 지원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상인의 성공 사례를 체계적,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교육 및 학습은 물론, 시장상인이 취약한 정보기술(IT) 활용역량 지원 사업 등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3.04.22 884호 (p32~35)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ks.lee@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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