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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헌’ 현직 대통령 관심에 달렸다”

김종인 ‘경제민주화’ 창안자 - 우윤근 국회 개헌모임 간사 대담

  • 정리=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개헌’ 현직 대통령 관심에 달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은 4월 12일 국회에서 여야 6인협의체를 열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 기구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필요한 경우 개헌특별위원회로 발전할 여지도 열어뒀다. 지난 대통령선거(대선)에서는 유력 후보 모두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 때문에 개헌 공감대가 형성돼왔기 때문이다.

‘주간동아’는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경제학 박사)와 우윤근 민주당 의원의 대담을 싣는다. 김 전 위원장은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 창안자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보건사회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월 중순 구성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의 민주당 간사인 우 의원은 분권형 개헌 전도사로 통한다. 개헌모임은 여야 의원 30여 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불어났다. 대담은 4월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있었다. 〈편집자〉


우윤근 의원(이하 우) : 18대 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의장 직속으로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만들었고, 그때 교수님이 자문위원장을 맡으셨죠.

김종인 교수(이하 김) :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네 분이 퇴임한 다음 모두 불행했어요. 대통령 권한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더해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욕심, 물질적 욕심이 작용해 인생을 망쳤다고 봐요. 다시는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이제는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너무 짧아서 무책임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심판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임기만 채우고 나가고, 주변 가족이나 측근도 이권을 추구하다 보니 사고가 많이 났다.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4년 중임제로 하자”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제도 자체가 그런 문제를 스스로 내포하기 때문에 구조 자체를 내각제로 바꾸자”고 반박합니다.



“‘개헌’ 현직 대통령 관심에 달렸다”

4월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대담하는 김종인 교수(오른쪽)와 우윤근 의원.

차기 유력 후보 개헌 싫어해

이런 것을 검토하려고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각각 채택한 나라의 장단점을 따져서 한국 현실에 무엇이 가장 맞는지 논의했고, 1년여 작업 끝에 보고서를 냈어요. 거기서 4년 중임제 아니면 내각제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내각제로 가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정부가 너무 빨리 바뀌고, 그래서 국정이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법으로 2년 내에 불신임을 못 하도록 한 독일 제도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 정권의 불안정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대통령제라고 하더라도 집권 초기 2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국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당시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 대통령은 두되 국가의 상징적인 존재로 형식적 권한을 갖고, 수상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내각제를 해보자”고 권고를 한 것이지요.

우 :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헌법 개정안까지 제시했음에도 실제 개헌이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18대 국회 때 여야 의원 180여 명이 개헌하자고 해서 미래한국헌법연구회라는 연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참여했는데, 법조인, 학자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100차례 가까이 토론했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진전을 못 봤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김 : 당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여권의 생리상 현직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여당 국회의원이 움직이지 못해요. 그러니까 말만 하다 지나간 것입니다.

우 : 당시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유력한 후보들 때문에 개헌 논의가 진전이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보는데요.

김 : 차기 유력 후보들은 내각제를 선호하지 않아요. 내각제는 국회를 상대로 모든 것을 토의하고 국회의원들과 조율할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내각제를 선호하지 않아요. 반면,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만 가지고도 쉽게 통치할 수 있죠.

우 : 18대 국회 하반기에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의 권력 구조를 봤더니 실제로 대통령의 힘이 굉장히 센 나라가 미국, 프랑스, 한국, 멕시코, 칠레 정도고, 나머지 90% 국가는 내각제를 채택해 의회가 정치의 중심이고 수상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더군요.

프랑스 대통령은 ‘황제적 대통령’

“‘개헌’ 현직 대통령 관심에 달렸다”

김종인 교수.

김 :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보다 권한이 더 세요. 프랑스 대통령은 이를테면 황제적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내각 임명권과 국회 해산권까지 지니니, 그야말로 황제적 대통령이죠.

우 : 프랑스의 권력 구조를 실제 확인해보려고 18대 국회 때 프랑스에 다녀왔습니다. 현지 정치인들도 “프랑스는 막강한 대통령제 국가”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그런데도 왜 부패하지 않고 일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프랑스 헌법 학자들이 ‘프랑스의 혁명정신’을 들면서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우리나라는 혁명국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수백 년 동안 혁명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국가 지도자라고 해도 개인의 권리나 자유를 파괴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으며, 국가 지도자의 부패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명을 거치지 않은 다른 나라들이 프랑스처럼 강력한 대통령제를 하면 반드시 부패할 것입니다. 프랑스의 강력한 대통령제는 프랑스 혁명정신에 기초한 프랑스만의 독특한 정치 형태입니다.”

김 : 대통령제도 자체가 부패를 가져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법을 안 지키니까 부패가 더 심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은 프랑스 정치인처럼 저항 의식이 없어요. 그러니까 대통령이나 대통령 측근이 하는 것은 다 면죄부를 받는다고 생각하죠.

우 : 현행 우리 헌법 내용 가운데 가장 허망한 제도가 국무총리 제도 아닙니까. 순전히 대통령의 방패막이에 불과하죠.

김 : 그렇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처럼 종신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고 나가는 누군가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 용도가 우리나라 국무총리 제도였습니다. 우리나라 총리 가운데 지금까지 업적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우 : 19대 국회 들어와서 여야 국회의원 90여 명이 집권 초기에 헌법을 개정하자고 서명했습니다. 여당 의원도 40여 명 됩니다. 또 많은 양심적인 헌법 학자들도 이제는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대안이 뭐냐. 18대 국회 때도 비슷한 대안이 나왔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통치구조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도 이념 갈등이나 사회 갈등이 심하지만, 잘 통합해 정치 및 경제 발전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김 : 독일은 ‘본 기본법’에 입각한 선거법 자체가 기본적으로 어느 한 정당이 독주할 수 없게 돼 있어요. 1949년 서독 연방공화국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일 정당이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죠. 항상 연정을 해야 했습니다.

단일 정권을 창출할 수 있던 유일한 때가 1957년이었어요. 그때 기민당이 처음으로 절대 다수를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기민당 단독 정부를 안 세우고 자민당과 연정했어요. “이런 상황은 한 번만 올 수 있는 것이다. 정권을 계속 잡으려면 파트너와 그대로 같이 가자”고 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결정이었던 셈이죠. 그러니까 독일은 모든 것이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것이 독일 사회에 안정을 가져다준 셈입니다.

우 : 독일은 늘 연정하는 나라인데도 정치가 불안하지 않습니다. 실제 서독 수상들은 평균 7년 이상 재임하고, 콜은 16년간 재임했습니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18년 재임해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고, 현재 5년 단임제를 하면서도 권력이 부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은 7년 이상씩 집권하는데도 수상이 부패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비결이 뭐라고 보십니까.

김 :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가 확고한데, 그 주요 배경으로 독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 : 정치,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측면에서인가요?

재벌경제 구조에 대한 견제장치 필요

“‘개헌’ 현직 대통령 관심에 달렸다”

우윤근 의원.

김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국회는 정파 간 싸움이 심하잖아요. 그래서 이상한 법을 막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그런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돼 헌법재판소가 그것을 파기하면, 거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독일 헌법재판소가 아주 유명해진 것입니다.

우 :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4년 중임제를 도입하면 책임정치가 구현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진짜 탁월한 대통령이 나온다면 중임을 해도 좋은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대체로 우리나라는 대통령 임기 2년 정도 되면 국민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국민도 등을 돌리고. 중임제를 하면 그다음에 또 재선하려고 할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나머지 3년 동안은 전부 선거운동만 할 거란 말이죠. 그럼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런 폐단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다 경험해봤잖아요.

우 : 교수님이 1987년 직선제 헌법을 만들 때 유명한 제119조 제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조항이라고 봅니다. 특히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 갈등이 많은 나라인데,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근거를 헌법에 마련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입니다. 1987년 이후 국회의 입법 과정이나 정부의 정책 추진 노력이 부족해 이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김 :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재벌경제 구조입니다. 25년간 압축 성장을 해오다 보니 불가피하게 재벌경제 구조를 만들었죠.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아니고, 정부가 주도하고 일부 사람이 혜택 받으면서 재벌경제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정치가 민주화하면 경제 세력이 모든 것을 장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해져 사회, 문화 이런 데까지 다 장악합니다. 이렇게 어느 한쪽의 권력이 세지면, 그 사회는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제어하려면 정부가, 정치권력이 노력해야 합니다. 이 경우 불이익을 예상한 경제 세력이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아무리 입법을 해도, 경제 세력이 헌법재판소에 가져가 위헌을 청구할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그 구실을 좀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헌법상의 근거 조항을 만들려고 경제민주화 조항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개헌을 추진하려면 일단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왜 개헌이 필요한지 국민이 공감하지 못했는데 정치권에서만 필요하다고 해서 개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으면 개헌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투표가 안 될 수 있어요.

우 : 그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국민에게 공감을 얻는 작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 제공·우윤근 의원



주간동아 2013.04.22 884호 (p12~14)

정리=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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