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4

2013.04.22

김무성 ‘화려한 귀환’ 셈 읽기

강한 리더십 기대 영도사무실 성시… 집권 여당 새판 짜기 설왕설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4-19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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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이 강해져야 박근혜 정부의 초기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데, 현재의 당 지도부는 구심력 확보에 실패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당시에는 (지도부가) 대통령 입만 쳐다보지 않았나. 두루 원만한 성격의 ‘관리형 대표’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 거 같다. 여기에 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많다고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대부분 모래알이다. 그러니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 공천을 고려해 (부산) 영도로 내려가 발도장, 눈도장을 찍으려 하는 거다. ‘무대의 귀환’은 화려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4·24 부산 영도 재·보궐선거(재보선)에 출마한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이 문전성시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대’는 ‘김무성 대장’의 준말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그를 따르던 후배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막무가내’ 기질로 해석하는 의원들도 있다.

    특유의 보스 기질 카리스마 지녀

    현재 부산 영도에는 김무성 후보와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가 출마했지만, 통계학적으로는 김무성 후보의 완승이 확실시되는 상황. 따라서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에선 김무성 후보의 복귀 후 구실에 관심이 집중된다. 관심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최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18대 의원인 안형환·정옥임·이종혁 전 의원, 홍인길 전 대통령 총무수석비서관, 정운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이주영·최경환 의원 등이 김 후보 사무실을 다녀갔다. 허참, 최란, 현석 등 연예인의 발걸음도 잇따른다.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서는 한 후보를 만나러 전직 장관과 당 지도부가 대거 ‘찾아뵙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들은 “3개 국회의원 선거지역을 모두 방문하는데 김 후보 사무실 방문도 그 일환” “평소 친분 때문에 응원차 방문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김 후보의 원내 복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그의 당내 구실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중앙당이나 중앙 정치권 인사들은 4월 11일부터 영도다리를 건너오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이처럼 김 후보의 금의환향에 레드카펫을 까는 이유는 새누리당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친박의 반란’으로 상징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거수기 논란’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마찰 등으로 황우여 대표의 당 통제력은 의심받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권력 논공행상에서 빠진 친박 의원들의 불만도 팽배하다. 이런 기류는 5월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집권 여당의 강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으로 분출되는 형국이다.

    3월 30일 열린 당정청(黨政靑) 워크숍에서 3선 중진인 유승민·한선교 의원 등은 유민봉 대통령 국정기획수석에게 “창조경제론이 모호하다”며 몰아세웠고, 김재원 의원은 “‘인사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비서가 없다”고 닦아세웠다. 그 끝은 박 대통령이었다. 이른바 ‘친박의 반란’인 셈이다. 4월 5일 김성태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당 지도부 교체를 제기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새누리당은 관리형 대표체제의 한계를 지금 분명히 갖고 있다. 아무리 당에서 청와대와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갖는다 해도 국민이 믿질 않기 때문에 우리 당 체제를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

    이처럼 당내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김 후보의 국회 입성은 여권 내 세력 재편의 핵(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유의 보스 기질과 카리스마를 지닌 김 후보는 당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관리형 대표’와 분명 대조된다. ‘관리형’이든 ‘카리스마형’이든 때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있겠지만, ‘지금은 카리스마형 대표가 필요한 때’라는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선 후는 나도 모른다”

    그가 당권을 장악하면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2009년 세종시 정국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한 박근혜 의원과 부딪히며 결별한 전력과 2012년 4·11 총선 공천 탈락 뒤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대거 탈당사태를 막은 자기희생은 현재 새누리당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여당 핵심 관계자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의 집권당 대표는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박(新朴) 이 대거 나서고 원조 친박과 당선을 도운 당은 뒷전이라는 불만도 팽배하다. 따라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인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여기에 부합하는 김 후보를 고리로 기회를 엿보는 이도 많다. 김 후보는 ‘원조 친박’으로 친박, 비박(非朴), 쇄신파 등과 모두 가깝고 특유의 기질이 있다. ‘무대’라는 별명에 걸맞게 ‘안풍’(안철수 바람)에 맞서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고, 대통령선거(대선) 이튿날 “내 구실은 끝났다”며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자신도 낙천했지만, 이상득 전 의원 등 낙천한 의원 18명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위로한 사람 아닌가. 지금처럼 청와대에 쏠린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강력한 보스로 김 후보가 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상승기류를 형성한다. 전국 10여 곳에서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은 ‘미니 총선’인 만큼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황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공산이 크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해 ‘2월 조기전대론’도 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10월 재보선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4월 재보선 뒤 조기전대로 당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친박계 일부에서 흘러나온다. 5월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함께 당 체제를 동시에 정비하자는 주장이지만, 황 대표의 임기보장론과 내년 지방선거 이후 또 한 번 지도부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무리라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거란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할 거 같으냐. 대통령이 잘돼야 한다. 당선 후에 대해선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정 맞기보다 변수를 고려해 차근차근 세(勢)를 규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 경선 유력주자인 최경환 의원이 3월 일찌감치 김 후보를 찾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언론은 당시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한 최 의원과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김 후보 역시 상호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관계자 L씨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후보의 당내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무성 ‘화려한 귀환’ 셈 읽기

    1월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중국 특사로 파견하는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킹’ ‘킹메이커’ 꽃놀이패 쥔 형국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 중진 최경환 의원의 당선을 막거나 방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김 후보다. 언론 보도대로 상호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최 의원이 ‘김무성 당권론’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는데, 그 얘기를 전해들은 김 후보가 대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 의원이) 부산에 급히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김무성 당권론’이 마냥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입성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의 ‘새 정치’에 야권의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후보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주장이다. L씨의 이어지는 설명.

    “안 후보가 내세우는 ‘소통’과 ‘낮은 자세’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 김 후보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과거형’이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론’은 추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는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며 비판했는데 이런 비판을 김 후보가 받을 수도 있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과 김 후보의 다소 불편한 관계를 고리로 대항마를 내세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누리당 전체 의원 152명 중 초선은 과반을 넘는 78명. 이들은 박 대통령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을 받은 탓에 범(凡)친박계로 분류된다. 여기에 원내 복귀가 예상되는 이완구 후보(충남 부여·청양)가 복귀 후 충청 맹주를 자처하고 친박 세를 규합하면 김 후보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는 김 후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도지사직을 던진 인물.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 입성하면 3선으로 당권 도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앞선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정계은퇴를 하더라도, 이인제·정우택 의원의 지지가 있어야 충청 맹주에 오를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한 초선의원의 고백 속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녹아 있다.

    “친박 중진이 청와대의 ‘뜻’을 받아 초선 세력을 규합하면 김 후보에 맞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선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전문성을 고려해 뽑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박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도 아니다. 그만큼 정치 세력화나 결속력, 정무적 감은 떨어진다. 일부 의원은 친박 중진의 계파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사실 친박 내에서는 탄탄한 구심점이 없다. 김 후보가 당을 다잡으면 친박 초선은 (분위기에) 휩쓸리게 돼 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친박은 사분오열될 수밖에 없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한다. 그러면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나 차기 대선후보에게 줄을 설 게 뻔한데, 문제는 김 후보의 카리스마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초선의원들은 불안해한다는 거다. 김 후보가 청와대와 친박 중진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할지를 보고 초선들은 움직일 거 같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당대표에 나섰을 때 청와대와 친박의 반발 기류가 강하면 차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2017년 대선후보를 내는 ‘킹메이커’ 구실을 한다는 것인데, 김 후보로서는 관망하면서 차기 당대표 선거에 특정 인사를 지원하고, 차차기 당대표의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킹’이 되려고 한다면 2016년 4월 총선에 재당선된 뒤 대선후보로 직행할 수도 있다. 현재 김 후보 주변에선 “친박계 중진 모 의원과 몇몇 교수가 팀을 꾸려 김 후보의 차기 대선 출마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어쨌든 이러한 분석이 여권에서 나오는 것은 그만큼 김 후보의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무대의 귀환’이 화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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