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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스크의 숨은 환상에 한국인 추억을 버무렸죠”

가면극 ‘소라별 이야기’ 백남영 중앙대 교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마스크의 숨은 환상에 한국인 추억을 버무렸죠”

“마스크의 숨은 환상에 한국인 추억을 버무렸죠”
백남영(45)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가 마스크 연극 ‘소라별 이야기’를 들고 다시 서울 대학로를 찾았다. ‘소라별 이야기’는 1월 27일부터 2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면서 1년 4개월 만에 100회 공연을 눈앞에 뒀다.

마스크는 국내 연극에서는 낯선 오브제(물체)다. 관객도 낯설어한다. 관객 처지를 고려하면 아직은 위험하다. 하지만 백 교수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논버벌(無言) 마스크 연극인 ‘반호프’를 무대에 올리는 등 연극 변방인 마스크 연극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월 19일 서울 동숭동 중앙대 공연예술원 연구실에서 만난 백 교수는 마스크가 주는 묘한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가면극에서 햄릿 배역을 맡았다면 내가 햄릿으로 가든 햄릿을 나에게 끌어오든, 그건 자유입니다. 마스크는 나를 가리게 되고, 관객은 그 가면 뒤에 무언가가 항상 존재하는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되죠. 무척 흥미로워요.”

4년 전 그가 처음 국내에 선보인 ‘반호프’는 배우들이 얼굴 전체를 가리는 통마스크를 썼지만, ‘소라별 이야기’에서는 입이 드러난 반(半)마스크를 사용해 대사 전달과 하모니카 연주가 더해져 극이 더 풍성해졌다.

시골 꼬마 이야기 외국인도 공감



‘소라별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된 동수가 11세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동화처럼 펼쳐놓았다. 동수를 비롯한 시골 동네 개구쟁이들, 서울에서 온 예쁜 벙어리 소녀 소라와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별을 그린 작품. 지난해 7월 독일 에센에서 열린 신체연극 축제 ‘폴크방 피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으며, 8월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 프린지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9월에는 중국 베이징 중앙희극학원(중국 국립연극대학) 실험극장에서 열린 ‘세계연극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자, 이런 생각으로 학생들과 머리를 맞댔어요. 판문점, 남북한, 사물놀이 등 여러 소재가 떠올랐지만 연극 속재로 맞지 않아 며칠을 궁리했죠. 그런데 만남과 이별이라는 한국적 회한은 세계 공통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골 동네 꼬마 이야기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죠. 누구나 어릴 적 추억은 있잖아요?”

이 연극은 학교 연극제작 과정으로 만들어졌지만 ‘창작집단 거기가면’을 통해 무대에 올랐다. 백 교수는 중앙대 연극학과 선후배들과 2008년 창작집단 거기가면을 결성했다. 이야기는 다시 마스크로 흘렀다.

▼ 한국에서 마스크 연극은 아직 낯선데요.

“마당놀이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던 우리나라에 신극(연극)이 도입된 지 100여 년 정도 됐어요. 그러니 연극도 이제 자리 잡는 상황이죠. 그중에서도 마스크 연극은 이제 시작하는 ‘연극의 변방’인 셈이에요.”

▼ 언제부터 마스크 연극에 관심을 가졌나요.

“1995년 결혼 후 2년간 대학로에 있다가 ‘뭔가 배워보자’는 생각에 독일 폴크방아트대학(Folkwang-Art University)으로 유학을 갔어요. 신체연극을 전공할 때인데 마스크 공연을 보러갔다 충격을 받았죠. 180cm가 넘는 50대 후반 배우 2명이 10세 꼬마아이로 나오는데, 어른이 하는 유치한 아이 연기로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저건 뭐지’ 하고 유심히 봤죠. 그때까지 연극은 청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요, 대사가 없는데도 마스크 연극이 들리는 거 있죠. 한국에선 수업시간에 없던 연극이었어요.”

그는 독일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임강사가 돼 2006년까지 강단에 섰다. 2007년 귀국해 대구 계명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2008년 중앙대 연극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배우 이범수와 88학번 동기다.

▼ 백 교수가 추구하는 연극은 어떤 연극인가요.

“개인적으로 마스크에 매력을 느껴요. 그래서 좀 더 마스크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보편화하긴 어렵겠지만 알릴 만큼 알려야죠. 그게 제 소임인 것 같아요.”

▼ 진취적인데요. 외향적인 성격인가요.

“아니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집에서 별명이 ‘방 안 퉁소’였어요. 집에선 말을 하는데, 밖에선 말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처음 만난 사람과는 식사나 술자리를 하지 않아요.”

배고픈 연극 그래도 내 운명

“마스크의 숨은 환상에 한국인 추억을 버무렸죠”

‘소라별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백남영 교수.

그러고 보니 백 교수는 인터뷰 후 ‘처음 만난’ 기자와 대학로 인근 감자탕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후 편의점에 들러 맥주 피처 한 병과 음료수 한 박스를 사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학교 입구 수위실 문을 열고 음료수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방 안 퉁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맥주 피처 한 병을 놓고 나누는 마스크 이야기에 밤이 깊어갔다. 이날따라 창밖에 내걸린 달도 상현달이다. 달도 반마스크를 썼다.

▼ ‘소라별 이야기’는 연극학과 수업 과정에 만들어졌다면서요.

“2011년 9월 중국 세계연극페스티벌 참가작으로 만들었어요. 저보고 연출가라고 하지만 모든 배우가 참여해 만든 겁니다. 중앙대 연극학과 동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했고요.”

▼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는 중앙대, 단국대 등 6개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있었어요. 지금은 80개 학교에 있죠. 아마 SBS 개국과 케이블채널이 생기면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학과가 늘어난 것 같아요. 생각해보세요. 한 학교에서 30명씩 졸업한다고 해도 매년 2400명이 연극 시장에 나옵니다.”

▼ 그만큼 극장과 연극 수요층도 늘었나요?

“국내에서 공연으로 100억 원 매출을 올린다면 아마 80억~90억 원은 뮤지컬이 차지할 거예요. 연극은 참 어려워요. 서울 대학로 120개 연극무대는 변화가 없어요. 심각합니다. 하루 대관료로 30만 원, 한 달 900만 원 내야 합니다. 그만큼 벌 수가 없어요. 저도 ‘반호프’ 공연을 마치고 나니 현찰 2800만 원이 사라졌더군요. ‘한 장(1억 원)은 날려봐야 연극 좀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그때는 ‘다시는 이런 짓 안 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나 봐요(웃음).”

▼ 마스크를 보면 코도 오뚝하고 눈도 부리부리한 게 외국인 같다는 느낌이에요. 마스크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마스크 아닌가요.

“그럼요. 마스크가 제일 중요하죠. 가끔 관객도 그런 지적을 해요. 어떤 분은 가면이 서양사람 모습 같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인 얼굴로 본을 뜨면 양각 음각이 살지 않아 특징이 없고 보는 재미도 없어요. 이번 가면극에서는 아리수라는 새로운 가면이 등장하고, 주인공 가면도 업그레이드했어요. 계속 진화해나가야죠.”

‘소라별 이야기’ 속 가면은 아내 이수은 씨가 만들고 있다.

▼ ‘소라별 이야기’ 무대는 시골, 그것도 1960년대를 연상케 하는데요. 어릴 적 경험인가요.

“그럴 수도 있어요.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전북 옥구(현 군산시)에서 보냈어요. 검정고무신 신고 개구리, 메뚜기 잡아 놀곤 했죠. 우리 극단 배우들 경험도 비슷해요. 우리 이야기이면서 세상 사람과 함께 볼 작품을 만든 거죠.”



주간동아 874호 (p76~77)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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