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2013.02.04

“부부 도리 다하라” 법도 뿔났다

결혼한 아들에 대한 부양의무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2-04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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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도리 다하라” 법도 뿔났다
    며느리가 남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시부모가 부양했다면,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부양료 상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가족 사이 정이 예전 같지 않은 세태를 반영하는 씁쓸한 사건이 있었다.

    2006년 11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A씨. 그의 어머니는 A씨 아내, 즉 며느리가 A씨에 대한 부양의무를 소홀히 해 자신이 병원비와 재활치료비 1억6000여만 원을 대신 지출했다면서 A씨 사고로 자신이 수령한 보험금 8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제2심 법원은 배우자의 부양의무가 친족 간 부양의무보다 항상 우선한다고 볼 민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민법 제976조와 제977조에 따르면, 부양받을 자에게 부양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974조에서 규정한 부양의무자는 추상적으로는 동일한 부양의무를 부담하지만,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부양 순위 등은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에 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법원은 피고가 단지 A씨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시어머니인 원고보다 선순위 부양의무자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민법 제826조 제1항에서 규정한 부부간 상호부양의무에 대해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부부 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제1차 부양의무라고 본 것이다.

    반면, 부모가 성년이 된 자녀에 대해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와 관련해서는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있는 것을 전제로 부양받을 자가 그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지원하는 제2차 부양의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제1차 부양의무와 제2차 부양의무는 의무이행 정도뿐 아니라 의무이행 순위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자가 모두 존재할 경우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라고 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혼인한 자녀를 부양했다고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상대로 언제든 부양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배우자에게 부양의무 이행을 요구했음에도 부양하지 않았거나, 이행 요구를 하지 않았어도 부양의무 성질이나 형평상 부양료 상환을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해 부양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부양료 상환 청구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 정도는 부부 재산 상태, 수입액, 생활수준, 경제적 능력, 부양의무 이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따라서 혼인한 자녀를 부양했다고 부모가 자신이 지출한 부양료 전부를 자녀의 배우자로부터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능력이 있는데도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만 법이 이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는 무촌이고 부자간은 1촌이다. 돌아서면 남남이라지만,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한 혼인 약속은 법적 책임을 수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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