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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도주죄 1년 이하 징역으로 엄벌

탈옥과 처벌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도주죄 1년 이하 징역으로 엄벌

도주죄 1년 이하 징역으로 엄벌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네 번 탈옥을 시도한 탓에 죄가 더해져 19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난다. 범죄를 저질렀으나 붙잡히지 않고 도망 다니면 죄가 추가되지 않지만, 일단 체포된 후 도망치면 도주죄로 처벌되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형법 제145조 1항은 구금된 자가 도주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교도소 등 수용시설은 탈옥을 방지하려고 상당한 수준의 방지시설을 갖췄기에 이 같은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탈옥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설을 망가뜨리거나 여럿이서 탈옥하는 경우 특수도주죄에 해당해 최고 7년형에 처한다(형법 제146조).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탈옥행위는 법률적으로 이 특수도주죄에 해당한다.

한편 탈옥을 시도했다 미수에 그쳐도 처벌받는다(형법 제149조). 교도소 시설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 다시 체포됐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장 발장이 네 번에 걸쳐 탈옥을 시도했다가 형기가 14년 더 늘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가혹해 보일 수도 있지만, 체포와 구금에 대한 국가 사법권을 보호하려고 모든 나라가 탈옥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물론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사가 형을 적절히 선고하기는 한다.

죄수가 탈옥하도록 도운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간수가 도와줬다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시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수용자들을 일시 석방했다가 다른 장소에 모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합명령을 위반하면 도주죄와 마찬가지로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형법 제145조 2항).

그러나 한편으론 범죄를 저지르고도 체포되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재판을 받지 않으며(형사소송법 제249조), 형을 선고받더라도 집행되지 않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형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본다(형법 제78조).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왜곡될 개연성이 커서 잘못된 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죄를 지었지만 수십 년 동안 사회생활을 이어왔다면 중한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 발장 같은 극단적 상황은 현실에서는 매우 드물다.



탈옥이 죄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쟁포로로 잡힌 경우다. 포로가 됐더라도 군인이고, 포로가 된 군인이 수용시설을 벗어나려는 것은 일종의 임무수행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 탈옥 과정에서 적군 무기를 탈취하거나, 적군 간수를 살상하더라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 전쟁 중 상대 군인을 살상하는 것이 살인이나 상해죄에 해당되지 않듯이, 포로가 된 경우 탈출을 도모하고 그 과정에서 물리력을 사용하더라도 죄가 아니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법은 법 자체보다 현실을 반영한 집행이 더 중요하다. 사회와 그 속에서 사는 사람을 보호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이 법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집행이 적절치 않으면 법률적 결정은 설득력을 잃는다. 사람들이 법을 외면하고 다른 해결책을 도모한다면, 그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법을 만들고 현실을 반영해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3.01.21 872호 (p51~51)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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