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부전공이 전공으로 바뀔 수 있다

직무 전환과 경력개발

  • 민경국 커리어케어 이사

    입력2012-11-12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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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전공이 전공으로 바뀔 수 있다
    직장인의 삶은 직무의 연속이다. 신입사원 때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무와 직책을 경험한다. 과연 다양한 직무 경험이 경력개발에 도움이 될까. 커리어 컨설팅 과정에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경력개발 모델은 조직 이동 여부와 직무 전환 여부로 구분된다.

    직무 전환에 따른 경력개발 모델로는 전통적인 원뿔형, 원뿔형에서 변형된 모래시계형이 있다. 원뿔형 모델은 1∼2가지 직무에 중점을 두면서 성장하는 형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더는 의미가 없는 지금도 여전히 대기업 등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해당 조직에서의 오랜 경험과 직무 충성도를 바탕으로 조직의 정점(임원 등)을 목표로 하는 경력관리 방식이다.

    그러나 임원 연령대가 낮아지고 발탁 승진이 늘어나는가 하면, 새로운 먹을거리를 위한 신규사업의 필요성과 기존 사업에 대한 혁신 요구가 증가하면서 외부 인재 영입 또한 증가했다. 그로 인해 조직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음에도 정점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상실감이 크거나 뒤늦은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에 빠진다. 자기가 과연 정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것이다.

    경제와 산업이 성숙하고, 그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원뿔형에서 변형된 모래시계형 모델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래시계 모형은 경력의 어느 지점까지는 전문성을 지향하고, 그 이후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무 경험 가능성을 타진하는 유형이다. 엔지니어로서 전문성을 쌓다가 기술기획, 상품기획, 기술마케팅, 기술지원, 기술구매, 기술영업 등으로 직무를 확장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엔지니어로서 쌓은 제품과 산업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기획, 인사,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래시계형 직무 전환이 증가하는 것은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 자기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다. 주니어 시절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외국계기업 엔지니어로 이직한 A씨와 인터뷰하던 중, 그에게서 고객사에 대한 이해와 통찰에서 비롯한 신뢰를 발견해 외국계기업 영업직을 제안했다. 그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탁월한 영업능력을 보여줬다.



    이 같은 직무 전환은 정보기술(IT) 및 각종 기술을 중시하는 산업과 기업에서 주로 확산되고 있는데, 모래시계의 중간 지점, 즉 직무를 확대하거나 전환하는 시점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융·복합은 그것을 담당하는 직무의 융·복합을 견인하는 만큼, 현재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가 미래에도 여전히 가치가 있을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경제 환경과 기업 및 업무 환경이 변하고, 생태계가 변화함에 따라 직무 가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변화, 생태계 변화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적응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직무상 전공과 부전공을 갖춰야 하며, 부전공이 인생 하반기에 전공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고 준비해야 한다.

    투포환 경기는 부채꼴 모양의 제한된 경기장에서 원심력을 이용해 포환을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경기다. 경기장 모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힘껏 던지기만 하면 포환은 경기장 밖에 떨어져 실격 처리된다. 경력관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직무 전환 범위를 미리 가늠하지 않으면 직무 전환의 폭이 너무 넓어져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자기가 맡은 직무의 미래가치를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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