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일주일 만 안 갚아도 신용등급 추락

대출 이자 연체정보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11-1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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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만 안 갚아도 신용등급 추락
    경제가 어렵다.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같은 단어가 익숙해진 지 오래다.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용정보에 민감하다. 형편이 넉넉지 않을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만일 대출 은행이 단기 연체자의 정보를 신용정보회사에 제공한 바람에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 은행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이 최근 이에 관한 판결을 내놓았다.

    2010년 3월 21일, 은행으로부터 5000만 원을 빌린 A씨가 이자 24만9418원을 연체하자 3월 말경 은행에서 연체정보를 나이스홀딩스(주) 등에 제공했다. 그로 인해 A씨는 신용카드 일시 거래정지를 당했다. 이에 A씨는 이자를 연체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은행이 연체정보를 등록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2000만 원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신거래약정상 은행은 대출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연체정보를 등록하게 돼 있다.

    제1심 법원은 A씨 청구를 기각했으나 제2심 법원은 달랐다. △구(舊)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2009년 4월 1일 법률 제961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신용정보법’) 제23조 제1항 및 그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2조 제3항의 규정과 △A씨가 대출 당시 서명한 ‘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 동의서’에 따르면, 은행이 A씨에게 동의를 얻어 신용정보업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에 연체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점 △신용정보관리규약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연체정보는 대출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에 등록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해 A씨가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았는데도 은행이 연체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에 제공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본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은행에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2009년 10월 1일부터 새 신용정보법이 시행됐다. 제32조 제1항은 신용정보 제공·이용자가 대출, 보증에 관한 정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인신용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개인으로부터 일정 방식으로 미리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개인신용정보는 △성명, 주소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대출, 보증 등 개인의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연체, 부도 등 개인 신용도를 할 수 있는 정보 △재산, 채무, 소득의 총액과 납세실적 등 개인의 신용거래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 △법원의 금치산선고 등의 재판, 개인회생·파산·경매 등과 관련한 결정, 세금·벌금·과태료 등의 체납 관련 정보를 가리킨다. 다만 신용정보집중기관 또는 신용조회회사에 제공하려는 연체, 부도 등 개인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신용정보관리규약에는 신용정보 주체가 대출원금과 이자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사유 발생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것은 개별 금융기관이 전국은행연합회에 신용정보를 등록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이고, 신용조회회사 등에 연체정보를 제공할 때도 그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을 깨고 은행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금융자본주의 아래 신용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일주일 연체로도 신용이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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