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미국의 참을 수 없는 ‘중국 때리기’

오바마, 재선 자신감으로 아·태 지역서 중국 견제와 포위 가속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11-12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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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참을 수 없는 ‘중국 때리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맨 왼쪽)가 11월 7일 밤 시카고에서 열린 재선 축하 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11월 6일 실시한 미국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할 G2(주요 2개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4년간 집권 2기의 새로운 청사진에 따라 미국을 통치한다. 제18차 전국 당대표대회(11월 8∼14일)를 거쳐 15일 제18기 1중 전회에서 공식 취임한 시진핑 총서기는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간다.

    미·중 리더십 재편은 양국관계는 물론, 두 나라가 국제질서 변화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상황을 보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과 위상을 과시해온 미국의 국력은 갈수록 쇠퇴하는 반면, 중국은 경제대국에 이어 군사대국으로도 자리매김하면서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양국의 힘과 영향력이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향후 양국관계가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양국관계의 앞날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패권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과거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본격화하는 셈이다. 패권이란 국제정치에서 특정 국가가 경제력이나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며 자기 세력을 넓히려는 권력을 뜻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 때리기가 단순히 대선용 수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미국 내부에선 그동안 중국이 적이냐, 동반자이냐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일각에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 중국이 국제질서를 좌우할 경우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밀리지 않겠다” ‘무역 전쟁’ 불사



    집권 2기를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對中) 정책은 중국 때리기 쪽으로 무게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중국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규칙에 따라 플레이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 후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무엇보다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는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고,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은 실제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0월 10일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최고 250%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중 양국 간 무역 분쟁에서 200%대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상무부는 또한 중국 정부가 자국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4.78∼15.97%의 상계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덤핑관세란 수입제품이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될 때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규칙’을 실제로 적용한 사례다.

    미국의 참을 수 없는 ‘중국 때리기’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10월 20일 남중국해를 순찰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 조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팍스 아메리카나 구축 발판

    9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최대 건설장비업체 싼이그룹 산하 랄스가 오리건 주에서 추진하려던 풍력발전사업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가안보를 이유로 사업 활동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낼 전망이다. 그의 이 같은 의지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 조사 결과(10월 19일)를 보면, 미국 국민 가운데 49%가 중국과의 관계 강화보다 강경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관계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53%에 달했던 지난해 3월에 비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미국 국민이 중국을 경쟁자로 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양국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벌이는 각축전은 동아시아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의 외교·안보 분야 목표는 동아시아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고 미국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최우선 순위로 상정한 이유는 동아시아가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축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고 선언하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진행해왔다. 한국, 일본, 인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호주 등 중국을 둘러싼 국가와 긴밀한 동맹은 물론, 군사협력과 연대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도 시행 중이다. 또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도 적극 개입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 전략에서도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밝힌 국방전략 지침서에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역내 패권국으로 부상하면 미국 경제, 안보 이해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명시됐다. 이어 “아·태 지역 평화와 안정, 그리고 자유로운 흐름 보장 및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력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에서 군사력의 평형추 구실을 할 항공모함엔 손도 대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선봉장’을 자임한 이유는 강력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미국 최초의 ‘태평양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과의 회담에서 “세계경제 시스템에서 모든 나라가 동일한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G2 국가로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미국은 모든 인간의 권리와 열망을 구현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일종의 ‘선제공격’을 가한 것은 중국의 도전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4년간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위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면서 미국의 힘이 쇠퇴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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