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종교개혁 500주년 릴레이 인터뷰 ③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직하게 살지 않아 정의롭지 않다”

귀한 원칙 반드시 지켜야…종교인 과세는 자발적인 게 바람직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6-09 17: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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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잘살고 있지만 정직하게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행복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이제라도 정직운동을 펼쳐야 한다.”
    6월 5일 대전 대덕구에서 만난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사진)는 “기존 질서에서 귀한 원칙과 가치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는.
    “종교개혁 당시와 오늘날 한국 교회의 시대적 상황이 비슷하다. 지금 한국 교회에는 개인주의, 우리 교회 중심주의, 교단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는 교회가 복음에 충실하지 않고 세속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복음에 충실하려면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복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이것이 종교개혁이 갖는 진정한 의미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미래목회포럼은 어떤 단체인가.
    “미래목회포럼에는 한국 교계의 중추적인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 300여 명 목회자를 중심으로 지난 13년간 ‘교회를 교회되게’ 하려는 몸짓과 대안을 제시해왔다. 위에서부터 개혁과 아래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 하나님이 원하시는 한국 교회의 미래상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40, 50대가 주축이었는데 지금은 60대 이상 목회자가 많다.”



    “목회자들부터 낮은 자세 필요”

    미래목회포럼은 어떤 일을 하나.
    “교회는 시대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신앙부흥운동이 필요하다. 올해를 한국 교회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현장에서 행동하는 사역을 견인해가려 한다. 새로운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일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래목회포럼에서는 국민통합 통일포럼, 해외 거주 북한인들의 다각적 교류 모색, 남북 교류 활성화로 점진적 통일 모색, 종교인 과세정책 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권위주의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고.
    “오늘날 종교개혁은 거창한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나 둘 실천하는 것이다. 교회나 목사는 권위 등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진정으로 사회와 개인, 특히 소외된 사람을 섬겨야 한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겼듯, 목사들이 먼저 낮은 자세로 성도들의 발을 씻겨줘야 한다.”

    종교인 과세 문제가 논란이다.
    “교회는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말한다. 세금을 낼 수 있는 교회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 교회는 정말 어렵다. 나도 세금을 내고 있지만, 종교인 과세는 자발적이었으면 한다. 종교인 과세는 국가에서 교회의 모든 재정을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구제를 하는 것이 예산에 잡혀 있지 않아도 어느 순간 지출해야 할 때가 있다. 또 선교사를 지원하는 일에 계획에 없던 돈이 지출됐다고 하자. 이런 것이 ‘담임목사 유용’이라 할 수 있다. 종교인 과세가 교회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북 민간교류 활성화 움직임이 보인다.
    “정치와 북한 주민을 분리해 교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 교회도 오래전부터 통일에 관심이 많은 성도를 중심으로 통일헌금을 적립하고 있다. 북한 동포들이 먹고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우유, 국수, 비료 보내기 등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6월 4일 반(反)동성애자 퍼레이드를 했다고.
    “반동성애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절벽, 생명 존중, 낙태, 최저 출산율이 맞물려 있다.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결합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돼야 한다. 코는 코의 기능이 있다. 코로 밥을 먹는다고 하면 그 코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까 에이즈 같은 병이 확산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22개국만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소수의 인권을 존중한다 해도 기본 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다수의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안 된다. 물론 인종이나 학력, 성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일부 국민이 ‘차별 금지’라는 표현을 듣고 왜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기존 질서에서 귀한 가치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가 어떻게 동성결혼 허용 국가가 될 수 있나.”

    다른 교회와 다르게 컨벤션센터가 있다.
    “컨벤션센터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세운 건물이다. 누가 봐도 예배당과 컨벤션센터가 구분된다. 컨벤션센터의 전체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는 물론 각종 모임이나 발표회를 하는 등 지역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이젠 정직하게 삽시다”


    고향 교회 방문하기 운동은.
    “농촌이 갈수록 피폐해가듯, 농촌 교회도 마찬가지다. 과거 농촌 교회는 도시 교회의 못자리 구실을 했다. 농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도시로 와 도시 교회를 부흥시켰다. 지금 농촌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뿐이라 교회 운영이 되지 않는다. 미래목회포럼 차원에서 성도들에게 추석과 설 연휴 때라도 농촌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헌금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어르신 섬기기 운동도 한다고.
    “2001년 시작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어르신 섬기기 운동을 펼쳤다. 당시 노인대학을 한다고 하니 어르신들이 몰려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어르신들에게 식사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 이·미용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대전 교계가 함께 행복축제를 열고 있다. 이번에도 5000여 명이 모였다. 이 행사를 계기로 교회 이미지, 기독교의 위상, 성도들의 자부심, 교회 부흥이 한번에 일어났다. 성경에서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리라’고 했다.”

    정직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제는 정말 우리 사회가 정직해져야 한다. 바르게 살지 못하니까 불신이 팽배해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다. 설교를 하기 전 ‘정직하게 사셨습니까’ ‘정직하게 삽시다’라고 인사한다. 대한민국은 부정적인 부문에서 1등이 많다. 잘하는 것은 표시가 나지 않지만 부정적인 것은 엄청난 파장을 부른다.”

    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리고 교회 스스로 작은 일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교회는 교인 간 나눔 집단이 아니다. 어르신과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일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 예산의 10%를 사회를 위해 썼다면 앞으로 20%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외면받지 않는다. 그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 사회는 이념적 편 가르기 등 갈등의 골이 깊다. 지금 시리아 내전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옛날 우리 모습이 그랬다. 앞으로 다른 위기 상황이 닥치면 더 갈라질까 봐 걱정이다. 그리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지도층부터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많은 부분에서 원칙이 무시됐지만 이제부터는 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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