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경제

홈쇼핑이 대부업까지?

홈앤쇼핑, 홈앤캐피탈 설립 둘러싸고 설왕설래… “저리로 중소기업 지원” vs “납품업체에 또 다른 족쇄 될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6-09 17: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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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홈쇼핑사 홈앤쇼핑이 최근 여신전문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5월 3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자본금 100%를 출자해 자회사 ‘홈앤캐피탈’을 세웠다. 홈쇼핑사가 대부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감원 등록이 완료되기 전부터 홈앤쇼핑 협력업체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홈쇼핑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홈쇼핑사와 중소납품업체의 ‘갑을관계’가 더욱 악화될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은 통상적으로 신용카드업,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신기술사업금융업을 포괄한다.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진행되며, 자본금 규모에 따라 복수 업종을 통합·영위할 수 있다. 홈앤쇼핑은 신용카드업만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업종에 대해 총 200억 원을 출자했다(6월 1일 100억 원 증자). 대출업무 개시일은 6월 22일로 예정돼 있다.



    “자칫 돈놀이로 비칠 수도”

    홈앤쇼핑 측은 홈앤캐피탈 설립 목적을 “저금리-무담보 대출로 중소기업의 중·단기 자금운용을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자사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에 한해 판매대금 범위에서 홈앤캐피탈과 채권양수 계약을 체결해 일정 금액을 빌려주는 것.

    현재 홈쇼핑사는 방송 6~7일 후 판매대금을 협력업체 측에 입금하는데, 그사이 운영자금이 필요한 업체에게는 판매대금을 담보 삼아 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홈앤상생대출’은 판매 유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방송 후 판매대금 정산이 완료된 업체에 한해서는 판매대금의 90%를 연 2.8% 고정금리로 빌려준다. 둘째, 방송 후 대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정산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업체에는 대금지급예정액의 70%를 연 3.5%(신용등급별 차등) 금리로 대출해준다. 셋째, 방송 편성만 잡혀 있는 업체에는 앞으로 발생할 매출액(추정 대금지급예정액)의 30%를 연 4.8%(신용등급별 차등) 금리로 빌려준다.  

    모든 대출의 상환은 판매대금에서 대출원리금을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을 협력업체에 당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홈쇼핑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 관련 지원 정책은 이미 홈쇼핑사 대부분이 운영 중이다. 회사별로 ‘상생펀드’ 기금을 마련해놓고 협력업체와 은행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협력업체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르게 적용되는데, 그중 홈쇼핑사가 2~3%에 해당하는 금리를 지원하는 것. 기금 규모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롯데홈쇼핑은 기존 1000억 원이던 상생펀드 기금 규모를 4월 2000억 원으로 늘렸고,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은 각각 400억 원, 홈앤쇼핑도 700억 원가량 된다. 이 밖에도 홈쇼핑사가 협력업체의 시설투자 자금과 생산 및 운영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출상품도 여러 개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홈앤쇼핑은 직접 여신업체를 운영하기로 한 것일까. 업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대형홈쇼핑사 관계자는 “홈쇼핑사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상생펀드로 은행과 중소업체를 연결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홈쇼핑사가 왜 직접 대출업무를 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칫 ‘돈놀이’로 비칠 수도 있어 해당 홈쇼핑사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사 관계자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사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있지만, 여신사업은 매우 생소한 분야라 자사에서는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어찌됐든 회사를 설립한 이상 이윤 추구가 목적일 텐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캐피털사를 운영해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홈앤쇼핑 협력업체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홈앤캐피탈 관련 안내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홈앤쇼핑 고객서비스 본부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 관심이 많이 간다. 하지만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달라질 것 같아 얼마나 저렴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저렴하다 해도 캐피털 대출은 기존의 상생펀드와 달리 이자마진이 홈쇼핑사(홈앤캐피탈) 측에 직접 떨어지는 구조다.

    홈앤캐피탈 측이 협력업체들에게 보낸 홍보자료를 보면 ‘향후 리스금융, 할부금융 및 투융자서비스의 신기술금융을 통해 협력업체의 다양한 금융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신전문금융업 범위를 점차 확대해가겠다는 의지인 셈.



    “MD 통한 강매 두려워”

    홈쇼핑 협력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칫 대출이 강매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측은 “홈쇼핑사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홈쇼핑사와 납품업체의 갑을관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MD를 통한 일종의 ‘영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이 관계자는 “캐피털 이용 건수를 올리려고 협력업체들에게 ‘이왕이면 본사 대출을 이용해달라’는 일종의 압박을 가하지는 않을지 그게 걱정이다. 만약 납품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원래 받아야 할 돈에서 이자가 차감돼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앤쇼핑 측은 “평균 4% 대출금리로 시중은행보다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회사 역시 결코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연 8억~9억 원가량 적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좌근 홈앤캐피탈 대표는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연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업체가 많았다. 이런 분들에게 훨씬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홈앤쇼핑은 처음부터 중소기업과 상생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홈앤캐피탈도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가 홈쇼핑 협력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중소업체가 건실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금의 선순환이 먼저라 판단했고, 홈앤쇼핑을 이용하는 납품업체들에게는 좀 더 나은 혜택을 주고자 제1금융에서도 쉽지 않은 저렴한 금리를 제시하게 된 것이다. MD를 통한 대출 강매나 차후의 금리인상 등 협력업체들이 우려할 만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려와 기대 속에서 태동한 홈앤캐피탈이 당초 설립 목적에 맞게 ‘중소기업 지원단’으로서 제 구실을 해낼 수 있기를 많은 협력업체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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