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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훔쳐보는 것이 그렇게 좋냐, 좋아

몰래카메라

훔쳐보는 것이 그렇게 좋냐, 좋아

훔쳐보는 것이 그렇게 좋냐, 좋아

‘철부지’, 바토, 1716년, 캔버스에 유채, 55×66,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닌헨 미술관 소장.

요즘은 굳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 내키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일반 카메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화질을 자랑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편리하지만, 불안한 점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자들의 스커트 속을 몰래 촬영하고 그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남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촬영한 영상은 인기가 많다는데, 여성의 스커트 속을 몰래 훔쳐보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장 앙투안 바토(1684~1721)의 ‘철부지’다. 여자는 숲 속 나무둥지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한손으로 실타래를 잡고 실을 뽑는다. 밀짚모자를 쓴 남자는 손에 피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숙여 여자의 벌어진 다리 사이를 훔쳐보고 있다.

여자가 머리에 쓴 흰색 모자와 앞치마는 시골 아낙네임을 나타낸다. 남자의 밀짚모자에서 때가 여름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배경의 우거진 숲 또한 계절을 설명한다. 남자가 피리를 든 모습에서 목동임을 알 수 있으며, 여자의 치마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남자의 관음증을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여자의 맨발은 섹스를 암시하며, 붉어진 뺨은 성적 흥분을 의미한다. 왼쪽 우거진 나무는 청명한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침실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두 사람의 불륜을 암시한다. 바토는 부르주아의 은밀한 사생활을 우아하게 표현하면서 로코코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철부지’는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농촌 풍속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에서 가장 흔한 영상이 여자 화장실을 촬영한 것이다.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과 달리 폐쇄적이라 동성끼리도 접근하지 못하는데도 첨단기술 덕분인지 음란물 사이트에는 볼일 보는 여자들의 선명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

훔쳐보는 것이 그렇게 좋냐, 좋아

(위) ‘비밀스러운 투알레트’, 부알리,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채, 런던 크리스티 미술관 소장. (아래) ‘오줌 누는 여자’, 렘브란트, 1631년, 종이에 에칭,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볼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은 여자를 그린 작품이 루이 레오폴트 부알리(1761~1845)의 ‘비밀스러운 투알레트’이다. 나무 의자에 앉은 여자는 한손으로 치마 자락을 위로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속옷을 잡고 있다.

여자가 앉은 나무 의자는 밑이 뚫려 있어 실은 의자가 아니라 변기임을 나타낸다. 루이 14세 때는 수세식 변기가 없었다. 그 대신 나무로 만든 긴 의자 가운데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사기로 된 그릇을 넣고 변기로 사용했다. 편하게 앉아 볼일을 볼 수 있도록 의자 위에 벨벳으로 만든 쿠션을 놓기도 했다.

루이 14세 때에는 이런 뚫린 의자를 궁전의 공개된 장소에 놔두었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볼일을 본 뒤 휴지 대용으로 레이스나 울을 사용했다. 그러다 18세기부터 볼일 보는 일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변기 대용인 뚫린 의자는 귀족의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

여자의 흰색 옷과 모자는 잠옷이며, 아침에 일어나 볼일을 보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옷이 걸린 방 안은 볼일 보는 곳이 침실임을 나타낸다. 18세기 귀부인들은 뚫린 의자를 침실에 놓고 혼자 사용했다. 부알리는 파리 풍속을 사실적으로 그려 명성을 얻었으며 프랑스 최초로 그림에 석판화를 사용했다.

남자는 왜 여자 화장실에 호기심을 느낄까. 여자가 명품 한정판에 열광하는 이유와 같다. 볼일 보는 여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다.

여자가 볼일 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의 ‘오줌 누는 여자’다. 여자는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치마 앞자락을 쥔 채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시원하게 누고 있다. 여자는 큰 나무둥지 아래에서 볼일을 보면서 굳은 표정으로 수풀을 바라본다. 오줌 누는 것을 누가 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벌린 다리 사이로 길게 뿜어져 나오는 오줌 줄기는 여자의 젊음을 나타내며, 맨발과 머리에 쓴 모자에서 시골 농부임을 알 수 있다. 렘브란트의 이 작품은 에칭기법을 사용해 여자가 오줌 누는 절정의 순간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에칭기법이란 질산에 부식되지 않는 초를 구리판에 바르고 바늘로 그림을 새긴 다음 질산으로 부식시켜 그 파인 부분에 잉크를 채운 뒤 종이에 찍어내는 기법이다. 렘브란트는 다른 화가와 달리 명암의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려고 에칭기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그 덕에 그의 에칭은 회화성과 작품성이 뛰어나 유화작품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작품 하단에 있는 렘브란트 서명은 그의 야망을 잘 보여준다. 성과 태어난 곳을 머리글자로 적은 이 같은 서명 방식은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초기에 사용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성공한 이후에는 ‘렘브란트’라고 서명했다.

스마트폰 덕에 여자의 은밀한 곳을 촬영하기 쉬워졌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촬영하고 나면 인생이 곤곤해진다. 나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그 위에 총 쏘는 놈이 있다. 당신 옆에는 세계 최고의 사이버 수사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858호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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