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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비상! 한국 공군 02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현장 취재> 오산·청주·대구 비행기지에서 만난 조종사들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F-4E에 탑승한 기자.

영화관 스크린처럼 커다란 전광판에 수많은 점이 은하계 별처럼 반짝거린다. 한반도와 인근 상공에 떠 있는 전투기, 민항기 등 모든 비행체의 항적이다. 초록색으로 반짝거리는 것은 한국 공군기고 빨간색은 북한, 푸른색은 미군기다. 점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는 한국 공군의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경기 평택에 있는 이른바 오산 기지 내 공군 작전사령부의 핵심 시설이다. 오산 기지는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의 합동 기지다. 한국 군부대로는 작전사령부 예하에 방공포병사령부, 북부전투사령부, 제30방공관제단이 있다. 미군은 7공군사령부가 포진해 있다. 전시에는 7공군사령관이 한미연합공군사령부를 지휘하게 된다.

항공우주작전본부는 한미연합체제다.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엔 한국군, 오른쪽엔 미군이 근무한다. 이곳에서 한·미 공군 지휘부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정보를 토대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출동 및 공격 결정을 내린다.

중앙방공통제소는 공군의 눈이다. 공군의 모든 지상 레이더와 공중 레이더에서 잡히는 신호가 이곳에 집합한다. 이곳에선 공중감시, 식별, 전술조치, 요격관제 네 파트로 나눠 근무한다. 미 공군도 한 파트를 차지한다. 콘솔 화면에 떠 있는 특정 비행체를 마우스로 찍자 고도와 속도, 경로, 국적 정보가 한번에 나타났다. 일본 남부와 중국 동남부 일부 지역 비행체의 항적도 잡혔다.

팬텀에 대한 애정



기자가 방문한 9월 21일 오후 1시,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한국 공군기는 80대 안팎이었다. 반면 북한 공군기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비행을 많이 하지 않는다.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9월 25일 가장 오래된 전투기 F-4E가 있는 청주 기지를 찾았다. 청주 기지엔 17전투비행단과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29전대), 6탐색구조전대 등이 있다. 17전투비행단 예하 항공작전전대는 F-4E 3개 비행대대로 구성됐다. 항공작전전대장 강봉수 대령에 따르면, F-4E 퇴역 결정은 기체 노후화와 부품 재고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자동화된 F-15K, KF-16과 달리 F-4E는 비행 중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가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령 4년차인 한 조종사는 “비상처치 체크리스트 수십 가지가 조종사들에겐 늘 부담”이라고 말했다.

주무기 AGM-142 공대지미사일은 아직도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사거리 100km에 표적거리 1m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전투비행대대장이자 교관인 김원태 중령은 “팬텀(F-4E의 별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1992년 임관한 그는 20년 가까이 팬텀을 탔다.

“도입 당시 팬텀을 탔던 조종사들은 자부심이 크다. 무장탑재 기능과 엔진 출력은 최신 기종에 뒤지지 않는다. 팬텀 조종사는 어떤 경우든 살아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비상대기실을 찾아가 정비사와 무장사들을 만나봤다. 이들의 최종 점검을 거치지 않고는 어떠한 전투기도 뜰 수 없다. 이모 준위는 “노후화한 항공기를 최신 기술로 최선을 다해 정비한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들은 지난봄 북한군 도발이 예상되던 꽃게철에 몇 달 동안 24시간 비상대기체제를 유지하기도 했다. 공군 전투기는 한 해 평균 1.5대가 추락한다. 사고 요인으로는 기체결함, 기상 악화, 인적 요인이 꼽힌다.

2개 대대로 구성된 29전대는 전술훈련과 전술개발을 하는 부대로 오산 작전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조종사들은 여기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일선에 재배치된다. 교육과정으로는 고등전술, 전술무기, 제공훈련이 있다. 가상 전투훈련에서는 교관이 탄 비행기가 적기 노릇을 한다. 전대장 안덕신 대령은 “이곳 조종사들은 ‘교관을 가르치는 교관’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중 훈련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후 격납고로 이동해 전투기들을 살펴봤다. F-4E 조종석은 각종 스위치 수십 개가 있어 복잡했다. F-5는 F-4E에 비해 길이가 짧고 폭도 좁았다. 조종석이 좁고 불편했다. 두 기종은 조종사 두 명이 앞뒤로 나눠 타는 복좌형이다.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F-15K에 공대지미사일 SLAM-ER을 장착하는 병사들.

9G를 견뎌내는 조종사

단좌형 KF-16은 무척 날렵해 보였다. 좌석 아래에 생환(生還)용품세트가 들어 있다. 물, 음식, 보트, 라디오…. 문득 조종사는 참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막한 창공에서 작은 비행체에 운명을 맡긴 채 혼자(혹은 둘이) 모든 걸 해내야 하다니. 집단으로 움직이는 육군이나 해군에 비해 외로움도, 두려움도 클 듯싶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용기도 남다르겠지만.

9월 26일 대구 기지에 들어서자 천지를 울리는 굉음이 일었다. 대구 기지의 주력은 한국 공군의 최정예기 F-15K. 11전투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윤재훈 대령은 “신기종일수록 기능이 복잡해 조종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아날로그 항공기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F-15K 한 대가 야간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했다. 사고 원인은 G-LOC (Gravity-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G-LOC은 조종사가 과도한 중력을 이기지 못해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F-4E와 F-5 조종사가 받는 최대 중력은 7G다. KF-16과 F-15K는 9G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기동성이 좋다는 얘기다. 빠르게 기동할수록 중력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급회전할 때 운전자가 받는 압력이 2G 정도다. 자기 몸무게의 9배 중력을 느끼는 9G 상태에서는 숙련된 조종사도 실핏줄이 터진다고 한다.

F-15K는 한국 전투기 중 가장 크고 가장 넓다.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이 올라간다. 엔진출력도 가장 크고 무장도 가장 많이 싣는다. F-15K는 복좌형이므로 조종사 2명이 탄다. 전방석에서는 조종과 비행을 맡고, 후방석에서는 무장과 탑재장비를 운용한다. 조종석에 앉아보니 다른 전투기보다 훨씬 편안하다. 구기종과 달리 각종 기기를 스위치가 아닌 버튼으로 작동한다. 모니터에 있는 버튼만 20개가량 된다.

F-15K의 무장은 구형 전투기의 10배 이상이다. 대표적 무장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SLAM-ER(AGM-84H)과 합동정밀직격폭탄 JDAM이다. SLAM-ER은 최대사거리가 270km에 이르고 표적거리 3m 이내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JDAM은 인공위성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아 24km 내에 있는 목표물을 10m 안팎의 정확도로 폭격한다.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조종사 헬멧을 써보는 기자. 오른쪽은 11전투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윤재훈 대령.

독도까지 날아갔다 연료 걱정

F-15K가 목표물을 추적하는 방법은 레이더와 HUD(Head-up Display·전방비행정보시연장치), JHMCS(Joint Helmet Mounted Cueing System·헬멧장착조준장치) 세 가지다. HUD는 조종석 앞 투명 칸막이에 표적 정보가 자동으로 뜨는 장치다. JHMCS는 조종사가 쓴 헬멧에 표적이 나타나고 조종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무기를 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장비다.

전투비행대대장 이진욱 중령은 “임무는 (구형 전투기와) 비슷하지만, 최신 무기가 많고 공부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2009년 탑건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우수한 조종사다. 탑건은 비행능력과 훈련, 사격기량 등 모든 임무에서 그해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조종사를 일컫는다. 이 중령은 8월 개봉한 공군 영화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비상대기실에 들러 조종사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차기 전투기 선정에 대해 한 조종사는 “어떤 기종이든 요구조건만 맞으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상호운영성만 따지면 F-35보다 F-15SE가 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F-15SE 제작사는 F-15K를 만든 보잉사다. 한 조종사는 “높이 올라가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술만 정확히 인지하면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기체 안전성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안전장치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군 조종사 가운데 F-4E, F-5, KF-16, F-15K를 모두 타본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윤재훈 전대장은 모든 전투기를 섭렵한 베테랑이다. 윤 전대장에 따르면 수동조작을 하는 F-4E나 F-5는 조종사의 육감이 중요하다. 반면 KF-16이나 F-15K는 정밀한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대구 기지에서 발진한 F-15K가 독도 상공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최대속력으로 가면 반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날아가는 게 아니라, 얼마나 머물 수 있느냐다. 최고 기량을 지닌 조종사들이 최고 전투기를 타고 독도까지 날아갔다가 연료 걱정에 되돌아갈 생각부터 해야 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미군 도움을 받으면 된다면서 공중급유기 도입이나 한국형전투기 사업을 언제까지나 미루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주국방이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들먹일 것도 없다. 작전 효율성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사기와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도태된 낡은 기종에 목숨을 맡긴 채 영공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조종사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유사시 독도와 이어도로 날아가 주권 수호의 선봉에 설 조종사들에 대한 국민적 격려와 응원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858호 (p16~18)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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