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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사이판·팔라우 현지 취재-위안부 그 생생한 증거들 05

왜곡된 역사교육 진실 모르는 ‘죄인’ 만든다

일본, 검정제도 악용한 우경화 정책으로 국민 눈 가려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왜곡된 역사교육 진실 모르는 ‘죄인’ 만든다

왜곡된 역사교육 진실 모르는 ‘죄인’ 만든다
8월 25일 일본 이와테현 지방지 ‘도카이신보’에 실린 무기명 칼럼이 일본 ‘넷우익’(인터넷에서 인종주의 등 우익적 언행을 보이는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칼럼은 현재 일본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독도 영유권 문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일본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이 요구하는 다케시마(독도) 종속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근거가 있으면 제시해보라는 것이 일본 정부 견해지만 (한국 정부는) 문답무용의 태도를 보여 설득력이 떨어진다. 메이저 언론들은 (일본 국민에게)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대처해서 좋은 것은 이웃(한국)뿐이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넷우익은 “메이저 언론에는 없는 기자정신이 이와테에 있었다”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한편, “‘다케시마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남의 영토라는 것을 알면서 우기는 일”이라고 한술 더 떴다.

넷우익은 올해 초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류 드라마 퇴출을 요구하는 ‘한류 반대시위’를 조직하고, 탤런트 김태희의 일본 광고 출연 저지를 위한 ‘광고주 협박’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혐한(嫌韓) 활동을 벌이는 우익 과격파 세력이다.

원래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넷우익은 이후 오프라인으로 세력권을 넓혔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와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추락한 일본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추락한 일본 위상 높이려는 시도

그런데 방송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흘러나오는 넷우익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다.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강제징용, 위안부, 집단학살 등에 대해서 “증거가 없다”며 잡아떼는 식으로 일관한다. 누가 이들을 역사 앞에 무지한 ‘죄인’으로 만들었을까.

이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교토 리츠메이칸대학에서 가진 특강에서 일갈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우경화 경향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과거 제국주의시대에 대한 역사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잘못된 역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했다. 올바른 역사교육 부재가 역사에 무지한 일본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은 1982년 일본 정부가 ‘침략’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면서부터다. 당시는 일본경제가 활성화하면서 일본정부가 자존감을 고조하는 국수주의적 정책을 펴기 시작한 시기다.

이후 정치인을 중심으로 식민지배의 책임을 인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 행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하여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과 일본인이 ‘희생됐다’는 식의 감상주의적 사관이 팽배해져 일본인의 피해상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가 속속 만들어졌고, 전쟁을 미화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2001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을 결성한 것이다.

실제로 역사교과서 속 왜곡을 살펴보면 넷우익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사에 종군위안부는 없었다” “일본해상의 다케시마, 동지해상의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각각 러시아, 한국,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이들 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우리나라 고유 영토이다”(2005년 검정 합격 후소샤판 국사교과서)와 같은 내용의 역사교육을 받고 자란 일본 전후세대 처지에서 본다면, 자신이 아는 지식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한국이 오히려 억지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교과서 왜곡은 누구에 의해, 무엇을 위해 이뤄지는 것일까. 도이치-일본연구소의 사라 스벤 박사는 논문을 통해 “역사교육에 대해 (일본은) 국가 관리가 지금도 강하다”고 지적하면서 “문부과학성은 검정제도를 이용해 일본의 침략 행위를 비판하는 교과서를 통과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교실에서 (왜곡되지 않은) 교과서로 가르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발간하는 교과용 도서는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거쳐야 교과서로 인정받는다. 문부과학성이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검정받을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집필자들은 교과서 통과를 위해 문부과학성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나오는 왜곡된 역사 내용은 일본 정부의 의도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한 때

이는 왜곡이 가장 심하다고 알려진 후소샤판 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데 주도적인 구실을 했던 새역모 참가자와 후원 세력에 자민당, 산케이신문 등의 이름이 올랐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종군위안부는 일본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망언을 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문부과학성 정무관으로 재직할 당시 새역모가 편찬한 교과서에 대해 “새역모를 지지한다”는 주장을 공개 표명하는 등 왜곡한 역사교과서를 적극 후원했다. 또 그는 위안부 문제를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역사교과서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일본 사회의 비판과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본에서 수십 년간 교과서 운동을 벌여온 타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학 명예교수다. 3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사회과 지리를 가르쳤고, 13년간 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한 그는 새역모가 참가한 교과서가 조선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도둑 사관’이라고 비판했다.

왜곡된 교과서에 대항할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한중일 공동교과서인 ‘미래를 여는 역사’(고분켄)가 바로 그것. ‘3국 청소년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반성과 화해에 기초해 미래를 함께 개척할 수 있는 공동교과서 제작’을 목표로 3국 역사학자가 4년간 11회에 걸친 치열한 토론 끝에 (2005년) 출간한 중학교 교과서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교과서 네트21’ 등 바른 역사교육을 주창하는 시민단체 지지를 받으면서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위력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 영향력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치우친 의견을 담았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후소샤판이 더 신뢰가 갔다” “고분켄 교과서로 잘못된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역사를 배울 필요성을 느낀다”는 일본 블로거들의 의견처럼 일본 국민의 잘못된 역사관을 책 한 권으로 바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스벤 박사는 “독일 역시 1960년대까지 전범 문제 등에 대해 기술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역사교육을 해왔으나 학자와 교육자들이 주변 피해국과의 대화, 합의를 통해 과거를 반성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면서 “그 결과 과거에 대한 독일 사회의 전반적 인식이 높아지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똑같은 전범국인 데도 독일이 일본과 달리 역사에 관한 책임론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제대로 된 역사교육에서 나오는 올바른 과거 인식 덕분이라는 것이다.

새역모는 ‘일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교과서를 아이들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의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선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역사는 거짓으로 포장한 왜곡한 역사가 아니라,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웃국가와의 화합을 다져나가는 용기를 표현한 역사일 것이다.



주간동아 855호 (p20~21)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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