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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립’ 인기 떨떠름…힘 빼면 축구는 드라마”

‘촌철살인’ 중계로 뜬 SBS 배성재 아나운서

  • 장형수 인턴기자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4학년 oopsconan@naver.com

“‘배드립’ 인기 떨떠름…힘 빼면 축구는 드라마”

“‘배드립’ 인기 떨떠름…힘 빼면 축구는 드라마”
“저 일본 선수, 오른발을 잘 쓰는 선수인데요. 터치라인 쪽으로 자로 잰 듯 패스를 하고 맙니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동메달 결정전. 전 국민의 새벽잠을 깨운 유쾌한 목소리가 있었다. ‘축빠’에게는 유명 인사인 ‘드립의 황제’ 배성재 아나운서. 아마 올림픽 축구중계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그의 멘트에 한 번쯤 피식했을 터. 하지만 정작 본인은 “경기보다 말이 남는 것은 싫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와의 인터뷰에는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웃음이 가득했다.

▼ 현재 가장 핫(hot)한 아나운서다. 실감이 나나.

“항상 회사와 집만 오가기 때문에…. 지금은 잠깐 거품이 껴 있는 것 같다. 곧 꺼질 거다(웃음).”

▼ 올림픽 축구대표팀 동메달 쾌거의 숨은 주역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에이, 내가 뭐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겠나.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나 홍명보 감독도 알고 있더라. SBS가 중계하면 그동안 안 졌다는 걸. 하지만 겉으로 얘기 못하는 게 타 방송사가 중계하면 잘 안 된다는 말처럼 비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뭐,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2년 동안 무패다(웃음).”

‘경기’보다 ‘말’이 남으면 곤란

과거 축구 캐스터는 방송국마다 연차가 가장 높은 40~50대 남자 아나운서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경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표현하는 단어는 대부분 우리의 대표 정서인 ‘한’에 초점이 맞춰졌고 때론 비장한 분위기를 띠었다.

“어렸을 때 축구중계를 보다 보면 국가대항전 같은 경우 너무 그분들의 감성에 맞춰 ‘한’ 정서가 많이 구현되는 것 같았다. 그런 걸 우리가 2002년에 한 번 털었다. 그리고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뛴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젊은 감성이라 더 쿨하다.”

그가 생각하는 스포츠는 재미다. 일부러 웃기려는 건 아니다. 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경기니까, 많이 보다 보면 우스운 장면이 곧잘 잡힌다. 그의 런던올림픽 ‘어록’도 사전에 준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건 아니다. 축구는 힘 빼고 보면 웃길 수 있는 장면이 무척 많다. 클럽축구 중계의 경우 시즌 중에는 오히려 밝게 간다. 그렇게 하다 보니 평소 쓰는 단어들이 그냥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준비했던 것들이 있긴 한데, 못 썼다(웃음).”

▼ 스위스전이나 한일전에 유난히 명대사가 많았다.

“사실 나는 유행어나 드립, 어록 같은 게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때 잠깐 웃고 마는 정도여야지, 그게 진하면 경기보다 말이 남으니까. 이번 올림픽은 개인적으로 흡족한 점이 말이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았다. 경기를 보다가 잠깐 피식할 뿐이지, 그걸 어록이라고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하나도 안 웃긴다. 스위스전에서 한 ‘벌에 쏘였나요?’라는 말은 사실 유럽축구리그 중계 때 이미 썼던 멘트를 재탕한 것이고, ‘기성용 눈빛’은 뭐, 별거 아니지 않나. 오히려 기성용이라는 개성 강한 선수가 있으니까 유럽 선수들과 눈싸움도 할 수 있는 거고.”

▼ 차범근 해설위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배드립’ 인기 떨떠름…힘 빼면 축구는 드라마”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고 평가받은 차범근(오른쪽)-배성재 콤비의 축구중계.

“워낙 프로시고 해설이 좋은 분이라, 나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해설에 위험한 부분이 있으면 캐스터가 경계해야 하는데 그분은 경기 보는 눈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감히 우리나라 최고라 할 수 있다. 하프타임 때는 전반전이 어땠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다. 후반전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니까. 가끔 분위기가 좋을 때 차 위원에게 선수 시절이 어땠는지 묻는다. 그럼 자기 자랑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틀린 게 없다(웃음). 하지만 ‘차붐’도 약점은 있다. 강심장이 아니어서 페널티킥(PK)을 잘 못 찼다더라. 간이 떨려서 그랬다는데 그런 면은 귀엽다.”

▼ 경기 끝나고 선수들과 만나기도 하나.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한다. 해설이 객관적이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중계하다 기성용 선수와의 일화를 소개하면 특별할 수는 있겠지만, 캐스터가 친분 과시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과 트위터 맞팔도 안 한다(웃음).”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역사상 최초 동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찰나,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가 논란이 됐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지금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박종우 선수를 위한 길이라고 한다.

“한반도 왼쪽…”은 준비한 멘트

“‘배드립’ 인기 떨떠름…힘 빼면 축구는 드라마”
그는 K리그 선수들에게 유난히 애정이 많다. 런던올림픽 때도 K리그 선수들의 소속팀을 함께 언급하는 ‘개념 해설’이 큰 호응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K리그 선수들의 소속을 앞에 꼭 붙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팀 이름도 짧지 않나(웃음). 전부터 늘 얘기는 했다. 절대 그 친구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김창수, 김종우, 윤석영 등은 이미 ‘축빠’ 사이에서 검증된 선수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선수가 많이 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한반도의 왼쪽 아래를 지키는 전남의 윤석영입니다’라는 멘트는 준비한 것이었다. 원래는 오른쪽 수비수인 김창수 선수와 함께 언급하려고 했다. 소속팀의 지리적 위치와 각자의 포지션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한반도 왼쪽 아래를 지키는 전남의 윤석영, 오른쪽 아래를 지키는 부산의 김창수’라고 짚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창수 선수가 영국과의 8강전에서 큰 부상을 당하면서 반쪽짜리 멘트가 됐다.”

‘배드립’ ‘배거슨’ 등 별명이 많은 그이지만 어느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사실 별명 같은 건 없으면 좋겠다고. 예전에는 중계 중에 ‘아이러브사커’ ‘디시인사이드’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도 함께 살피곤 했지만 최근엔 오히려 형식에 맞게, 평범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청자가 조금이라도 듣기 불편해지면 언제든 그만두고 시청자로, ‘축빠’로 돌아가고 싶다. 트위터도 활발히 하는 것 같지만, 하루에 한 개 정도 올린다. 올림픽 덕분에 지금 방문자 수가 엄청 늘긴 했어도 다 거품이다. 곧 쭉 빠질 거다(웃음).”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이 ‘트위터는 인생 낭비’라고 말했다.

“동감한다(웃음). 일기를 자필로 매일 쓴다. 트위터에 감정을 다 쏟아내면 일기에 쓸 게 없다. 그래서 트위터에는 그냥 재밌는 거 위주로만 올린다.”

▼ 동안(童顔)이지만, 나이를 꽤 먹었다.

“올해 서른다섯이다. 저번에 뉴스를 보니까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년 정도라고 하더라. 마흔 정도에 결혼하고 싶다. 그즈음이 입사한 지 12년차가 되니까. 물론 꾸준히 운동해서 신체 나이는 20대를 유지하고(웃음).”



주간동아 2012.09.03 853호 (p50~51)

장형수 인턴기자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4학년 oopscon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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