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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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후 원기 충전 나를 위한 ‘한방 힐링’

경남 산청군 동의본가 힐링타운 벌써부터 기대감

  • 최혜숙 프리랜서 작가 hess21@hanmail.net

    입력2012-09-03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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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독 후 원기 충전 나를 위한 ‘한방 힐링’

    허준 순례길에서 내려다본 동의본가 힐링타운 전경.

    힐링(healing)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의 치유(치료)’다. 바야흐로 힐링이 대세다. 힐링을 주제로 한 책과 음악, TV 프로그램, 여행 등 갖가지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여기 또 하나의 독특한 힐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힐링은 과연 무엇일까.

    8월 19일 찾아간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에 위치한 동의보감촌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는 내년에 열릴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이하 산청엑스포)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동의보감촌에서도 가장 깊숙한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한옥으로 깔끔하게 조성한 힐링타운에 들어서자 검정 고무신을 신은 박성미 ㈜산청문화재단 대표가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사인 디케이미디어를 운영하다 산청군의 요청으로 ㈜산청문화재단을 책임진 그는 9월 10일 정식 개장을 앞둔 동의본가 힐링타운 조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산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동의본가 대청마루에서 오픈을 준비하는 여성 4명을 만났다.

    남다른 이력의 여성 사인방

    해독 후 원기 충전 나를 위한 ‘한방 힐링’

    동의본가 힐링타운을 꾸려갈 네 여자. 배대순 경남교육청 영양사, 김효진 대구 살림한의원장, 박성미 산청문화재단 대표, 김인선 국민대 겸임교수(왼쪽부터).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남 산청군에 저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 4명이 뭉쳐 일하게 된 것은 박 대표가 2월 동의본가 힐링타운 위탁경영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2년 전 산청엑스포 자문위원으로 산청에 첫발을 내디딘 박 대표는 동의본가 힐링타운을 함께 꾸려갈 ‘동지’를 찾아 나섰고, 각 분야 전문가 3명을 함께 일할 동지로 규합했다.

    사인방의 맏이 김효진(51) 대구 살림한의원장은 대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제법 이름난 한의사다. 철학과 지망생이던 그는 약사였던 어머니의 바람대로 한의사가 됐다고 한다.



    동의본가 힐링타운을 책임질 ‘명의’를 찾던 박 대표는 첫 만남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별난’ 한의사 김효진 원장에게 반했다고 한다. 한의학 실력은 물론 한의학을 문화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능력을 갖췄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대할 때마다 풍족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미안해하고 도우려는 ‘천성’을 갖춘 그는 힐링타운을 책임질 ‘적임자’였던 것.

    배대순(46) 씨는 경남교육청 영양사로, 그가 하는 특강은 공무원과 주민, 교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학교에 장독대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그는 재능 기부로 동의본가에도 직접 담근 장과 장아찌, 몸에 좋은 약이 되는 음식 등 슬로푸드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인선(45) 씨는 도시재생을 전공한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국민대 겸임교수다. 슬로시티를 연구했던 경력을 살려 한옥에 스파를 만들고, 객실마다 비치하는 가구와 소품, 생활복까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힐링 인테리어 구현에 전념하고 있다.

    저마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그들이 주말까지 반납하며 산청으로 달려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린 모두 386세대예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살아왔죠.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니 뭔가 허전한 거예요. ‘잃어버린 귀함’에 대한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요즘 부는 힐링 바람은 그것에 대한 새로운 눈뜸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힐링타운이 그걸 채워주는 곳이면 좋겠어요.”

    김효진 원장의 말이다.

    “만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알고 지낸 지 30년은 된 것 같아요.”

    박 대표를 포함해 동의본가 힐링타운을 함께 꾸려갈 여성 4인방의 유쾌한 웃음은 동의본가의 앞날을 환하게 비추는 듯했다.

    해독 후 원기 충전 나를 위한 ‘한방 힐링’
    몸과 마음 자연과 소통

    1박2일 코스의 동의본가 힐링 프로그램은 ‘해독(디톡스)’으로 시작한다. 김효진 원장은 “우리 시대에는 공통적 병인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힐링타운에 입소하면 먼저 약초탕인 스파에 들어가 몸 안의 독을 빼낸다. 스파에서는 자연에서 추출한 한방 비누, 약염(치약), 샴푸 등을 이용한다.

    해독을 한 뒤에는 약이 되는 음식, 약선을 먹는다. 3년 동안 땅속에 묻어둔 김치, 쑥과 홍화 꽃잎, 복분자를 우려낸 물로 만든 3색 주먹밥, 식감이 쫄깃한 흑돼지 바비큐 구이, 산청에서 구한 약초로 만든 장아찌, 약초 밥 등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가 끝나면 지리산 산바람에 몸을 맡기는 풍욕을 체험한다. 자연과 몸이 소통하는 시간이다. 풍욕이 끝나면 원하는 사람은 취침을 하고, 소통을 원하는 사람은 열린 한옥에서 서로 대화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동의본가만의 햇빛 치료실이 따로 있고 별빛, 달빛, 칠흑 치료까지 준비했다. 힐링타운 양옆으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각종 산약초를 심은 힐링타운 뒤편 허준 순례길, 동의보감촌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동의보감 둘레길은 덤이다.

    9월 10일 공식 오픈 예정인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손님맞이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참된 힐링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서로 신뢰하고 헌신하는 여성 4인방과 아름다운 산청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박성미 대표의 힐링 스토리

    아버지를 끝내 무너뜨린 고향에서 새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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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산청군은 박성미 ㈜산청문화재단 대표의 고향이지만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한 탓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6·25 전쟁은 조용하고 평화롭던 산골마을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좌우로 나뉘어 서로 죽이는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그의 아버지는 끝내 무너져내렸다. 아버지는 평생 그 잔인한 기억에 사로잡혀 괴로워했고 알코올중독자로 평생을 지내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런 아버지가 참 싫었다. 그의 가족에게 산청은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지 않은 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산청엑스포 자문위원으로 고향 방문을 요청받는다. 첩첩산중으로 여전히 가난한 시골 고향을 다시 찾은 그는 그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학살 현장, 그리고 아군이 누구고 적군이 누군지도 모르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던 한 초등학생인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왠지 끌리던 사회적 약자와 억울한 사람을 조명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의 삶이 그 위에 겹쳐졌기 때문일까. 다시 찾은 산청에서 그는 술에 취해 “다 죽었어”를 되뇌던 아버지를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는 이제 진심으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산청군이 장차 뭘로 먹고살지를 열심히 고민하며 내년에 열릴 산청엑스포를 준비하는 한 공무원에게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느꼈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다시 찾은 고향을 돕고 싶다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동의본가가 들어왔다.

    그는 산청이 살길은 ‘한의학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서울에서 치열하게 살며 배운 모든 기술을 이곳에 쏟아부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동의본가에 처음 묵던 날,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나를 ‘우리 대통령’이라 부르곤 하던 아버지. 고향에 돌아오고 싶었지만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한 아버지. 아버지가 저를 이곳으로 부르신 거 맞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곳에 다 바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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