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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회춘성형’이 다 늙어 주책이라고?

노인들 생활 불편 수술을 넘어 적극적인 외모 관리로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회춘성형’이 다 늙어 주책이라고?

‘회춘성형’이 다 늙어 주책이라고?

60대 여성 환자가 얼굴 주름을 없애는 시술을 받으려고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있다.

“화장하려고 거울 앞에 앉을 때마다 얼굴을 뒤덮은 시커먼 검버섯을 보는 게 싫다. 살 만큼 산 노인네라지만 제 얼굴에 핀 저승꽃을 보는 게 뭐 그리 기분 좋은 일이겠나.”

습관처럼 딸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던 김영자(77) 씨는 3년 전 작심하고 성형외과를 찾아 레이저시술을 받았다. “몸에 칼 대는 게 무섭다”며 맹장수술도, 관절수술도 꺼리던 어머니가 직접 성형외과를 찾아가 수술대에 누운 사실을 안 딸들은 놀라서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꽃중년’ 열풍을 넘어 ‘70대 몸짱 어르신’이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외모, 몸매 관리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노인이 늘고 있다. 이른바 ‘회춘성형’이라고 부르는 노인 성형이 확산되고 있는 것.

성형외과를 찾는 노인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용 측면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기능적 불편함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다. 이때 많이 하는 시술은 눈썹거상술로, 눈썹 위를 최소 절개해 처진 눈꺼풀의 피부층을 잡아당겨주는 것이다. 노인에게 흔한 안검하수는 처진 눈꺼풀이 눈 일부를 가리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눈꼬리 부분이 짓무르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를 제거하려고 성형외과를 많이 찾는다.

성형 환자 10명 중 3명은 50대 이상



3년 전 광대뼈를 깎는 수술을 받은 60대 중반 여성 김모 씨는 “처음부터 확 깎을 걸 겁이 나서 조금만 깎았더니 성에 안 찬다. 광대뼈를 좀 더 깎아달라”며 최근 병원을 다시 찾았다. 광대뼈를 깎는 것 같은 어렵고 큰 성형수술을 받는 노인은 흔치 않지만 김씨처럼 ‘평생의 한(恨)’이라며 뒤늦게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형수술이 흔치 않던 젊은 시절에는 주위 눈총이 무서워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한 이들이 나이 들어 ‘죽기 전에 소원을 풀겠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는 것. 이때는 주로 콧대를 높이거나 쌍꺼풀 수술을 받는다.

반면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문화·예술인이나 정치인, 연예인을 비롯해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층 노인은 외모와 몸매 유지를 위해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이식술, 광대뼈를 깎는 등 큰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 번째 유형은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고 예뻐지기 위해 ‘나이와의 싸움’에 뛰어든 경우다. 이들은 눈가나 이마, 입 주변 팔자 주름 등 얼굴 부위에 있는 깊게 팬 주름을 없애려고 주로 눈썹거상술, 안면거상술을 받거나 목주름을 잡아당기는 시술을 받는다. 가장 흔한 노인 성형은 하안검수술, 일명 눈 밑 ‘심술보’ 제거 시술이다. 한편 유방암 환자가 많아지면서 유방재건술을 받으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노인도 늘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이 50대 이상이다. 노인 성형인구가 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이후 자식이 비용을 대서 부모 생신이나 환갑, 칠순 선물로 해주는 일명 ‘효도성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노인 성형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 성형인구가 늘어난 배경에는 ‘수명 100세 시대’를 내다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60세가 넘어도 “앞으로 살날이 창창하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외모 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신경 쓰는 노인이 많아진 것. 과거 노인에 비해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풍족한 생활을 즐기는 요즘 노인은 성형수술로 한 살이라도 더 젊어 보이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뿐 아니라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 취미생활, 여행 등을 통해 사회활동과 인간관계를 활발히 하는 노인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외모에 관심을 갖는 노인도 늘었다. 거기다 과거 노인은 “다 늙어서 주책”이라는 부정적 시선 때문에 성형수술을 입에 올리기조차 꺼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젊게 보인다” “멋지다” 등 성형수술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노인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인식이 변화한 것도 노인 성형인구 증가에 한몫한다.

한편 효도성형이 유행하면서 인터넷에서도 관련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60세인 아버지가 눈꺼풀이 아래로 계속 처져 눈을 거의 덮을 정도가 됐습니다. 외관상 보기에 별로 좋지 않은데 자연스러운 수술이 가능할까요? 시술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비용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올해 79세 되신 할머니가 복부에 지방이 너무 많아 걷기 힘들어하세요. 지방흡입시술이 가능한지, 수술 후 체중은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까요?”….

내년이면 환갑인 어머니를 바라보는 이성희 씨 마음은 요즘 편치 않다. 그는 2년째 어머니 생신 즈음에 선물 대신 눈꺼풀 처짐과 눈가 주름을 없애드리려고 성형외과 예약을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어머니가 큰 병으로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씨는 “성형수술 날짜만 잡으면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혹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돼 아예 성형수술 선물을 포기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환갑 선물로 잔뜩 기대하고 계셔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회춘성형’이 다 늙어 주책이라고?

처진 눈꺼풀을 교정하는 성형수술.

못 이기는 척 ‘효도성형’도 늘어

겨울방학을 맞은 10~20대 환자로 성형외과가 붐비는 시기가 12월이라면 어버이날이 낀 매년 5월은 1년 중 노인 환자로 북적이는 시기다. 효도성형 환자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과거 효도성형이 ‘딸이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었다면 요즘은 ‘양쪽 부모에게 세트로 해주는 선물’로 확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엔 효도성형에 사위가 가세하는 양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얼마 전 이모 씨는 “사위 돈 쓰는 게 부담스럽고 미안하다”는 장모님을 억지로 끌고 성형외과를 찾았다. 칠순을 바라보는 장모님이 처진 눈꺼풀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워 여러 차례 수술을 권유했지만, 장모님이 극구 반대하자 지방에서 올라온 장모님을 데리고 곧바로 서울에 있는 한 성형외과로 직행한 것. 효도성형에 사위나 자식이 쓰는 돈은 대부분 몇백만 원 정도다. 안면거상술 등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성형수술인 경우 자식보다 돈이 더 많은 재력가인 부모가 본인 부담으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여 년 경력을 가진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인 김수신 박사는 “성형의학이 발달하면서 젊은이에 비해 건강과 체력,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성형 시술법이 다양하게 나왔다. 하지만 성형외과를 찾기 전 반드시 내과나 주치의를 먼저 찾아 성형수술을 받아도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경우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고 백내장 같은 수술 병력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부작용을 막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노인 성형은 한 번 시술로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 꾸준히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는 시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기 나이보다 5~10년 젊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2.09.03 853호 (p32~33)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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