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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 부족한 ‘뉴 박근혜’ 01

박근혜가 발길 바꾸었네

‘국민대통합 뉴 플랜’ 가동, ‘동선 정치’ 시작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가 발길 바꾸었네

박근혜가 발길 바꾸었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8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를 최근 만나거나 그와 통화한 이들은 한결같이 “박 후보가 경선 이후 한결 여유로워지고 밝아졌다”고 말한다. 경선 이후 보인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한 주위의 좋은 평가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는 게 주변 평가다. 국민대통합 행보는 박 후보 측에서 5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전략이다. 그러나 12월 19일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은 보수대연합과 중도·진보로의 외연 확대 두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다. 보수대연합에서 핵심은 당내 화합이다. 아직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으나 1차 관문은 넘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당 밖의 보수대연합 대상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와 선진통일당 정도다. 선진통일당의 경우 충청권에 대한 박 후보의 자신감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합당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8월 30일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처럼 경쟁력 있는 의원들의 개별 입당에 더 무게가 쏠린다. 이 전 총재의 경우 홍사덕 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방문한 것을 포함해 향후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허 찌른 파격 방문으로 외연 확대

박 후보가 더 주력하는 부분은 중도·진보로의 외연 확대다. 최대 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중도표 상당수를 잠식한 상황에서 중도 진영 싸움에서 밀리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연 확대의 방법은 박 후보의 행보와 인선, 정책 세 가지로 정리된다.



박 후보가 경선 다음 날인 8월 21일 첫 행보로 선택한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봉하마을 방문은 캠프 실무진이 제시한 여러 일정 가운데 박 후보가 직접 선택한 것이다. 실무진 누구도 박 후보가 이 방안을 선택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토론회 참여,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 앞 거리 방문, 전태일재단 방문 시도 등도 외연 확대 행보의 일환이다.

박 후보의 이런 국민대통합 행보를 내부에서는 ‘동선 정치’라고 부른다. 박 후보의 일정 자체가 주요 전략인 셈이다. 박 후보의 최측근 의원은 “박 후보가 선보일 국민대통합 실천 전략의 90%는 어디를 가느냐로 정해진다. 나머지 10%가 메시지인데 이 역시 행선지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경선 이후 캠프에 있던 일정 팀만 당사 후보 비서실로 합류시켰다. 그 외 팀들은 경선 캠프가 있던 여의도 대하빌딩 2층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만큼 박 후보가 일정을 중시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동선 정치는 자칫 ‘쇼’로 비칠 우려가 있다. 봉하마을 방문이나 전태일재단 방문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선거용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박 후보의 동선 정치가 갖는 진정성은 ‘인선’ ‘정책’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 캠프는 오래전부터 김대중, 노무현 전 정권 사람들과 접촉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을 맡았던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를 영입하려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대법관으로 발탁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김대중 정권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를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보면 놀랄 만한 파격적인 인사가 많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책 공약 발표는 일단 경제민주화 주창자인 김종인 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중도·진보 정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본선 때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동시에 가계부채, 부동산, 교육, 사회안전망 대책 등 국민 삶과 밀접한 생활 정책은 물론 신성장동력 방안, 일자리 대책 등 성장 정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9월 선대위 인선이 포인트

박근혜가 발길 바꾸었네

8월 2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박근혜 후보.

국민대통합 플랜은 경선 캠프를 꾸리기 이전인 5월부터 그동안 선거를 수차례 치른 경험이 있는 캠프와 당 실무진의 전략 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일찌감치 준비한 콘셉트다. 당시 실무진은 ‘준비된 대통령’의 안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면 국민통합을 선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최근 선거 트렌드를 보면 편을 나눠 갈등을 유발하는 선거 전략이 계속해서 실패했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안철수 원장이 국민적 인기를 끄는 주요 원인이 정치권의 편 가르기 싸움에 신물이 난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내 화합의 상징인 홍사덕 전 의원과 중도·진보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경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경선 캠프 전략팀은 경선 기간의 전략보다 경선 이후 9월까지의 전략을 짜는 데 몰두했고, 국민대통합 플랜을 좀 더 구체화한 안을 박 후보에게 보고했다.

캠프 실무진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안에는 경선 직후 국민대통합 콘셉트에 맞춘 20여 일간의 일정이 다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측은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선출하는 9월 말 이전에 박 후보가 2위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바람이나 네거티브 공세에 버틸 확고한 지지층이 필요하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가 경선 직후부터 강하게 국민통합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런 절박함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대통합의 최대 과제인 ‘과거사’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5·16 군사정변, 10월 유신, 장준하 선생 사망을 둘러싼 논란, 인혁당 문제 등 박정희 정권 시절에 있었던 각종 의혹과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본선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박 후보는 각종 과거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박 후보는 여전히 “5·16 군사정변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말 정도 외에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며 논란을 회피하고 있다.

9월 말경 구성할 예정인 선거대책위원회가 국민통합에 어울리는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를 얼마나 포함하느냐도 향후 박 후보 대선가도를 가늠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12.09.03 853호 (p12~13)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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