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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포크볼이야, 칠 테면 쳐봐!

직구처럼 오다 갑자기 뚝 “잘 쳐도 본전”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나 포크볼이야, 칠 테면 쳐봐!

나 포크볼이야, 칠 테면 쳐봐!

포크볼에 능한 SK 와이번스 투수 윤희상.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간 거리는 18.44m다. 투수가 와인드업을 해서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기까지는 대략 1.4초 안팎이 걸린다. 시속 150km의 공이 투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데는 0.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 두 포지션이 벌이는 이 같은 ‘찰나의 전쟁’을 기본으로 한다. 투수와 타자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진 이는 투수다. 공이 투수 손끝에서 떠나야 전쟁이 시작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투수가 어떤 공(구종·球種)을 던지느냐 결정하는 순간부터다. 투수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싱커 등 다양하다.

# 왜 포크볼인가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주류 구종은 포크볼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마운드를 지배한 아이템은 서클체인지업이었다. ‘괴물’ 류현진(한화)을 비롯해 대다수 외국인 투수가 체인지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올 시즌 대세는 ‘포크볼러’다. SK 윤희상, 두산 이용찬과 노경은, 롯데 이용훈 등 리그 주축 투수로 성장한 새 얼굴들은 대부분 킬러콘텐츠로 포크볼을 활용한다.

포크볼은 타자가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구종으로 꼽힌다. ‘마구(魔球)’라고 부를 정도다. 포크볼은 직구 궤적과 같지만 스피드는 10km 이상 차이가 난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공을 끼운 뒤 팔꿈치에 힘을 줘 던진다. 회전이 적기 때문에 직구처럼 날아들다 홈플레이트에서 갑자기 가라앉는다.



국내에 포크볼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91년 한일슈퍼게임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푹푹 가라앉는 공에 한국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고, 이후 포크볼을 연마하는 투수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정명원, 이상목을 비롯해 손민한, 조정훈이 포크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포크볼은 팔꿈치 부담이 크고 제구가 힘들어 구사하는 선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을 중심으로 포크볼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투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두산은 일찌감치 포크볼을 결정구로 삼았던 정재훈을 비롯해 이용찬, 노경은, 임태훈, 김승회 등 올 시즌 새롭게 선발마운드를 채운 투수 대부분이 포크볼을 활용한다. 이용찬과 노경은은 포크볼을 앞세워 투수 부문 각종 지표에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리그 간판 투수로 성장했다.

이처럼 두산에 포크볼러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포크볼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정명원 코치의 힘이 절대적이다. 정 코치는 지난 시즌 뒤 새롭게 두산에 가세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에게 포크볼을 집중적으로 전수했다.

# 투수 생명 단축 진짜?

일부 전문가는 포크볼을 ‘악마의 유혹’이라고 부른다. 팔꿈치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 투수 생명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수 출신인 현역 모 감독은 “통계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는 팔꿈치뿐 아니라 어깨에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투수 생명을 단축할 수 있는 위험한 구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보다 슬라이더와 커브처럼 횡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때 팔꿈치에 더 큰 무리가 간다는 주장도 있는 것. 어느 견해가 맞는지 쉽게 단언하기 힘들다.

여기서 한 가지 참고할 수 있는 게 바로 일본이다. 일본 프로야구 투수들은 한국 투수들에 비해 포크볼 사용 빈도가 훨씬 높고, 완성도 높은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도 많다. 일본에선 포크볼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으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투성의 높은 볼이 장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약점에도 투수들이 포크볼을 자주 쓰는 이유는 그것만큼 효과적인 구종이 없기 때문이다. 포크볼은 개인 능력에 따라 공의 실밥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그립을 잡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또 손가락 벌어짐을 좁게 또는 넓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포크볼과 부상의 관계는 개인 투구 폼이나 신체구조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 선구안과 포크볼 공략법

나 포크볼이야, 칠 테면 쳐봐!

포크볼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주류 구종이다.

슬라이더처럼 횡으로 휘는 변화구는 타자가 공 궤적을 끝까지 따라가서 맞힐 수 있지만, 포크볼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공은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직구와 똑같은 팔 스윙에서 나오고 공 궤적도 같아 타자로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TV 중계를 보면서 “평생 야구만 했다는 이름 있는 프로선수가 저런 어이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가느냐”고 욕(?)하기 쉽지만, 타석에 선 타자는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로 포크볼을 선택하는 투수가 늘어나 타자들은 더 힘들다. 그렇다면 타자는 포크볼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포크볼은 기본적으로 유인구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보다 볼인 경우가 많다. 수준급 투수가 아니라면 제구력을 갖춰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잡기가 쉽지 않다. 현재 8개 구단 투수 가운데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투수는 윤희상과 이용찬, 둘 정도다.

타자가 포크볼을 공략하기 위해선 지극히 당연하게도 선구안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특히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할 때는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포크볼러들은 포크볼을 위해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데, 이 직구를 치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타자 대부분은 포크볼에 대해 “‘잘 쳐도 본전’이기 때문에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화 김태균은 다르다. 2년간 일본 프로야구에 몸담았다 올 시즌에 앞서 복귀한 그는 “포크볼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쳐야 하는 구종”이라며 “포크볼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본에서 오히려 내 스윙을 하지 못했다. 포크볼을 참아내다 한가운데 직구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포크볼은 헛스윙이면 아쉽지만 안타가 나오면 고마운 것이고, 커트를 하면 다시 승부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일본에 진출해 첫해부터 성공 신화를 쓰는 이대호는 시즌 개막 전 포크볼 공략이 관건으로 떠올랐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 치지 못할 마구는 없다.”

투수와 타자는 매 순간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이는 순간적인 볼 배합으로 나타난다. 올 시즌 포크볼 투수가 많이 나오면서 이들의 두뇌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와 타자의 두뇌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2012년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주간동아 851호 (p44~45)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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