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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머리 깎고 사기 올리고 영내 헤어숍 命받았죠”

병영문화 개선에 앞장 박준뷰티랩 박준 대표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머리 깎고 사기 올리고 영내 헤어숍 命받았죠”

“머리 깎고 사기 올리고 영내 헤어숍 命받았죠”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가수 김민우가 부른 22년 전 히트곡 ‘입영열차 안에서’의 이 가사는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훈련 때 쓰는 보급용 위장크림이 피부에 자극을 준다며 사제(私製) 사용을 선호할 만큼 민감한 신세대 장병들에겐 더욱 그럴 터.

그러나 이젠 병영에서도 비록 짧긴 하지만 ‘어색해진 머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질 듯하다. 올해 2월 24일 육군 9715부대 내에 군 최초로 민간인 미용사가 상주하는 헤어살롱 ‘무극헤어샵’이 문을 연 데 이어, 6월 11일엔 육군 73사단과 공군 19전투비행단에도 민간 헤어숍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들 헤어숍 상호는 ‘박준뷰티랩’. 바로 국내 최고 헤어디자이너로 꼽히는 박준(62) 박준뷰티랩 대표의 브랜드다.

“강한 전투력은 높은 사기에서 나옵니다. 높은 사기의 원천은 삶의 질 향상이고요.”

각 부대에서 헤어숍 설치 문의 쇄도

7월 23일 서울 청담동 박준뷰티랩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개성을 중시하고 멋내기에 관심 많은 신세대 장병들에겐 입대 시부터 짧게 깎아야 하는 머리야말로 스트레스 그 자체”라며 “영내에 처음으로 설치한 헤어숍이 그들의 사기 창출에 일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잘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남방에 군 위장복을 연상케 하는 얼룩무늬가 은근히 내비치는 군청색 데님 팬츠. ‘미용계 황제’답게 감각적인 옷차림 때문인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개장 당시엔 대다수 장병이 호기심으로 헤어숍을 찾았죠. 지금은 고정 고객이 크게 늘었어요. 육군사관학교, 육군수도방위사령부 등지에서도 헤어숍을 설치하자는 제의가 잇따라 방법을 조율 중입니다.”

영내 헤어숍은 장병들의 이발문화를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설치됐다. 헤어숍 가운데 맨 먼저 문을 연 무극헤어샵은 48㎡(약 15평) 규모. 민간인 미용사 1명과 미용사 자격을 가진 이발병 2명이 근무하며 운영 주체는 부대다. 박 대표는 이발병 교육을 해주고 거울과 이·미용 도구, 미용의자, 헤어 샴푸대 등 비품을 기증했다. 일종의 기부채납인 셈이다.

무료로 운영되는 무극헤어샵에선 머리카락 길이를 제한하고 파마, 염색 등을 금지한 군당국의 헤어스타일 규정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머리 모양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줘 멋스러움을 더하는 것은 물론, 독특한 스타일까지 가미해 장병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육군 73사단에 개장한 박준뷰티랩(66㎡·20평)도 부대가 운영한다. 반면 공군 19전투비행단에 있는 박준뷰티랩(82.5㎡·25평)은 사병이 아닌 부사관, 장교, 군인 가족이 이용 대상이며 5000원의 커트 비용을 받는 유료 헤어숍이다. 운영은 박준뷰티랩이 직접 한다.

박 대표와 박준뷰티랩 직원들은 이미 2001년부터 매주 8~10명씩 팀을 이뤄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두발 봉사와 이발병 교육을 실시해왔고, 부사관 배우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용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미용사들은 장병들을 상대로 미용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부대 처지에선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니 윈윈(win-win) 구조다. 이런 인연으로 박 대표는 ‘2012년 병영문화 개선위원’으로도 위촉됐다.

“머리 깎고 사기 올리고 영내 헤어숍 命받았죠”

공군 19전투비행단에 개장한 박준뷰티랩.

군부대 도서관 설립에도 참여

박 대표는 훈련소 생활만 거친 보충역 출신.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그가 왜 하필이면 장병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부대를 돌며 두발 봉사를 하다 보니 경직된 군대문화를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군인에게 깎인 머리카락은 단순한 머리카락이 아니라 깎인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그래서 미용 전문가의 손길로 예민한 장병들의 자존심을 되살려주고, 이발병이나 미용 관련 공부를 했던 병사들에겐 제 나름대로 교육을 시켜 전문가의 길을 걷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영내 헤어숍 설치로 이어진 겁니다. 어쩌면 장병들이 제대 후 박준뷰티랩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될 수도 있겠죠.”

박 대표에 따르면 헤어스타일은 사람의 마음과 연관돼 있는 ‘그 무엇’이다. 한 사람의 이미지 가운데 70%를 차지할 만큼 의상이나 화장보다 중요한 데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박 대표는 군부대에 도서관을 설립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월 22일 자신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와 국방홍보원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사실 병영문화 개선이란 게 거창한 일은 아니에요. 장병들이 사기를 진작할 수 있도록 복지 수준을 높여주는 겁니다. 그러면 입대를 꺼리는 이들도 자연히 줄어들겠죠. 다녀오고 싶은 군대가 될 테니까요.”

현재 박준뷰티랩 국내 지점은 160여 개. 미국,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14개 지점을 두고 있다. 2000년 당시 최다 지점 보유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수장(首長)이자 대학 강단(서경대 미용예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한 박 대표. 하지만 그는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반드시 단골 고객의 머리를 직접 손질하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미용은 저의 모든 것이자 전 재산입니다. 아름다움을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는 건 참 멋진 일이지 않나요? 다른 사람을 젊게 만들고, 기분까지 좋게 해주잖아요.”

전남 해남군의 가난한 농촌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 입시에 낙방하고 열네 살 때인 1965년 어머니 몰래 달걀 판 돈 50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던 소년. 구두닦이, 아이스크림 장사, 공사장 인부, 유흥업소 종업원 등을 전전하던 소년은 우연히 ‘금남의 구역’인 미용실을 접한 뒤 남자 미용사라는 편견과 한계를 깨고 미용업계 일인자로 우뚝 섰다. 미용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심지어 형제자매의 인생까지도 미용계로 이끌었다. 박 대표는 7남매 중 셋째. 누님 빼고 그를 포함한 6남매가 모두 박준뷰티랩의 일원이다.

박 대표의 별명은 ‘가위손’. 그에게 가위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내 거친 머리털을 미용가위로 세련되게 커팅하는 듯한 사각사각한 답변이 돌아왔다.

“만지고 있으면 가장 편한 것.”

# 뱀다리 하나

박준 대표의 또 다른 별명은 ‘머리 대통령’. 그가 기자에게 물었다. “근데 누가 대통령 될 것 같아? 기자들은 알고 있지 않나?” 묵묵부답인 기자, OTL~. 햐, 덥네. 자란 머리털이나 깎을까 보다.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36~37)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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