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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성범죄 이대론 안 된다

“전자발찌·신상공개 상담치료보다 효과 없다”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캐나다 마셜 박사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전자발찌·신상공개 상담치료보다 효과 없다”

“전자발찌·신상공개 상담치료보다 효과 없다”
7월 22일 경남 통영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한모(10) 양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제주 올레길을 걷던 40대 여성 관광객을 살해한 범인이 다음 날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건에 성범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하고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범죄를 줄이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주간동아’는 7월 25일 캐나다의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 전문가인 윌리엄 마셜(77) 록우드 심리치료소 소장을 만나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일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7월 23~27일 교도소, 보호관찰소 등에서 활동하는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12명에게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 매뉴얼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한국 성범죄 현황을 고려해 만든 이 매뉴얼은 한국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에게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셜 박사는 토론식 수업과 함께 역할놀이를 병행하면서 치료 전문가로서의 임무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수업 참가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려면 성범죄자들에게 강제로라도 죄를 인정하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마셜 박사는 “그것은 시간낭비”라며 “참여자(성범죄자)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재범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치료 전문가들에게 “성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시간보다 친사회적 행동을 보인 시간이 훨씬 길다”면서 “성범죄자가 가진 좋은 특성을 찾아내 재범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치료 전문가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마셜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

▼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왜 상담치료를 진행해야 하나.

“사람은 개선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상담치료를 받은 535명을 출소 10년 뒤 추적해보니 5.4%만 재범을 저지른 데 반해, 상담치료를 받지 않은 535명의 재범률은 24%에 달했다. 성범죄자들에게 상담치료를 진행하면 재범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는 그 외에도 많다. 정치가는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제도를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호주 총리는 내게 전자발찌의 효용성에 대해 자문을 구한 뒤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 한국 정부는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신상공개를 시행한다.

“고위험군인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면 성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화학적 거세만 실시하면 발기를 못하게 만들어 강간을 방지할 수 있지만, 변태성욕자를 양산할 수 있다. 하반신마비 환자들도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나. 전자발찌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캐나다는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시키다 재범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자 중지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정책도 위험하다. 모든 성범죄자의 위치를 공개하면 범죄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많아지면 감시 효과도 떨어진다. 캐나다는 고위험군(2~4%)과 경찰수사를 받은 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그 기록이 누적된 성범죄자에 한해서만 신상을 공개한다.”

가석방제도 꼭 마련해야

▼ 한국에는 재범을 저지르는 성범죄자가 많다.

“교도소에서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가 치료 전문가로부터 잘못된 부분만 지적받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들은 삶에서 만족감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 성관계다.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희망과 가능성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 한국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들은 성범죄자가 상담치료를 열심히 받아야 할 인센티브, 즉 가석방제도가 없어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캐나다에서는 상담치료 성과가 좋은 사람을 가석방한다. 그렇다고 방치하는 것은 아니고, 형기를 채우지 않은 채 일찍 출소하면 보호관찰을 통해 관리한다. 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상담치료 성과가 좋아 4년 만에 출소해도 2년 동안 정부가 감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득이 없으면 성범죄자는 열심히 치료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캐나다 퀸스대학에 심리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이 영역을 개척했다. 내가 사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킹스턴에는 연방교도소가 많아서 교도소를 연구할 기회가 많았는데, 성범죄자를 연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학에서 월급을 받은 덕분에 교도소에서는 자원봉사 차원에서 상담치료를 진행했다. 직접 교도소에 연락해 상담치료를 시도했다. 이후 범위가 확대돼 지금은 캐나다 정부로부터 연간 20만 달러(약 22억 원)를 지원받아 지역 내 교도소에 있는 성범죄자들을 치료한다. 캐나다 정부가 민간연구소에 상담치료를 위탁한 곳은 우리 연구소뿐이다.”

“전자발찌·신상공개 상담치료보다 효과 없다”

캐나다의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 전문가인 윌리엄 마셜 박사가 7월 25일 한국 치료 전문가 들에게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고위험군 성범죄자 상담 필요

▼ 성범죄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이유는 뭔가.

“호기심 때문이다. 26년 동안 소년 420명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15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을 치료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대인관계 기술을 비롯한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내가 접한 사례 가운데 가장 어려웠기 때문에 4~5년 동안 치료했다. 의심이 많고 사회체제에 대한 거부감도 커서 신뢰를 쌓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이후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을 줄이기 위한 단계를 밟았다. 다행히 그는 48세에 출소한 뒤 35년이 지났는데도 재범을 저지르지 않아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 성범죄자를 4~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치료하나. 치료 과정은 어떤가.

“치료 기간은 위험성과 재범 가능성에 기초해 정한다. 성범죄자는 보통 6개월간 치료하고,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12~18개월이 걸린다. 성범죄자는 상담치료를 길게는 18개월 동안 받지만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같은 문제가 섞여 있으면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물론 중독 영역에 따라 각각 다른 치료 전문가가 투입된다.”

▼ 한국이 성범죄자 상담치료를 확대할 경우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

“단순히 치료 전문가를 더 많이 고용하고, 상담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면 고위험군 성범죄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상담치료를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캐나다 교정국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에게 상담치료비 1달러를 쓰면 교정국 예산 6달러가 감소한다. 또한 범죄자 한 명에게 연간 300달러의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재범이 줄어들어 400만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보라.”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28~29)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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