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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선 슬로건 전쟁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대선 슬로건 전쟁 1라운드 성적 살펴보니…

  • 기획=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진행·정리=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2012년 대통령선거전은 역대 선거와는 다른 전투로 막을 열었다. 유례없이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초반 슬로건 전쟁이 눈길을 끈 것. 누가 뭐래도 손학규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상임고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가져온 충격(?)이 컸다.

2012년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여야 예비후보들이 앞세운 슬로건을 보면 역대 대선 슬로건의 문법과는 파격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화 이후 대선후보들의 슬로건은 ‘국가’를 주어 또는 목적어로 내세웠거나(‘신한국 창조’-김영삼, ‘새로운 대한민국’-노무현, ‘나라다운 나라’-이회창, ‘가족이 행복한 나라’-정동영), 후보가 가진 특징과 시대적 과제를 결합한 내용(‘보통사람, 이제는 안정입니다’-노태우, ‘든든해요 김대중,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이 주를 이뤘다. 이는 각 캠프가 추구하는 가치, 비전, 후보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공익광고 문구 같은 느낌이 강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주어가 이동했고(‘국민 성공시대’-이명박) 급기야 2012년 대선 슬로건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등 ‘개인의 삶’이 주어로 등장했다. 또한 ‘저녁’ ‘꿈’처럼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언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대선 슬로건 전쟁에서 손학규 상임고문 진영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여섯 글자로 지지율 5% 이상 득을 봤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 진영은 여론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 나머지 ‘대한민국 남자’라는 야심차게 내세운 슬로건을 스스로 내려야 했다.

그러나 수도권 3040세대 남녀 6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FGI)를 한 결과, 여야 대선후보가 내건 슬로건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를 통틀어 모두 12명의 대선 예비후보들의 슬로건 리스트를 제공한 뒤 누구의 슬로건인지 물은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손학규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을 맞힌 참가자가 한 명 정도였을 뿐, 다른 후보가 내건 슬로건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의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제 막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점상의 한계도 있지만,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냉소적 태도 때문에 선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선 슬로건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대선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A : “옛날에는 노무현이라는 참신한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했을 때 ‘경제적으로는 잘되겠구나’ 기대했죠. 솔직히 지금 대선에서는 뭔가 새롭게 느껴지는 그런 맛을 가진 분이 안 보이는 것 같아 별 관심이 없어요.”



F : “저도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요. 이 사람이 되든 저 사람이 되든 결과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했으니까 냉소적이 됐죠.”

B : “저는 세 명 정도를 염두에 두고 후보와 정책, 그리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2007년 대선 당시 한 후보 연설회에 참석한 유권자들.

‘저녁이 있는 삶’과 ‘내가 꿈꾸는 나라’

FGI 참가자들에게 사전정보 없이 여야 대선후보 슬로건 리스트를 제공한 후 지지하는 사람과 무관하게 마음에 와닿는 슬로건을 꼽도록 했다.

공식 슬로건 중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박근혜 의원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와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키워드 ‘상식이 통하는 사회-복지·정의·평화’를 가장 마음에 와닿는 슬로건으로 꼽았다. 이 밖에 문재인 의원이 내건 ‘사람이 먼저다, 대한민국 남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평가가 많았다.

박근혜

‘어느 순간부터 꿈꾸지 못하는 현실’ :

계층별로 세분화된 정책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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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내건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 없이 일상생활에 매몰돼 살고, 특히 사회적 신분이동의 꿈(가능성)이 봉쇄됐다는 비관적 평가가 역으로 ‘꿈’이라는 단어에 공감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꿈이라는 개념이 연령이나 직업에 따라 다의적 의미를 지녀 계층별, 연령대별로 다양한 세부적인 정책 연상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드러났다. 즉 자녀세대에게는 교육 차원에서, 직장인들에게는 사회적 이동과 소득정책 차원에서, 주부의 경우에는 가족복지 차원에서 꿈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부터 세부적인 정책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의원 지지자는 물론 안철수 원장 지지자, 문재인 의원 지지자도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F : “어느 순간부터 꿈이란 걸 아예 꾸지도 못하죠. 돈 벌고 취업에 신경 쓰다 보니까. 구호만 보면 뭔가 내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이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B : “어릴 때부터 꿈꿀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했다는 느낌을 줘요. 또 배고프면 꿈을 못 꾸잖아요.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생각에 이 슬로건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요? ‘저녁이 있는 삶’ 다음으로 두 번째로 꼽으라면 이게 가장 와닿는 것 같아요.”

D : “꿈은 한 글자이지만 모든 걸 내포하잖아요. 학생은 공부 잘하고 싶은 꿈, 주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 꿈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세분화된 정책을 내놓을 것 같아서 솔깃한 면이 있어요. 어떤 꿈을 어떻게 실현해줄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손학규

‘저녁의 삶’과 ‘꿈’, 그리고 ‘상식’에 공감 :

삶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시각화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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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이라…. 그 뜻을 알고 보니 굉장히 멋있네요.”

손학규 상임고문이 내건 대선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은 전체적으로 FGI 참가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야근이 일상화된 직장인들의 노동 강도, 그로 인한 가정 해체에 준하는 현실을 잘 집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서정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여유로운 일상과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대한 유권자들의 동경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여성이 강하게 공감했다. 토론 과정에서 이 슬로건을 접한 사람이 정치적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문재인 의원 지지자의 경우, 이 슬로건을 접하고 난 후 손 상임고문을 선택지 내에 포함시키게 됐다고 얘기했고, 처음에는 냉소적으로 평가하던 30대 여성 참가자는 토론 이후 강한 공감을 표명했다.

D : “애들 어렸을 때는 가족이 늘 같이 밥을 먹는 건 줄 알았어요. 지금은 우리 가족 넷이 다 모여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밖에 안 돼요. 어떤 때는 네 식구인데 네 번 밥상을 차려야 하고…. 외국 영화 같은 데서 퇴근해 애들과 산책하는, 그런 저녁이 있는 풍경이 그리워요.”

B : “먹고사는 데 급급해서 매일 밤 11시, 12시에 집에 들어오고, 애들은 자고 있고. 가만히 보니까 손학규 이 사람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굉장히 잘 끄집어냈구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서정적이고, 수채화 보는 기분도 들고, 너무 공격적이지도 않아서 첫 번째로 골랐습니다.”

E :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뜻을 알고 보니 굉장히 멋있네요.”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엔 공감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는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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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이 내건 대선 슬로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최근 문 의원 진영에서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을 공식 철회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번 조사는 그 이전에 실시해 주요하게 논의됐다. 문 의원이 내놓은 ‘사람이 먼저다’의 경우 법과 제도, 제반 정책에서 정작 사람이 뒷전이 되는 현실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남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이 더 많은 시선을 받아 정작 주요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에 초점을 맞출 수 없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면접조사 내용을 보면 문 의원 진영에서 신속하게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을 철회하는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알 수 있다.

A :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기본이니까 그렇다 쳐도 ‘대한민국 남자’는 결국 다른 경쟁자들을 비난하고 깔아뭉개면서 자기가 좀 더 나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한 걸로 보이거든요.”

D : “‘사람이 먼저다’ 하면 ‘맞아’ 하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 위한다고 하면서 누구를 위한 법이고 정책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거든요. ‘대한민국 남자’는 반감이 들 수 있죠.”

C : “‘대한민국 남자’라고 하면, 요즘 정치권에 있는 분들 중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은데. ‘대한민국 남자’ 그러면 여자는 어떡하라는 건지. 의도한 바는 그게 아니겠지만….”

안철수 변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기대 반 우려 반’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이번 심층면접조사(FGI)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출간 이후인 7월 20일 진행돼 대선 슬로건에 대한 면접조사뿐 아니라, ‘안철수 변수’와 향후 대선 향방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했다. 이번 조사에서 수도권 3040세대 무당파가 가진 안 원장에 대한 생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기대는 주로 안 원장 지지자에게서, 우려는 박근혜 의원과 문재인 의원 지지자 사이에서 나타났다.

안 원장 지지자들은 무엇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대선 슬로건과 관련해서도 거창한 이념적 비전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사회-복지·정의·평화’라는 현재 키워드만으로도 참가자 대부분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상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복지·정의·평화라는 키워드가 한국 사회의 진로라는 데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라는 비정치권 출신 인물의 출현이 냉소적 무당파의 정치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투표 참여 의사를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F : “지금은 여당, 야당에 아예 등 돌린 상태고, 안철수 원장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이 가요.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안철수의 생각’) 책도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C : “박근혜 의원의 위기관리 능력은 대단하다고 느껴요. 그런데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긴 했지만 한나라당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죠. 야당은 인물도 없고 야당답지도 못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대통령을 해서 잘못돼왔기 때문에 비정치인 출신이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박근혜 의원 인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야당과) 후보단일화는 해야 할 것 같고요”

E : “정치적으로 (안 원장이) 힘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니까 이분이 나오면 찍을 것 같아요. (안 원장이 출마하면) 당선되는 게 목적이니까 야권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면 박근혜 의원과 문재인 의원 등 안철수 원장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참가자 사이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무엇보다 정치적 준비 없이 여론에 등 떠밀려 주저하는 수동적인 모습에 대한 우려가 컸다. 또한 대선후보로 뒷받침해줄 정치적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라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다음으로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1차 ‘안철수 현상’이 불 당시 박근혜 의원의 대세론을 흔들 정도로 강한 충격을 던진 반면, 4·11 총선 전후로 박 의원의 리더십과 지지층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출마보다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돕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세 가지 의견 공히 정치인으로서 안 원장의 역량은 미심쩍다는 인식이 깔렸다. 당장은 안 원장이 펴낸 책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정책과 비전’을 검증받게 될 테지만, 최종 선택 여부는 주로 ‘정치력’에 대한 검증과 평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A : “저는 안철수 원장을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안 원장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어떤 인물을 찾다가 갑자기 부각된 느낌도 들거든요. 등 떠밀려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죠.”

B : “바라기는 후보로 나와서 계속 정치판을 긴장시켜놓고, 마지막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문재인 의원을 도와주면 정말 박수 받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정치적인 힘이 없다는 거거든요.”

D : “이분(안 원장)이 어느 순간 탁 나타나신 거예요. ‘이것도 준비했던 사람인가’ 반문하게 되고, 만약 이분이 지도자가 됐을 때 본인의 철학과 슬로건을 잘 실천할 수 있을지…. 그냥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독자노선보다 야권과 후보단일화”

최소한 안철수 원장이 대선경쟁에 뛰어들 경우 수도권 3040세대가 그의 정치적 지지층이 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안철수 현상’ 초기와 달라진 것은 야당 후보 지지자뿐 아니라 안 원장 지지자들조차 박근혜 의원의 경쟁력 때문에 독자적인 출마보다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안 원장의 취약한 조직과 정치세력을 보완해줌과 동시에 안 원장이 추구하는 새 정치의 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딜레마로 보인다.



김두관

‘내게 힘이 되는 나라’는 든든하지만

‘평등국가’ 너무 직설적


한 줄의 구애작전 3040 마음 얼마나 흔들었나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의 경우 그 취지와 전반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 하지만 ‘평등국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내게 힘이 되는 나라’는 대외적 차원에서 국력 신장과 함께 국민 개개인의 삶과 생활에 힘을 준다는 표현이 든든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평등국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이 상투적으로 느껴져 오히려 공감도를 반감시킨다는 평가가 나왔다.

F : “‘내게 힘이 되는 나라’까지는 왠지 힘이 될 것 같고, 저를 든든하게 받쳐줄 것 같아 좋은데, ‘평등국가’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니까 오히려 와닿지 않는 느낌….”

D : “대외적으로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내 나라가 힘을 못 실어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또 직장, 가정에서 ‘내가 올바른 대접을 받고 있는 거 맞아?’ 그럴 때도 있고요. ‘나, 대한민국 국민이야’라고 어디 가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정말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E : “(‘평등국가’) 이런 나라였으면 좋겠는데, 이 말 자체는 도덕책 같은 데서 배운 것 같은 식상한 표현이라 머리에 남지는 않아요.”

선거캠페인의 핵심 요소

슬로건 한 줄이 만들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피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에서 촉발된 대선 슬로건 전쟁 1라운드 결과, 다양한 화제와 논란에도 단기적인 지지율 변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근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슬로건 하나만으로 손학규 상임고문 진영의 주장처럼 지지율이 5% 상승했다는 평가는 과장된 것이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의 선택은 단기적인 선거캠페인뿐 아니라 장기간 형성돼온 후보 및 정당 아이덴티티에 대한 평가, 해당 시점의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대선 슬로건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순수 효과는 체감도에 비해 크지 않다. 그리고 선거캠페인, 특히 슬로건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지지 후보가 있는 경우 이탈 요인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지 않는 이상 기존 판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득하는 경향(소위 ‘편견의 동원 효과’)도 작용한다.

그렇다고 대선 슬로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선택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렵고, 올바른 판단을 위한 시간 투자도 쉽지 않다. 구체적인 정책 영역에 대해서도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으며, 이 경우 보통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징을 통해 선택하게 된다.

대선 슬로건 한 줄은 후보와 캠프의 가치관, 비전, 아이덴티티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선거캠페인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의 아이덴티티, 핵심 가치와 비전을 일관성 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데다 공감마저 이끌어내지도 못한다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즉 슬로건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순수 효과는 크지 않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에게는 ‘정책-후보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면서 위력을 발휘하는 성공한 슬로건이 있게 마련이다. 즉 슬로건 전쟁의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슬로건 1차 라운드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박근혜 의원이 점수를 땄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만간 ‘대선 캠페인-가치와 비전 제시-후보 아이덴티티’ 같은 패키지 전쟁에서 슬로건의 진가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공감을 얻는 대선 슬로건이라면 순풍의 돛 구실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준비 없이 급조한 슬로건은 후보의 정책과 아이덴티티에 맞지 않아 이미지를 분산시키고, 결과적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해당 후보의 캠페인 효과를 잠식하게 된다. 1차 라운드는 슬로건 전쟁으로 마감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2차 라운드의 최종 성적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심층면접조사 참가자 선정은

여론의 균형추 구실 수도권 남녀 6명이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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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이하 대선) 과정의 새 변수로 떠오른 슬로건 전쟁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평가는 어떨까. 각 후보 진영이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까. 대선 슬로건 전쟁 1라운드 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10~15)

기획=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진행·정리=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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