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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피어라 장미란

런던올림픽 부담은 내려놓고 ‘세계기록’에 도전

  • 전영희 스포츠동아 기자 setupman@donga.com

전설로 피어라 장미란

전설로 피어라 장미란

‘뉴욕타임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 몸매’로 장미란을 꼽았다.

2007년 제7회 미당문학상을 받은 시인 문인수(67)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장미란(29·고양시청)이 (외국 언론으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 몸매’로 뽑힌 것을 보며, 미(美)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곱게 핀 장미꽃 한 송이. 하지만 그 근원은 칠흑같이 어두운 땅속에 있다. 장미란 역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에도 태릉선수촌에서 계속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중간에 2009년 고양세계역도선수권에서 또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도 했다. 문인수의 말처럼 “장미가 매번 똑같은 꽃을 피우지 않듯, 장미란의 경기 역시 매 찰나가 절정”이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그는 또 한 번의 절정을 예고한다.

“동메달이 현실적 목표지만…”

‘로즈란’ 장미란은 세계 역도 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선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최중량급(+75kg) 은메달 이후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다. 2005·2006·2007·2009년 세계선수권,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기웅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은 “선수생명이 짧은 여자 최중량급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실력을 유지한 선수는 없었다”며 “장미란은 여자 역도선수로서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최고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7·강원도청)조차 “미란 누나처럼 운동하라면 나는 못한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하지만 장미란도 사람이다. 그는 “2009년쯤부터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싶었다”며 “솔직히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한 첫 번째 관건도 회복력이다. 2011년 허벅지 부상으로 세계선수권에 불참한 그는 런던올림픽을 앞둔 지금도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목 디스크와 왼쪽 어깨 부상에 시달린다. 훈련 양과 질은 4년 전에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몸 상태만 완벽하다면 장미란이 금메달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메달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한때 여자역도 최중량급 인상(140kg·베이징올림픽), 용상(187kg·2009년 고양세계선수권), 합계(326kg·베이징올림픽) 세계기록을 모두 보유했다. 지금은 용상 기록만 갖고 있다. 인상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의 148kg(2011년), 합계는 주루루(중국)의 328kg(2011년)이 세계기록이다. 역도에서는 통상 합계 1위를 챔피언으로 인정한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목표는 새로운 기록”이라고 말해왔다. 새로운 기록은 당연히 세계기록을 뜻한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는 수영 박태환과 함께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단의 최고 스타다. 이런 우려에도 그의 표정은 밝았다.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인 것도 솔직히 고백했다. 타티아나 카시리나, 주루루 등 경쟁자들과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대표팀은 그의 집중력에 기대를 건다. 김순희 여자역도대표팀 코치는 “미란이는 실전에서 더 강하다”며 “큰 경기에서 괴력을 발휘해왔다”고 말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을 지키는 동안 탕궁홍, 무솽솽, 주루루 등 중국 라이벌들은 계속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경력만으로도 그는 세계 역도의 전설이다. 장미란은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장미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전설로 피어라 장미란

7월 11일 열린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대표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장미란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여자 역도선수로는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가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는 건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금빛 체중 만들기는 성공적

역도 최중량급 선수에게는 체중관리가 훈련만큼이나 중요하다. 힘을 쓰려면 적정 체중을 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체중이 빠진다. 야식은 단지 식욕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야식을 끊었다. 가벼운 몸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다음 날 더 상쾌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세 끼 식사량을 늘리며 체중을 조절하고 있다. 현재 그의 체중은 118∼119kg. 대회 직전 다소 체중이 빠지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이다. 그는 116∼117kg에서 최고 실력을 발휘한다. 금빛 체중 만들기 작전은 성공적이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그가 세계기록과 금메달을 모두 거머쥔 직후 로이터통신은 “장미란이 186kg의 바벨을 마치 장난감처럼 들어올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여성(The world’s strongest woman)’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꼬리표들은 항상 ‘강인한’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이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시상(詩想)을 떠올릴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프리지어 꽃향기와 보랏빛을 좋아한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즐겨 읽고,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다.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주변을 폭소바다에 빠뜨리기도 한다. 사려 깊고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태릉선수촌 내 후배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그는 올해 비인기종목 지원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했다. 오랜 꿈이었다. 비자카드와 롯데카드가 공식 후원하지만 사재도 출연했다. 그와 아버지 장호철 씨가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냈다. ‘장미란재단’은 유망주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수영 박태환, 펜싱 남현희, 배드민턴 이용대, 레슬링 정지현 등 스타선수도 ‘재능기부’에 동참할 예정이다. 그는 “일회성이 아니라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847호 (p52~53)

전영희 스포츠동아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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