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7

2012.07.23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의 심장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볼거리 널린 ‘여행 자유국가’

  • 글·사진Ⅰ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12-07-2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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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의 심장

    세계문화유산인 이스파한의 이맘광장.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찬란한 고대문명 전통을 잘 간직한 중동 이슬람 국가다. 6월 이란을 두루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 알려진 여행 정보는 틀린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차도르를 쓴 여성을 함부로 촬영하면 봉변을 당한다’ ‘외국인은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종종 바가지를 쓴다’ ‘여성들이 스카프를 두르고 긴 옷으로 팔다리를 감추지 않으면 경찰이 연행한다’ 등은 현실에서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란 여성에게 양해를 구하면 누구나 즐겁게 사진촬영에 임했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여성이 많았다. 복장의 경우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나라인 만큼 외국인이라도 어느 정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술을 전혀 마실 수 없다는 것은 맞는 정보였다. 그 대신 알코올이 없는 생맥주나 병맥주를 식사 때마다 마셨다.

    국내 일부 보험사에서 여행자보험 가입을 거절한다는 말을 듣고 긴장해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더니 “이란은 여행 자유국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 날 다른 보험사에서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이란으로 출발했다. 테헤란 공항 입국심사대에선 묵는 호텔 외에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란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 많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부 시라즈, 중부 이스파한, 북부 타브리즈까지 문화재로 가득한 도시를 돌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8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는 대도시 테헤란은 이란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다. 이슬람 문화의 규제 속에서도 시대를 앞선 젊은이들의 패션과 흥미로운 박물관, 바자르(재래시장)와 고층 건물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곳이다.

    # 테헤란과 바자르



    테헤란을 감싸듯 자리한 알보즈 산맥의 정상은 1년 내내 만년설로 덮여 있다. 이번에도 알보즈 산맥의 만년설을 봤는데 보통 5월까지 산 아래에서 스키를 탄다고 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열사의 땅 중동에서 5월까지 스키를 탄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가이드 이야기로는 테헤란은 서울과 같은 위도에 자리하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는 폭설도 내린다고 한다. 참고로, 1977년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강남 한가운데 테헤란로가 있듯이 테헤란에도 서울로가 있다.

    테헤란 시민의 삶의 열기를 느끼고자 바자르를 찾았다. 테헤란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중동 지역 최대 재래시장이다. 미로 같은 골목길과 그 길을 가득 메운 이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각양각색의 사람과 다양한 물건이 가득한 바자르는 모스크와 숙박시설, 은행 등이 자리한 도시 안의 작은 도시다. 이곳에서는 과일과 채소, 보석류, 기념품, 향료, 카펫 등 품목별로 지역을 정해 거래한다.

    테헤란 시내 국립박물관 내부에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금석병용시대, 후기 청동시대, 철기시대에 만들어진 진기한 유물이 많다. 특히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져온 유물이 돋보인다. 전시물은 주로 페르세폴리스, 수스, 레이, 투란그레페 지역에서 발굴한 세라믹, 도자기, 석상, 조각 등이다. 수스에서 온 유물로는 날개 달린 사자 기둥, 동물 모양을 한 주전자와 그릇, 날개를 단 신화 속 인물로 장식한 화려한 벽돌이 있다.

    놀라운 전시물 가운데 하나는 잔잔에서 발굴한 소금 사람이다. 이 사람은 3~4세기에 죽은 광부로 추측된다. 흰 머리칼과 수염이 그대로 있으며, 가죽 부츠와 도구도 잘 보존된 상태다. 거대한 콧수염이 머리에 달린 왕자 동상도 재미있다. 페르세폴리스에서 발굴한 유물도 많이 전시하고 있다. 거대한 사람 머리 모양의 기둥, 크세르크세스 왕과 관련한 쐐기문자 비문, 아파다나 궁전의 중앙 홀에서 나온 부조 등이 그것이다. 국립박물관에 전시한 페르세폴리스 유물은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672km 떨어진 페르세폴리스 유적에서 가져온 것과 그 모형이다.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의 심장

    1 시민들의 삶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테헤란의 재래시장. 2 옛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 유적군. 3 수많은 유리로 된 채색 타일이 있는 알리에브네 함제 모스크.

    # 시라즈는 중세가 멈춘 곳

    시라즈는 이슬람 최고의 시인 하피즈와 사디의 고향이자, 그들의 무덤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중세 이슬람 세계에선 중요한 도시였으며 잔드 왕조(1747~1799년) 때는 수도였다. 시라즈에서는 아름다운 모스크와 역사적인 성채, 정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알리에브네 함제 모스크의 내부는 수많은 거울 타일로 만들어졌다. 이 타일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반사광이 눈부시게 빛난다. 황금색 첨탑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밤에 찾아간 하피즈 무덤에는 많은 시민이 북적이고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찾아와 정원에서 쉬는 사람도 많다. 이란의 모든 가정에는 두 가지 책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코란이고, 또 하나는 하피즈의 책이다. 이란인들은 대화에서 하피즈의 시를 종종 인용한다.

    시라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 제국의 화려했던 수도다. 지금은 벌판에 유적만 쓸쓸히 남았다.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 1세 즉위 직후인 기원전 522년 무렵 공사를 시작해 손자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까지 3대에 걸쳐 약 60년간 지었다. 넓이는 너비 300m, 길이 450m에 달했으며, 삼중 문으로 이어진 큰 층계를 올라간 지점에 웅장한 크세르크세스 문이 서 있다. 왕궁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입구로, 모든 방문자는 이곳에서 왕에게 경의를 표하고 지나가야 했다.

    # 이맘광장서 보는 이슬람 건축

    이스파한은 이란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가장 많은 역사도시다. 마치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인상을 주는 곳으로, 자그로스 산맥의 동쪽 오아시스 지역에 자리한다. 시가지 둘레에는 보리밭과 밑밭, 그리고 오렌지와 포도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17세기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이스파한은 세계의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했다. 이스파한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시민들의 왕성한 활동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파비 왕조 때 수도 이스파한은 황금시대를 맞았으며,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비롯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지었다. 그 대부분은 오늘날까지 큰 손상 없이 남아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이맘광장과 그 주변에는 고색창연한 모스크와 수크(시장터)가 자리한다. 이맘광장은 시가지 중심부에 있는데 관광, 산책, 쇼핑 등 모든 것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남북 500m, 동서 160m인 광장은 2층으로 된 건물로 둘러싸였고, 중앙에는 연못과 분수가 있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이맘 모스크는 1612년 공사를 시작해 1630년 완공했다. 거대한 이맘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니 심오한 이슬람 문화가 저절로 느껴진다. 목욕용 샘물이 있는 넓은 중앙 안뜰 주위에는 높이 44m의 미나레트가 4개 서 있다. 그 주위로는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커다란 돔을 가진 정사각형 예배당이 보인다. 알뿌리 모양의 돔은 상하 이중 구조로, 높이가 47m에 이른다. 돔 표면은 푸른색을 띠고, 정상 부분은 채색 타일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돔 부근에는 ‘코란’ 문구를 다음과 같이 새겨놓았다.

    “알라는 신앙심 깊은 남녀에게 약속했다. 작은 시내가 흐르는 낙원을. 또 그들이 영원히 그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이맘 모스크의 돔과 미나레트, 그리고 중앙 안뜰의 샘물은 바로 코란에서 나오는 낙원의 모습 같다.

    셰이크 루트풀러 모스크는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이다. 아바스 1세의 개인 예배소로, 돔 안팎과 벽면은 노란색을 기본으로 한 채색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페르시아에서는 푸른색이나 유리 빛 등의 채색 타일을 사용했으며, 노란색 타일을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이곳은 아바스 1세가 장인인 루트풀러를 위해 1602~1619년 지은 것이다.

    알리 카푸 궁전은 16세기 말 사파비 왕조의 힘과 권위를 자랑하려고 지은 것이다. 6층 궁전은 왕과 귀족이 테라스에서 폴로경기를 관람했던 곳이다. 18개 기둥이 있는 맨 위 테라스에 올라서면 이맘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세한 상감세공과 대들보가 인상적인 나무 천장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의 심장

    이스파한의 아름다운 셰이크 루트풀러 모스크(왼쪽). 신비스러운 칸도반의 동굴집.

    # 동굴 속 생활 칸도반 마을

    이란 북부 도시 타브리즈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한참 만에 도착한 곳은 신기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칸도반이다. 과거 두 차례 방문한 터키 카파도키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칸도반이 자리한 곳은 터키와의 국경선 부근이며, 구약 성경에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는 터키 아라라트 산과 가까운 위치다. 칸도반 주민은 지금도 깎아 세운 듯한 수천 개 바위에 구멍을 파고 안에 들어가 생활한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선 동굴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은 매우 적지만, 이곳 칸도반 주민은 옛 전통대로 동굴 속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곳 바위는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삽이나 괭이로 쉽게 팔 수 있지만, 며칠 지나면 단단히 굳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주민들은 동굴 내부를 넓게 파고 방도 여러 개로 나눠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간다. 이러한 바위 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 자연친화적이다. 일부 동굴은 손님을 맞는 호텔인데, 내부에는 침대와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전망 좋은 동굴 찻집에서 맛본 차는 분위기 때문인지 더 감미롭다.

    오르막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양이나 당나귀 같은 동물을 끌고 지나가는 주민도 보이고 동물 배설물도 널려 있다. 주민은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며 외부인에게도 친절하다. 도로변에는 주민이 집에서 만든 수공예품이나 농산물을 파는 상점이 자리한다.

    ▼ 여행정보

    한국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어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도하를 거쳐 테헤란으로 가든지(비행시간 약 12시간), 에어아시아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테헤란으로 가야 한다. 시차는 한국이 4시간 30분 빠르다. 이란 국토 넓이는 한반도의 7.5배이며 인구는 6600만 명에 이른다. 모자와 선블록크림, 선글라스, 여성의 경우 스카프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상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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