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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 일병, 휴가 중 ‘안경’을 벗다

사격·행군에 불편한 장병들 시력교정수술 확산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김 일병, 휴가 중 ‘안경’을 벗다

김 일병, 휴가 중 ‘안경’을 벗다

군인 콘셉트를 강조한 시력교정수술 홍보물.

군복무 중인 김현욱(가명·22) 일병은 얼마 전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를 나왔다. 그런데 그가 맨 먼저 찾은 곳은 병원. 그것도 안과였다. 유격훈련 중 안경이 깨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그로선 시력교정수술부터 받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

김 일병은 안경 없인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한 고도근시 환자. 한때 콘택트렌즈를 껴볼까도 했지만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되레 안경보다 더 위험할 것 같았다. 매일 꼈다 뺐다 하는 것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 하지만 여름엔 땀이 차고, 겨울엔 안경알에 서린 김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축구나 족구 같은 운동마저 맘 편히 못 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결국 그가 ‘안경 탈출’을 위해 선택한 건 시력교정수술 중 하나인 ‘릴렉스 스마일’. 고도근시여서 일반적인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받기 어려운 데다, 릴렉스 스마일 시술은 각막 손상이 적은 만큼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고 회복기간이 짧아 휴가를 이용해 시술받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날로 발전하는 장비와 수술법

김 일병 같은 군장병이 적지 않다. 휴가나 외박을 나와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군인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이는 날로 발전하는 수술법과 장비 덕에 시력교정 효과는 높이면서 수술에 따르는 부작용과 회복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많은 안과병원이 검사에서부터 치료까지 한 번의 방문으로 이뤄지는 당일 라식수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런 현상은 한층 두드러진다.



‘시력교정의 메카’로 통하는 서울 강남 일대. 안과병원 200여 개가 밀집한 이곳의 주된 환자층은 대학생을 비롯한 20, 30대 여성이다. 하지만 최근 급부상한 또 다른 ‘타깃’ 환자층은 군인이다.

강남역 인근에 자리한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50명이던 군인 시력교정수술 환자가 지난해엔 350명으로 3년 만에 7배나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200명을 넘어섰고, 하반기까지 합치면 400명 선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병원 홍보기획실 김강원 대리는 “‘시력교정수술은 입대 전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졌다”며 “군인 환자를 유치하려는 안과병원 사이에 홍보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지난해 11월 현역 입영대상자, 병역 명문가(병무청이 정한 3대, 즉 조부, 부·백부·숙부, 본인·형제·사촌형제가 모두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 자원 병역이행자 본인과 가족 등에게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수술비를 할인해주고 정밀검사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서울지방병무청과 체결한 뒤 이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해당 가족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겐 시력교정수술비 전액을 지원한다.

김 일병, 휴가 중 ‘안경’을 벗다

휴가 나온 한 군인이 시력교정수술 전 안과병원에서 각막굴절력 검사를 받고 있다.

이에 질세라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아이리움안과도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국군장병 잘 보여주기’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는 휴가 나온 군인과 군인 가족을 위해 시력교정수술비를 특별 할인해주는 것.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상담 시 군인 신분임을 밝혀야 한다.

‘70만 국군 장병의 벗’을 자임하는 ‘국방일보’(국방홍보원 발행)에도 군인 시력교정수술 광고가 넘쳐난다. 이들 광고는 ‘해병대 출신의 안과 전문의 ·#51931;·#51931;·#51931; 원장님이 수술하는 안과! 라식수술은 군인, 군무원, 군인 가족도 가능합니다’ ‘사격하기 불편한 당신! 위장하기 불편한 당신! 행군하기 불편한 당신! 이제 당당히 안경을 벗자!’ ‘안경 탈출만으로도 당신의 군생활이 편해집니다!’ 등 군인 콘셉트에 맞는 문구로 군인 환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현역 군인들의 시력교정수술 확산에 대해 육군 군의관을 거친 아이리움안과 최진영 원장은 “가능하면 입대 전에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2005년 이후부터 시력교정수술의 안전성이 크게 높아지고, 이에 대한 정보 교환이 최근 입대한 신세대 장병 사이에서 활발해지면서 휴가나 외박기간에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일병, 휴가 중 ‘안경’을 벗다

‘국방일보’에 실린 시력교정수술 안내 광고.

시술 전 효과와 안전성 따져야

시력교정수술엔 라식, 라섹수술과 안내렌즈삽입술 등 다양한 시술법이 있는데, 군인 환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라식수술이다. 한정된 휴가기간에 시력교정수술을 받아야 하므로 시술 후 3~5일의 회복기간이 필요한 라섹수술보다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통증이 거의 없는 라식수술을 선호하는 것이다. 시력교정수술 전에 필수적으로 거치는 사전 정밀검사는 보통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리므로 당일 라식수술을 원할 경우 통상 오전에 받게 된다.

훈련과 각종 작업 등 과격한 활동이 많은 군생활을 고려할 때 시력교정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라섹수술은 수술 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일정도 감안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부대로 복귀해야 할 경우엔 다음 휴가 때 반드시 해당 병원을 방문해 눈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최근엔 기존 라식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시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라식수술에선 엑시머레이저(각막을 태우는 레이저)와 펨토초레이저(각막 절제 레이저)라는 두 종류의 레이저기기가 필요했지만, 릴렉스 스마일은 엑시머레이저 없이 펨토초레이저 하나만으로 가능한 시술법이다. 기존 라식수술과 달리 각막 플랩(절편)을 만들지 않고 각막 일부만 최소 절개해 플랩을 안전하게 보존하므로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전성이 좀 더 높다. 또한 주변 조직의 손상과 안구건조증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수술 후 다시 시력이 떨어지는 근시퇴행이 적으며, 한 가지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기존 라식수술보다 수술 시간과 회복 속도도 빠르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군인 환자들은 시력교정수술 후 충분한 휴식을 갖기 어렵고, 민간인에 비해 과격한 활동이 잦으므로 수술 전 어떤 시술법을 선택할 것인지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라식수술이 일상 복귀가 빠르다 해도 시력이 안정화할 때까지는 과격한 운동이나 무리한 활동을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며 스스로 병영생활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하는 신세대 군인에겐 더욱 절실한 옛말인 듯하다.



주간동아 2012.07.16 846호 (p44~45)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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