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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소불위 검찰 놔두고 정의가 바로 서겠나”

첫 여성 법사위원장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무소불위 검찰 놔두고 정의가 바로 서겠나”

“무소불위 검찰 놔두고 정의가 바로 서겠나”
7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박영선(52) 의원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한쪽 눈이 충혈돼 있었다. 눈 아래 길게 드리운 다크서클도 예사롭지 않았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 의원은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간사로 활약하고 있다. 까만 원피스에 노란 재킷을 걸친 그의 모습은 청문회장에서 금방 눈에 띄었다. 워낙 바쁜 일정을 쪼갠 터라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에 들어갔다.

▼ 청문회는 어떤가.

“고영한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김병화, 김신, 김창석 후보 이른바 ‘쓰리 킴’이 문제다. 김병화 후보에 대해선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자식의 병역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신 후보는 종교적 편향성을 보인 데다 4대강 사업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한진중공업 사건 관련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 김창석 후보는 친(親)삼성 판결이 문제다.”

대법관 4명 다 통과 어려워

▼ 민주당 전략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는 게 우리 당 청문위원들의 주요 소임이다. 법을 어긴 사람이 어떻게 대법관이 될 수 있나. 이런 사람이 대법관이 되면 대법원은 위장전입클럽, 범법자클럽이 된다. 이건 대한민국 체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 의원은 “네 사람을 다 통과시킬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법조계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고 덧붙였다.

▼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는 이명박 정부의 3대 필수과목이다. 이를 이수한 사람들이 고위공직자가 되는 걸 근원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나.

“우리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다면 차단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의석수가 모자란다. 국민이 도와줘야 한다.”

이 얘기를 하며 그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확실시되는 박근혜 의원은 뭘 하고 있나. 이럴 때 목소리를 안 내고. 대한민국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

▼ 첫 여성 법사위원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고위원에 당선됐을 때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보다 더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시민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용은 거의 같았다. 검찰개혁을 해달라, 이 땅에 정의를 세워달라, 힘없는 서민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이 세 가지였다.”

▼ 법사위원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둘 부분은 역시 검찰개혁인가.

“그동안 내가 주로 해온 게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이다. 이것이 대선을 치르는 2012년의 화두가 됐다. 국회도 특권과 특혜를 내놓는 등 자정작업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자정이 안 되는 조직이 검찰이다. 재벌은 권력이 무서우면 자정하는 척하다가 권력이 만만해 보이면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간다. 권력과 상관없이 건국 이래 지속적으로 권한을 확대하고 조직을 키워 거대한 권력을 누리는 곳이 검찰이다.”

▼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소불위 검찰 놔두고 정의가 바로 서겠나”

7월 8일 국회에서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는 박영선 의원.

“모든 걸 다 가지려 한다. 수사권만 해도, 세계적으로 검찰이 수사지휘는 해도 수사관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도 특수부에 자체 수사인력이 조금 있는 정도다. 지금 검찰은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면서 수사인력을 늘리려 한다. 국민은 경찰에 한 번, 검찰에 한 번 이중수사를 받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경찰을 못 믿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얼마든지 행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수사국(FBI) 같은 특별수사국을 만들 수 있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수사지휘는 검사가 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 방안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안 한다. 지금 검찰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정보수집 인력을 엄청 늘리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이 하던 짓을 검찰이 한다. 특히 야당 정치인에 대한 정보수집에 혈안이 돼 있다. 스스로 ‘찌라시’(사설정보지)도 만든다. 과거 검찰은 증권가와 정치권 찌라시를 단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만드니 단속을 못 한다. 이런 일이 한상대 검찰총장 취임 후 더 심해졌다. 이걸 가지고 정치인을 내사한다.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짓이다.”

▼ 어쨌든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찰 논리가 정부나 국회를 지배했다. 형사소송법 체계는 손대지 않나.

“뭐든지 단계적으로 가는 게 맞다. 지나친 개혁은 국민에게 거부감을 준다.”

검찰 조사 후 가족 생이별

▼ 검찰 쪽에서 박 의원이 법사위원장 되는 걸 막으려 했다는데.

“내 주변을 내사했다. 그것을 언론에 흘려 나한테 상처를 입히려 부단히 노력했다는 흔적이 있다.”

그는 “찌라시에 오를 만한 내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사실 18대 국회 때도 내 후원회 계좌를 네 번이나 조사했다. 권력 남용이다. 이런 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압박한다. 내 주변 사람에게 전화 걸어 왜 후원금을 냈느냐고 물어보고 겁을 줬다.”

▼ 국회의원들이 다들 검찰을 두려워하지 않나.

“18대 국회에서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얘기했다가 살아남은 사람이 나와 박지원 원내대표밖에 없다.”

▼ 이런저런 약점이 잡힌 게 아닌가.

“나머지 의원들은 검찰의 표적내사로 피해를 보았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대표적으로 날아간 사람이 이인기, 주성영 의원이다. 이주영 의원도 타깃이 됐지만 더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남자 의원들이야 이래저래 얽혀 푼돈을 받았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단 1원도 받은 게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검찰이 두렵지 않나.

“나는 지역구 의원 생활을 검찰과의 싸움으로 시작했다. 하도 검찰이 압박하니 지역구에서 뭘 요구해도 해줄 수가 없다. 보좌관들에게도 ‘법적으로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은 할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검찰과의 싸움으로 시작했다는 건 무슨 얘긴가.

“BBK 사건으로 2007년 12월부터 6개월간 아무런 이유 없이 수사를 당했다.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을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했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 이름만 나오자 검찰이 스스로 덮었다. 이 사건으로 나도 조사받고 남편도 조사받았다. 남편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그 직장에선 그 일로 피해를 당할까봐 남편을 내보냈다.”

▼ 권고사직인가.

“아니다. 미국 연수를 권했다.”

박 의원은 “언젠가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검찰에) 당한 사례를 다 밝히려 한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 이원조 변호사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이었다. 이 변호사는 미국 연수를 거부하고 사직했다. 현재 외아들(중학교 2학년)과 함께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당시 남편은 짐도 못 싸고 쫓기듯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때 화제가 됐던 박 의원의 눈물도 이 사건과 관련돼 있다. 당시 그는 검찰이 BBK 사건 연루자인 에리카 김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을 비판하면서 “이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고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 정권이 바뀌면 BBK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정권부터 바꿔야지. 미국에선 아직 안 끝난 사건이다. 당사자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고,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사건이다.”

▼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어떻게 처리하려 하나.

“현재 국조(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다시 논의할 것이다. 권재진 씨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는 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본다.”

▼ 대통령도 관련됐다고 보나.

“더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누구를 위한 것이겠나. 비서실장한테 보고하려고 그렇게까지 무리했을까. 상식으로 판단할 일이다.”

화제를 재벌 문제로 돌렸다.

▼ 재벌개혁에 앞장서는 이유는.

“경제부 기자 시절 검찰의 재벌편향적 수사에 대해 울분을 토하곤 했다. 열심히 보도해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놓아도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 검찰보다 세다는 삼성을 괴롭혔다.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발의를 주도하면서.

“괴롭힌 건 아니고…(웃음).”

재벌특혜법 원상 회복해야

▼ 지난해 재벌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상법개정안도 발의해 올봄에 통과시켰다. 지금은 어떤 걸 준비하나.

“18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재벌특혜법을 원상 회복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는 가짜다.”

▼ 재벌특혜법이라 하면.

“금융지주회사법이다. 이는 금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법안이다. 일반 지주회사가 손자회사를 세워 금융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재벌이 손자들에게 계열사 하나씩 나눠줄 수 있게 만든 법이라고 보면 된다.”

▼ 삼성이 가장 큰 문제인가.

“과거엔 그랬는데, 지금은 여러 기업이 걸려 있다. SK, CJ도 그렇고, 현대도 조금 문제가 있다. LG는 비교적 정리가 됐다. 이 법을 되돌려놓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영원히 재벌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회를 가질 수 없다.”

▼ 재벌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 순기능과 부작용, 양면성이 있지 않나.

“순기능은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때 받았던 특혜를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지배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일본과 스웨덴, 핀란드가 그렇다. 일본 경제가 20년 동안 제자리걸음한 것도 대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지 않아서다. 우리나라도 한계에 이르렀다. 여기서 손보지 않으면 더 발전하기 힘들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 같은 신세대 재벌기업이 왜 한국에서는 나오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법적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게 어렵지 않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 법안을 만들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 안팎에서 그는 2017년 대선의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다. “여건이 되면 출마할 수도 있느냐”고 묻자 웃기만 했다.

▼ 민주당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분은 있다. 지금 표현할 단계는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2012 대선 키워드는 정의다. 사회정의와 경제정의를 실천할 분이어야 한다. 아울러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해줄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정의와 위로를 실천할 수 있는 분을 도와드리고 싶다.”

“무소불위 검찰 놔두고 정의가 바로 서겠나”
나는 ‘친노’와는 거리 멀어

▼ 문재인 상임고문은 참여정부 실정의 동반책임론,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낮은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에 ‘리틀 노무현’이라는 이미지가 부담이다.

“두 분 다 정책 개발과 인재 영입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떤가.

“잘 모르겠다. 다만 경제민주화에 관해선 나와 그분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재벌 해체가 아니라 중소기업에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 민주당 안팎에서 ‘친노(친노무현)세력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일단 나는 ‘친노’와는 거리가 멀다. 그분들이 문재인 고문 옆에서 비켜나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건가.

“세력을 확장하려면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 이번에도 호남을 잡는 사람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나.

“영향이 있다.”

▼ 여전히 호남 프레임에 갇힌 것 같다. 벗어날 수 없나.

“호남사람들이 그만큼 전략적 선택을 한다.”

그는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통합에 대해서는 “안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소 냉소적인 말투였다.

▼ 그러다 안철수 따로, 민주당 후보 따로 출마하면 필패 아닌가.

“그렇다면 합쳐야겠지. 하지만 내 생각엔 안 원장이 안 나올 것 같다. 마지막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을까 싶다.”

박 의원은 여기자 출신 중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3선 의원으로 서울시장 후보, 최고위원을 지내며 대중성과 개혁성, 실력을 갖춘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그의 개인적 삶은 피폐하고 피곤에 찌들어 보였다.

▼ 주말에는 좀 쉬나.

“못 쉰다. 지역구 관리해야 하니.”

▼ 피곤해도 보람을 느끼니 정치하는 것 아닌가.

“보람도 있다. 하지만 늘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빠져나가면 무엇을 할 건가.

“책 쓰고 여행 다니고 싶다. 시사토론 진행자 하면 굉장히 잘할 것 같다.”

▼ 스트레스는 무엇으로 푸나.

“주로 잔다(웃음). 의원들이 왜 해외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지 아나. 오며 가며 비행기 안에서 푹 잘 수 있고, 전화를 안 받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2.07.16 846호 (p24~27)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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