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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 현수정의 막전막후

서쪽 마녀?…‘오즈의 마법사’ 비틀기

뮤지컬 ‘위키드’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서쪽 마녀?…‘오즈의 마법사’ 비틀기

서쪽 마녀?…‘오즈의 마법사’ 비틀기
공연예술이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쉽지 않다. 간혹 그 일을 해내는 작품이 나오는데, 뮤지컬 ‘위키드’(스티븐 슈워츠 작곡·작사, 위니 홀즈맨 극본)가 대표적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작품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교묘하게 비틀어 재구성한 뮤지컬이다. 중심인물은 허리케인을 타고 불시착한 도로시가 아닌 오즈에 사는 마녀들이며, 그중에서도 나쁜 마녀로 알려진 서쪽 마녀가 주인공이다. 도로시,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도 등장하지만 사건 정황은 전혀 다르다. 마치 역사의 이면에 숨은 또 다른 진실을 들춰내듯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초록색이었다. 이 때문에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친구들에게서도 왕따를 당했다. 어느덧 성장해 대학에 입학한 엘파바는 그곳에서 글린다와 만난다. 글린다는 엘파바와 정반대의 외모와 성격을 지녔다. 금발을 휘날리며 백치미와 상냥함으로 인기를 독차지하는 이른바 ‘퀸’이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룸메이트가 돼 티격태격하지만 차차 우정을 쌓으며 베스트 프렌드로 발전한다. 둘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엘파바에겐 숨겨진 능력이 있다. 종종 자신도 모르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능을 알아본 모리블 학장은 그를 에메랄드 시티에 있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데려간다.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자리에서 동물의 권익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한다. 오즈에서는 원래 동물이 인간과 동등하게 말하고 활동해왔는데, 언젠가부터 동물에게 언어 사용을 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내 동물을 억압한 장본인이 마법사임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그뿐 아니라 온갖 기계장치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공포와 환상을 심어준 마법사가 실상 마법 책을 읽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마법사는 엘파바에게 자신을 도와주면 모든 것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엘파바는 신념을 지키려고 마법사와 대립한다. 이 때문에 엘파바는 ‘공공의 적’으로 선포돼 쫓기는 신세가 된다.



‘위키드’는 주류 사회가 만들어놓은 선악 기준에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마법사와 학장이 사회를 통제하려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서 기득권층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자행하는 폭력과 위선이 드러난다. 동물이 학대당하고 엘파바가 피부색 탓에 조롱당하는 모습은 약자들이 억압받고 다양성이 무시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기계장치로 꾸민 무대는 비인간적인 산업사회와 전쟁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고 기존 체제가 붕괴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는 않는다. 상업적인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뮤지컬 역시 보수적인 결말을 선택한다. 서쪽 마녀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전복적 성격을 지닌다.

서쪽 마녀?…‘오즈의 마법사’ 비틀기
‘위키드’는 진지한 내용을 다루지만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화려하고 세련되며 스펙터클한 무대장치, 조명, 의상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귀에 감겨드는 팝 베이스의 노래는 관객이 쉽게 공감하고 흥얼거릴 만하며, 적재적소에서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파퓰러(Popular)’ ‘포굿(For Good)’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보여주고,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앞으로 닥칠 고난을 알면서도 자기 신념을 지키려 하는 엘파바의 영웅적 모습을 선율로 전달한다. 엘파바가 “남이 정해놓은 한계는 없어. 중력에 맞설 거야”라고 노래하면서 눈부시게 날아오르는 모습은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위키드’는 판타지 속에 인간의 꿈과 현실을 녹인 우화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과 잘 짜인 구조로 완성도를 높여 다양한 연령대가 만족할 만한 뮤지컬이다. 젬마 릭스, 수지 매더스, 데이비드 해리스, 글렌 호그스트롬, 매기 커크패트릭 등이 출연한다. 7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주간동아 2012.06.11 841호 (p71~71)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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