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1

2012.06.11

“20대는 가난한 자취생과 같은 모습”

만화 ‘습지생태보고서’ 작가 최규석

  • 최진아 인턴기자 jinachoi88@naver.com

    입력2012-06-11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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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는 가난한 자취생과 같은 모습”
    “누구한텐 구질구질한 이야기, 누구한텐 가슴 먹먹한 이야기.”(@yo*********)

    “명장면은 반지하방에 사는 비루한 청년 3명이 냄비받침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사용하는 장면. 아, 통쾌!”(@oc*****)

    6월 3일 방송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습지생태보고서’에 시청자 마음이 ‘동(動)’했다. 단칸방에 사는 가난한 자취생 4인방의 이야기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웃음을 자아낸 것. 드라마는 최규석(36)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이 시대 ‘고생의 아이콘’ 청춘에게 작가가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자못 궁금하다.

    “만화는 훨씬 더 웃긴 분위기예요. 방송은 단막극이라는 제한 탓에 원작의 우울한 부분만 발췌했죠. 원작으로 보시면 작살납니다(웃음).”

    최 작가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사회비판적 작품을 주로 그리는 그는 1998년 서울문화사 신인만화 공모전 금상을 시작으로 2011년 제8회 부천만화상 대상 등 굵직한 수상 경력을 지녔다. 그는 작가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2003년 주간소년잡지 ‘영점프’에 연재한 ‘공룡 둘리’로 이름을 알렸다. 성년이 된 둘리를 공장 프레스기에 마법의 손가락이 잘린 이주노동자로 그려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2005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히트작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100℃’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오세영, 박흥용, 이희재를 잇는 극화 작가로 꼽힌다. 최근 새로운 표지의 ‘습지생태보고서’ 개정판을 냈다.



    그에게 방송 후 시청자 반응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독자들의 팬심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웃음). 방송에는 제가 쓰지 않은 유머코드가 들어 있어 깜짝 놀랐죠. 그 책(‘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이 제가 작품을 마감한 후에 나왔거든요. PD가 제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런 요소를 넣은 것 같아요.”

    그가 의도한 유머는 힘든 상황을 웃음으로 극복해내겠다는 긍정 심리와는 다르다. 그는 “힘든 상황 자체를 웃긴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구별짓는다. 변함없이 힘든 삶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최소한의 자조적 웃음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제 청춘의 이야기가 바로 ‘습지생태보고서’예요. 20대 초반까지는 스스로 신념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그런데 군대생활을 하면서 물리적 폭력 앞에서는 신념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괴감을 느꼈어요.”

    그는 “대한민국 20대는 스스로 확고하다고 여긴 것이 하나씩 깨져나가는 과정 같다”고 말한다. 그 과정이 집약적으로 일어나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 그의 20대도 변화의 시기였다.

    “저는 원래 토론과 논쟁을 좋아하는 진지한 사람이었어요. 제대 후 변했죠. 군대에선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던 저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어요. 그리고 그런 상황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유머라고 생각했죠.”

    그는 우리 삶의 불편한 진실을 유머와 절묘하게 버무려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사는 일이 ‘목욕’ 같아야 한다고 봐요. 살면서 때가 묻는 건 당연하죠. ‘때가 묻으면 씻어내야겠네’ 하면서 이를 반복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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