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2012.05.14

위험성 없는 집회 강제해산 못 한다

미신고 집회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5-14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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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성 없는 집회 강제해산 못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관할 경찰서장이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옥외집회 및 시위를 주최하는 사람은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미신고 옥외집회 및 시위에 대해선 관할 경찰서장이 자진 해산 요청과 해산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해산 명령을 어기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는다.

    그렇다면 신고하지 않은 집회에 참가한 사람에 대해서도 곧바로 처벌할 수 있을까.

    회사원 A씨는 2008년 경기도에 있는 미군종합훈련장 정문 앞에서 벌어진 미신고 집회에 참가했다. A씨는 집회에서 ‘전쟁연습을 멈춰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다른 참가자 25명과 함께 “훈련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던 중 관할 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등에게서 자진 해산 요청을 받았으나 집회를 계속해 결국 기소됐다.

    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에게서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경찰공무원이 직접 참가자들에게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집회 참가자들이 해산하지 않으면 경찰이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다. 경찰은 A씨가 이 같은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경찰이 해산 명령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보안과장 등이 집회 주최자에게만 자진 해산 요청을 했을 뿐, 집회 참가자들에게 직접 요청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경찰이 3회 해산 명령을 했는지는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해산 요청과 해산 명령은 모두 집회 참가자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집회 해산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이므로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하급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위험성 없는 집회 강제해산 못 한다

    5월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리 신고하지 않은 옥외집회라도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만” 경찰이 해산 명령을 할 수 있고, 이런 위험이 없는 상황이라면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험성이 없는 집회임에도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이는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과 다름없어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사전신고는 행정관청 쪽에 집회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해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지,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면서 “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먼저 접수된 신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집회 신고 받기를 거부하고, 집회를 강행하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내렸던 경찰권 남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 발현 요소이자 대의제 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집회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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