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2012.05.14

“형제간 싸움보다 애플과의 소송이 더 위협적”

‘이건희의 고민’ 책 펴낸 박현군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05-14 09: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형제간 싸움보다 애플과의 소송이 더 위협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형제들과의 유산 관련 소송을 두고 나중에 사과하기는 했지만 기자들 앞에서 형과 누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막장 드라마” “진흙탕 싸움” “일류기업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비난을 자초한 가운데 삼성그룹의 3세 승계 문제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박현군(38) ‘민주신문’ 경제부 팀장이 쓴 ‘이건희의 고민’(일리)은 삼성그룹의 ‘미래 권력’을 누가 거머쥘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무난하게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을지를 놓고 이 회장이 아버지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을 물려받을 당시 상황,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두 딸의 경쟁력, 최근 형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으로 부각된 장손 이재현 CJ그룹 회장 변수 등을 꼼꼼하게 짚었다.

    박씨는 “삼성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큼 삼성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상황에서 삼성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미래가 후계자 역량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삼성의 실체 중에서도 재용, 부진, 서현 3남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것.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가 올 초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 이 회장과 맹희 씨 간 송사가 알려져 책 내용을 보강했다고 한다.

    “삼성 관련 보도는 어떤 때는 과장이 심하고 또 어떤 때는 사건이 크게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요. 일반 사람이 거기에 살을 더 붙이고 빼기도 하면서 이야기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다 보면 삼성의 실체는 간 데 없이 삼성의 허상만 남죠. 사람들이 말하는 삼성은 삼성의 실제 모습이 아닌 가공의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삼성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국을 먹여 살리는 구세주 또는 탐욕스러운 사탄에 비유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삼성 관련 책도 대부분 칭찬 일색 아니면 폭로에 가까운 부정적 내용이다. 박씨는 “가능한 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삼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삼성의 허상을 두고 왈가왈부하면서 허송세월하는 게 싫어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후계 구도는 어떻게 귀결될까. 그는 싱겁게도 “이건희 회장 마음”이라며 “이 회장의 복심(腹心)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자기가 죽고 난 뒤에도 삼성의 아성만은 유지되길 바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걸 가능하게 할 사람을 밀어줄 거라고 봐요. ‘아들이라서’ 혹은 ‘혈통을 잇기 위해서’가 후계자를 지목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겁니다. 혹자는 지분구조가 이미 이재용 사장에게 유리하게 됐다고 하는데,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사업 부문이 떨어져나가는 등) 삼성 내에서 계속 인수합병(M·A)을 하기 때문에 그게 마무리되면 지금의 지분구조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이 회장의 최근 막말 소동은 삼성의 후계 구도 확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맹희 씨 등 형제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자 초조해진 이 회장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씨도 이 같은 관측에 동의하며 책을 냈지만, 요 며칠 사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이 회장에겐 형제들과의 소송보다 애플과의 소송이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본다.

    “이 회장은 한국 경제의 영웅이지만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서양인, 나아가 백인의 영웅인데 잡스가 자서전에서 노골적으로 삼성을 도둑이라고 표현했으니 서양인의 정서에 삼성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새겨질 개연성이 커요. 정서는 정당성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삼성에 끼칠 악영향도 클 수 있죠. 형제들과의 소송에서 이 회장이 지더라도 삼성은 이씨 집안의 것으로 남지만, 애플과의 소송에서 지면 삼성엔 엄청난 타격이 될 수도 있으니 더 큰 고민 아닐까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