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6

2012.05.07

“난 영준이에게 조언하는 사람 내 계좌에 그런 거(박영준 돈) 없다”

<단독 인터뷰>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2-05-07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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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준과는 오랜 인연, 부부동반 모임 있어”

    ● “지금은 귀국 어려워… 이동율 씨는 아는 사람”


    “난 영준이에게 조언하는 사람 내 계좌에 그런 거(박영준 돈) 없다”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은 검찰이 박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던 4월 25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했다. ‘주간동아’는 이 회장과 박 전 차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터져 나온 5월 1일, 중국에 체류 중인 이 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5분 남짓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파이시티 의혹 사건의 브로커인) 이동율 씨는 아는 사람이다. 박영준 전 차관 소개로 알게 됐는지는 얘기하기 곤란하다. 이씨와 사업을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브로커 이씨가 박 전 차관에게 보낸 돈을 대신 받아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 계좌에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출장 왔다가 한국으로 못 들어가고 있다. 여기 일이 정리되면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미 1월 초 포항에서 이 회장을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당시는 포스코 주주총회(3월 16일)를 앞두고 이 회장과 포스코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포스코는 물론 정치권 주변에서도 불거지던 때였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과의 관계, 자신이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세간의 의혹, 현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주장은 포스코 측의 설명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았고, 인사에도 개입한다는 소문이 있다.



    “내가 포스코에서 몇천억 원을 수주했다는 식의 소문이 난 걸로 안다. 그런 문제로 포스코 내부 감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다.”

    ▼ 포스코에서 감사를 받고 있나.

    “어떤 술집 주인이 투서를 넣었다. 돈을 안 갚는다고.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 아닌가.

    “십수년 전 캄보디아에서 금광사업을 했는데 망했다. 신용불량자로 몇 년을 살았다. 그러다 2006년 중국 화태중공업과 합작하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다. 2007년 포스코건설과 설비계약을 맺었다. 한국 돈으로 60억 원 정도 된다. 계약은 2007년에 했는데, 기계 설치는 2008년에 했다. 솔직히 이 정부가 아니었으면 회사를 더 키울 수도 있었다.”

    포스코건설 측에 따르면, 제이엔테크가 포스코건설의 사업을 처음 수주한 것은 2008년 1월 4일이다. 계약금액은 6억8000만 원이었다.

    ▼ 그건 무슨 소린가.

    “내가 영준이(박 전 차관)와 친한 걸 사람들이 다 안다. 그래서 눈치가 보여 사업할 때 오히려 지장이 많다.”

    ▼ 제이엔테크는 주로 포스코건설과 사업을 하는데, 정동화 부회장과도 친한가.

    “오래된 관계다. 정 부회장이 부장에 오르기 전인 김영삼 정부 때부터 친했다. 내가 나가는 모임이 있는데 그도 거기 회원이다.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친다.”

    이 회장의 증언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정 부회장과 이 회장은 서로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 정동화 부회장이 사장으로 선임될 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 박 전 차관을 통해 힘을 쓴 것 아닌가.

    “그런 적 없다. 그리고 영준이한테 말하면 다 되나?”

    ▼ 박 전 차관과는 어떤 사이인가.

    “어릴 때부터, 순수할 때부터 많은 대화를 한 사이고 친한 동생이다. 자기 속에 있는 것 내가 다 알고, 내 속도 영준이가 다 알고 그런 사이다.”

    ▼ 자주 만나나.

    “자주 못 본다. 박 차관을 포함해 모이는 그룹이 있다. 대구 사람도 있고, 서울 사람도 있고, 대학 총장도 계시고.”

    ▼ 무슨 모임인가.

    “정권이 잘못하면 비판도 하는 그런 모임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안타까울 때 종종 이런저런 조언도 하고 그런다. 나는 그저 영준이가 정치를 잘할 수 있도록, 이 정부가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조언하는 사람이다. 영준이가 정두언 의원과 이런저런 이유로 싸울 때도 ‘합의해라, 싸우지 마라, 왜 싸우느냐’고 조언했다.”

    ▼ 박 전 차관은 말을 잘 듣나.

    “‘알겠습니다’ 그런다. 그러고도 잘 안 되면 또 불러서 조언하고.”

    ▼ 모이는 사람은 주로 사업가인가.

    “사업가는 나를 포함해 3명 정도다.”

    ▼ 2008년부터 베트남에서 포스코 관련 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크레인에 들어가는 케이블을 도둑맞은 적이 있다. 시가로는 1억2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도둑맞은 곳이 포스코가 운영하는 야적장이었다. 그래서 포스코가 보험으로 처리한 것이다. 특혜는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포스코 임원은 “2010년경 제이엔테크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특혜를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제이엔테크가 도둑을 맞아 입은 피해도 포스코 본사의 지시로 전액 배상해줬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제이엔테크가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박 전 차관에게 정치자금을 댄다는 의혹도 있다.

    “내가 영준이에게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슨 돈이 있어서 정치자금을 내가 다 대겠나. 얼마 전 출판기념회를 할 때 가서 책을 좀 사준 건 있다. 문제될 만한 짓은 안 했다.”

    ▼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잘 아나.

    “공식 석상에서 인사하는 정도다.”

    ▼ 박영준 전 차관을 최근에 만난 게 언젠가.

    “지난 연말에 부부동반으로 만난 적이 있다. 10여 쌍이 같이 만났다. 국회의원도 있고, 교수, 대학총장도 있다.”

    제이엔테크와 이동조 회장은

    도시락 장사… 금광사업… 신용불량자에서 포항 대표 기업인으로 성장


    이동조 회장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포항의 한 사업가는 이 회장을 “이 정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동네 기원에서 바둑이나 두고 노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2000년대 초 사업을 하다 망한 뒤 신용불량자가 돼 자기 이름으로는 은행계좌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기계설비업체인 제이엔테크는 2000년 조은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대표는 이 회장 동생인 동업(49) 씨가 맡았다. 7남매의 장남인 이동조 씨는 포항고를 졸업한 이후 기능직으로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조은도시락’이라는 이름의 도시락 장사를 시작했다. 포스코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사업이었다. 도시락 사업은 매년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도 매년 20억 원가량의 도시락을 포스코에 납품한다. 이 회장은 2005년경부터 이상득 의원 측과 관계를 맺었다. 한나라당 중앙위원과 이상득 의원 지역후원회장을 맡았다. 박 전 차관을 처음 안 2000년경 이 회장은 도시락 장사로 번 돈으로 캄보디아 금광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신용불량자 상태에서도 박영준 당시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물심양면으로 챙겼다. 박 전 차관이 이사할 땐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해줬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를 부인한다.

    현 정부가 들어설 당시 조은개발은 연간 사업 실적이 25억 원 정도에 머물던 작은 기업이었다. 공장도 없었고, 조은식품(조은도시락)의 임시사무실 한 칸에 간판을 걸어놓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이던 2008년 1월 까다롭기로 소문난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로 등록됐고, 3월경에는 이 회장이 공장을 짓는다면서 땅을 보러 다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정권 바뀌기 전만 해도 사채업자에게 쫓겨 다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디서 갑자기 돈이 생겼는지, 차도 사고 공장을 짓는다면서 경주 천북산업단지에 땅을 보러 다녔다”고 했다.

    포스코의 한 협력회사 대표는 “2008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이 회장이 마련한 식사자리에서 박 전 차관을 만난 일이 있다. 박 전 차관은 ‘나는 동조 형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대단한 동생을 뒀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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