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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김정은에 충성 경쟁 북한 군부 새판은 장성택 작품

김정일 유훈 앞세워 물고 물리는 관계 만들어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김정은에 충성 경쟁 북한 군부 새판은 장성택 작품

“북한 권력은 총구와 유훈에서 나온다.”

우리는 경제를 중시하지만 북한은 안보와 치안을 앞에 내세운다. 은하 3호를 발사하기 전 북한은 장기(將棋)에서 궁을 짜듯 새 안보·치안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축포 삼아 은하 3호를 쐈다가 실패했다. 놀랍게도 북한은 체제 구축에 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활용했다. 교묘하게 이뤄진 북한의 안보·치안 새판 짜기는 과연 무엇을 노리는가.

대체로 북한은 차수·대장 인사는 국방위원회, 중장 이하의 장령(장성) 인사는 최고사령관 명의로 해왔다. 3차 노동당 대표자회를 하루 앞둔 2010년 9월 27일 북한은 이 원칙을 깨고 최고사령관 명의로 민간인인 김정은과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이번에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된 최룡해에게 대장 군사 칭호를 줬다. 다음 날의 대표자회는 김정은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해 후계자로 가시화했다.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노동당 정치국은 두 달 전인 10월 8일 김정일 위원장이 했다는 유훈을 근거로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임명했다. 그때부터 알려진 바 없던 10·8 유훈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 정보기관들은 토요일이던 10월 8일 밤 김정일이 군부 지도자 등을 불러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선언을 하고, 이들에게서 “후계자에게도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것으로 본다. 이 약속을 지키려고 이들은 죽은 김정일을 국방위원장과 노동당 총비서로 계속 모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올해 29세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북한의 권력 패러다임에 정통할 수가 없다. 누군가와 상의해 새판을 짜 북한을 끌고 나가야 한다. 과연 김정은 제1비서는 누구의 조언을 들었을까. 올해 4월 인사에서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전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보기관들은 장성택에 주목한다. 이유는 돋보이는 그의 정치력 때문이다.



음지에서 김정은 움직이는 정보력

황장엽 씨는 생전에 “북한 실력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에 자기 인맥을 만들 줄 모른다. 그러나 장성택은 다르다. 그는 자기가 봐서 괜찮다 싶은 이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천거하는 방식으로 자기 사람을 박아왔다”고 말했다. 한국 정보기관은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인 4월 15일 북한군 열병식에 나온 김정은 제1비서의 입 움직임을 보고, 김정은 제1비서가 한 말을 완벽히 구성해냈다. 장성택 정도 되면 한국 정보기관의 추적이 얼마나 치밀한지 잘 알기에 함부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음지에서 김정은 제1비서를 움직이게 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새판 짜기는 안보·치안 조직에 대한 당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비슷한데, 북한은 1987년 2대 부장 이진수가 숨진 뒤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부부장만 임명해 운영해왔기에 ‘실질적인 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번 인사에서 보위사령관(우리의 기무사령관과 비슷)을 거쳐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재임하던 김원홍 대장을 25년 만에 새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통해 총참모장 이영호 차수가 이끄는 북한 군부의 힘은 강해졌다. 북한도 군부 쿠데타를 두려워하기에 두 가지 루트로 군부를 감시한다. 첫째는 당을 통한 통제이고, 둘째는 보위사를 통한 감시다. 당을 통한 군부 감시는 총정치국이 한다. 북한은 2010년 조명록 사망 후 총정치국장을 임명하지 않다가 이번에 임명했다. 노동당 비서를 하다 2010년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를 차수로 진급시켜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것이다.

군을 감시하는 또 하나의 조직인 보위사 사령관에는 조경철 상장을 유임했다. 조경철은 총정치국 부국장 출신이니, 김정은 제1비서는 총정치국 인맥으로 총참모부를 감시하는 셈이다. 4월 15일 열병식에서 최룡해 신임 총정치국장은 이영호 총참모장보다 김정은 제1비서에 가까운 자리에 있었는데, 이는 당을 통한 인민군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총참모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고 해서 김정은 제1비서가 이영호 총참모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의심했다면 벌써 교체했을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우리의 경찰청장과 같은 인민보안부장에도 이명수 상장을 유임했다. 김정은 체제는 이영호 총참모장과 이명수 인민보안부장을 신임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물고 물리는 구도를 만들었다. 배신 위험을 줄이면서도 통치자가 원하는 쪽으로 엘리트를 구동하는 노련한 ‘분할 통치’ 체제를 만든 것인데, 정보기관들은 장성택이 이러한 체제를 짰을 것으로 추정한다.

안보나 치안 위기 땐 숨은 약점

김정은에 충성 경쟁 북한 군부 새판은 장성택 작품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경험이 많은 이영호와 이명수에게 군(총참모부)과 경찰(인민보안부)을 맡긴 것은 북한 체제가 위태로워지면 과감히 무력을 사용하라는 뜻이다. 이영호와 이명수에게 무력 사용권을 준 만큼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고 총정치국장은 2년 만에, 국가안전보위부장은 25년 만에 당성이 강한 최룡해와 김원홍에게 각각 맡긴 것이다. 이러한 궁 짜기가 있었기에 북한은 4월 13일 은하 3호 실패를 신속히 북한 주민에게 공개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김정은 체제를 지키는 보루인데, 이들을 띄워준 인물은 장성택일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를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자기 사람을 심을 정도로 정치감각이 좋은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전면에 나서면 안팎으로 견제를 당하기에 다른 사람을 아바타로 내세운다.

정보기관의 한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면 온갖 견제와 시기가 들어와, 김정은 제1비서가 그를 의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그도 다치고 김정은 체제도 흔들리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10·8 유훈을 이용해 총을 든 집단을 물고 물리는 관계로 만들어 경쟁적으로 김정은 제1비서에게 충성하게 한 뒤 자신은 음지로 숨었다. 장성택이 구축한 새판은 안보나 치안 체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과감히 총구를 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택이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새판을 3년 이상 잘 유지한다면 김정은 체제는 안정기에 들어선다. 반대로 갈등이 일어나고 김정은 제1비서와 장성택이 이를 조율하지 못한다면 위기가 발생한다. 위기는 무력을 쥔 총참모부 산하의 야전 군인이 총을 들고 일어날 때 본격화한다. 이영호의 총참모부를 너무 누르면 야전 군인이 불만을 품고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가면 총정치국 등이 약해져 김정은 체제가 군에 끌려감으로써 권력 위기가 발생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10·8 유훈을 이용해 장성택은 교묘하게 김정은 제1비서의 군맥(軍脈)을 구축해준 것 같지만 숨은 약점도 적지 않다. 이 판을 지키려는 북한과 이를 부수려는 한국 정보기관 간 보이지 않는 혈투는 이미 시작됐다.



주간동아 834호 (p30~31)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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