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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 사과가 국민 마음 여는 열쇠,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다”

한나라당 쇄신 주역 정태근 의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MB 사과가 국민 마음 여는 열쇠,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다”

“MB 사과가 국민 마음 여는 열쇠,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 측에서는 몇 차례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2008년 3월 대통령 취임 직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55인의 선상 반란’이 1차 쇄신운동이었다. 두 번째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에 있었다. 그러나 두 차례 쇄신운동은 모두 권력투쟁으로 몰려 좌초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7.2%포인트의 표차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한 이후 한나라당에는 ‘대통령의 사과’ ‘국정기조 변화’ ‘정책 쇄신’을 요구하는 세 번째 쇄신운동이 일었다.

세 번의 쇄신운동에 모두 앞장선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을 11월 9일 저녁 8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정 의원은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돌려세울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쇄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마침 정 의원 방에 들어서자 TV 뉴스에서는 ‘한나라당 쇄신 움직임’과 그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이 잇따라 보도됐다. 이 대통령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침묵하는 것이 그들(쇄신파) 요구에 대한 내 대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결국 사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측근 회전문 인사와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사과하는 것이 우리(쇄신파)가 이기는 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열려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 그다음에 국정기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시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 대기업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계속하면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MB에 애정 있어 바로잡으려는 시도

▼ 정 의원은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아닌가.



“개인적으로 나는 대통령께 은혜를 입었다. 내게는 고마운 분이다. 정무부시장으로 함께 일할 기회를 줬고, 그 덕에 관료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핵심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때(정무부시장) 경험 덕이다.”

정 의원이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인터넷본부장을 맡아 활동한 것이 계기였다. 2004년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러다 부친이 사망해 중간에 귀국했고, 그런 그에게 이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이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2005년 8월부터 정무부시장으로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퇴임할 때까지 함께 일했다. 이후에는 ‘안국포럼’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고, 2007년 대통령 후보경선 때는 인터넷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는 수행실장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보면 대통령에게 쇄신을 요구할 게 아니라, 오히려 엄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에게 애정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직언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에 쇄신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버림받고,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되면 이명박 정부를 함께 만든 우리는 역사에 죄를 짓게 된다.”

▼ 여러 차례 쇄신 요구가 있었지만, 국민 눈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비치는데.

“4·27 재·보궐선거 이후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당내 쇄신을 해왔다. 황우여 원내대표를 세우고, 홍준표 체제가 들어선 것도 쇄신의 성과다.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대기업의 MRO 사업 포기를 이끌어냈고, 추가 감세도 철회시켰다. 그런데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당신들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 무상급식이 주민투표까지 해야 할 문제였나라는 지적이 많았다. 타협하지 못하고 투표를 밀어붙여 시민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나타났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얻었던 표보다 50만 표나 적게 받았다. 우리를 지지했던 분들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이번이 쇄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 청와대와 당이 쇄신했다고 해도 인적쇄신이 없으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MB 사과가 국민 마음 여는 열쇠,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다”

김성식, 정태근, 구상찬 의원(왼쪽부터).

“지금은 물갈이 차원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와 당이 근원적인 문제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기조를 바꾸고, 정책을 쇄신하는 일이다. 성장 지표 중심의 국정기조를 바꿔 고용과 복지에 투자를 늘림으로써 선순환하도록 정책을 쇄신해야 한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우리나라가 모범적으로 헤쳐 나온 것은 이 대통령의 공이 크다. 그렇지만 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했고, 정부와 당은 이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처지에서는 ‘정부는 나라가 성장했다고 하는데, 더 힘들다. 그런데 그걸 왜 모르나’라고 되묻는 것 아닌가. ‘우리의 어려움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에 국민이 더 화가 난 것이다.”

▼ 당 지도부 교체 같은 인적쇄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나.

“정몽준, 안상수 대표를 거쳐 홍준표 대표까지 왔다. 당 대표를 바꾼다고 문제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부가 혁신 주체가 돼야 한다. 지도부가 책임 있게 쇄신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당청관계도 앞으로는 당이 주도하면서 정부를 견인해야 한다.”

“당직뿐 아니라 더한 것도 내놓을 것”

▼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쇄신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쇄신파가 먼저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몇 번의 쇄신운동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반성한다. 쇄신파라는 이름에 걸맞은 쇄신을 질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더 치열하게 쇄신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오늘(9일) 의총에서 정두언 의원과 김성식 의원, 그리고 내가 당직을 내놓았다. 당직뿐 아니라 더한 것도 내놓을 각오가 돼 있다.”

▼ 쇄신 요구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내년 총선 불출마라도 선언해야 하지 않겠나.

“오늘 의총 분위기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먼저였다. 모든 것을 이 대통령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한미FTA는 충돌 없이 통과해야 한다. 만약 물리적 충돌로 통과시키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

▼ 민심이 정부와 여당을 떠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 청와대와 당이 쇄신한다고 해도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대통령의 사과가 닫힌 국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 마음에 와 닿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국민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천막당사로 옮겨 거듭나려는 노력을 통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았나.”



주간동아 2011.11.14 812호 (p28~29)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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