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2011.11.14

수익 올리려면 위험 감수, 서비스 받으려면 수수료 내라!

공짜 절대 없는 은행에 먹잇감 되지 않는 법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11-11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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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 올리려면 위험 감수, 서비스 받으려면 수수료 내라!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공짜란 것이 알고 보면 별 게 아니거나,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 또는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인다’는 러시아 속담이 이런 사실을 잘 드러낸다.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거기에 합당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만 명심하면 금융기관을 이용하면서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다. 턱없이 높은 수익을 제시하거나 무료 서비스를 제안해온 경우, 덥석 응해선 안 된다. 비지떡은 아닌지, 쥐덫 위 치즈는 아닌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생명보험 87.3%, 손해보험 91.4%에 달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산하면 보험 가입률이 98%를 넘어선다.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것. 보험회사는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보다 기존 고객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위기를 타파하고자 보험회사가 들고 나온 것이 ‘보험 리모델링 서비스’와 ‘통합보험’이다.

    보험은 보장 내용과 수수료 따져야

    보험 리모델링은 여기저기 가입한 보험을 검토해 중복된 보험은 정리하고 부족한 보험은 추가로 구입해 최적의 보험 조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험가입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문제는 일부 보험설계사가 보험 가입 명세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과거에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한다는 데 있다. 보험설계사의 수입은 리모델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 계약을 창출하는 데서 발생하는 탓이다.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일부 면적을 증축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오래된 보험을 새 것으로 갈아탈 때는 보장 내용과 수수료를 따져야 한다. 먼저 보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살펴보자. 보험료는 순보험료와 사업비(신계약비, 유지비, 수금비)로 이뤄진다. 그중 관리비 명목으로 쓰이는 사업비를 제외한 순보험료만 질병이나 사망보장, 저축 용도로 사용된다. 대부분 보험에서 사업비는 초기 7년 동안 신계약비 명목으로 높게 부과되다 그 뒤로는 유지비와 수금비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다시 말해 보험은 오래될수록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당은 계약을 체결한 다음부터 1년에서 3년 이내에 모두 지급된다. 이런 연유로 수당을 다 받은 보험설계사는 오래된 보험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새 보험을 팔고자 한다. 이 대목이 보험가입자와 보험설계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지점이다. 누군가 오래된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한다면 반드시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으로 갈아탈 때는 보험계약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통상 보험은 첫 회 보험료를 납부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지만, 보험을 가입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는 보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암보험이다.

    암보험은 이미 암에 걸린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걸러내려고, 보험 계약을 한 날로부터 90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설계됐다. 그전에 암이 발병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새로 가입하는 암보험의 효력이 발생한 다음에 기존 보험을 해지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보험료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과거 암보험은 보험계약 기간에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비갱신형’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요즘은 통상 3년 또는 5년마다 보험료가 변경되는 ‘갱신형’이 대세다. 갱신형 암보험은 암 발병률이 높아지면 보험료도 높아지는 탓에 나중에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 발병률이 1999년에 비해 2008년에는 남성의 경우 61.5%, 여성의 경우 9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올리려면 위험 감수, 서비스 받으려면 수수료 내라!

    9월 28일 금융기관이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금상품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아

    연금상품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사망률과 생존율에 기초해 작성한 경험생명표에 따라 연금지급액을 결정한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가입자의 생존율이 높아져 연금 지급 기간이 늘어나면 자연히 매달 또는 매년 지급하는 연금을 줄인다.

    경험생명표는 통상 3년에서 5년에 한 번 정도 개정하는데,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경험생명표를 한 번 개정할 때마다 연금이 5~10%씩 줄어든다. 요컨대 연금보험의 연금 수령액은 보험에 가입할 당시 경험생명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오래된 연금보험을 해지하고 새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그동안 생존율이 늘어난 만큼 연금이 줄어 손해를 본다. 누가 오래된 연금을 해지하고 새 연금에 가입하라고 하면 경험생명표에 대해 아느냐고 따져 묻길 권한다.

    사람들은 위험을 경고받아도 당장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고마운 줄 모른다. 예를 들어, 당신의 권유로 화재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약 보험기간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보통은 자기 돈을 낭비했다고 불평할 테고, 심하면 당신에게 사과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해 내 돈을 낭비했어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보험료를 낭비한 것 아닌가요?”

    이처럼 많은 사람이 위험을 이전하려고 납부하는 보험료를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그런 행운이 계속되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행운에 속지 말아야 한다.

    보험료를 조금 아끼려다 치명적 손실을 입어 재기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경기 이천시에서 창고 임대업을 하던 박동선(55) 씨는 3년 전 창고에 불이 나 전 재산을 잃었다. 박씨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창고에 보관 중인 물품의 금액보다 보험금을 적게 책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창고는 건물 가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화재보험료를 산출할 때는 건물가치보다 창고 내 보관 물품이 어떤 것이냐를 더 중요하게 따진다. 만일 창고 보관 물품의 가치가 보험계약 금액보다 크면 불이 나더라도 보상받지 못한다. 따라서 완전한 보상을 받으려면 보관 물품의 가치가 보험계약 금액을 초과할 때마다 보험회사에 신고하고, 추가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화재 당시 박씨는 ‘지금까지 별일 없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것을 우려해 신고를 게을리 했다. 행운이 지속되리라 믿은 대가로 박씨는 거의 전 재산을 잃었다.

    요즘 은행에서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상품을 판매하면서 신용카드 사용금액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쓰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현명하게 사용하라는 제안이다. 고객 처지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신용카드로 사면서 금리를 좀 더 받을 수 있다면 나쁜 거래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이런저런 혜택을 준다는 카드로 지갑이 터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놀이공원에 무료로 입장하거나 자녀 학원비를 지원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값을 깎아주는 등 신용카드가 주는 혜택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부화뇌동 그룹은 매번 상투 잡아

    수익 올리려면 위험 감수, 서비스 받으려면 수수료 내라!
    다만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매년 일정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이는 일정한데 카드 혜택을 더 받자고 무턱대고 지출만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기예금에 1000만 원을 예치했을 경우, 한 해 동안 신용카드를 500만 원 이상 사용해 0.2% 금리를 더 받는다고 할 때 얻는 이득은 2만 원에 불과하다. 이자를 좀 더 받자고 카드로 쓸데없는 물건을 사면 도리어 손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컨대 카드 사용 실적과 금리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이 있다면, 가입 전에 손익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만일 여기저기 분산해 사용하던 신용카드 지출을 한곳으로 통합해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지만, 이자를 좀 더 받자고 헛돈을 쓰는 일은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될 것이다.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만일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주식이나 펀드를 권유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자리를 뜨길 권한다. 투자란 본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2009년 발효한 자본시장법은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상품과 비금융투자상품으로 나눈다.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고 규정했다. 투자상품이라 함은 돈을 까먹을 소지를 내포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누군가 금융상품을 설명하면서 손해 볼 일 없다고 하면, 투자상품이 아니거나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다.

    시장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지식과 투자성향에 따라 네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투자지식이 풍부하고 위험 수용 성향이 높은 그룹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녔지만, 투자에는 늘 위험이 도사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무턱대고 특정 자산에 ‘몰빵’하는 일은 드물다. 다음은 투자에 관한 지식도 별로 없지만 위험 수용 성향 또한 낮은 그룹이다. 이들은 투자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데다 정기예금 같은 안전자산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별 탈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나머지 두 부류다. 먼저 투자지식은 풍부하면서도 위험 수용 성향은 낮은 그룹이다. 투자에 해박한 이들은 저평가된 자산이 무엇인지 알아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 때문에 쉽게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다 나중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뒤늦게 “그때 투자할걸 그랬어”라고 후회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회손실은 있어도 재산상 손실은 없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투자지식도 별반 없으면서 고수익만 노리고 부화뇌동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남들이 어디서 돈을 벌었다는 소식만 들으면 떼로 몰려가기 때문에 상투를 잡기 십상이다. 전문 투자자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대부분 이 그룹에 속한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부터 따져본 후 금융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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