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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인터뷰

보컬요? 창피해 못 하죠 계속 노래 만들며 살래요

부활의 리더 ‘예능 늦둥이’ 김태원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보컬요? 창피해 못 하죠 계속 노래 만들며 살래요

보컬요? 창피해 못 하죠 계속 노래 만들며 살래요
웃음소리가 독특하다. 성대에 잔뜩 힘을 주고 ‘커어~’ 소리를 네댓 번쯤 반복하면서 내지르듯 웃음을 뱉어낸다. 로커라서 좀 남다른가 싶다가도 한쪽 다리를 꼬고 다소곳이 앉은 폼은 영락없는 ‘국민 할매’다. 입담은 또 어떤가. 날카로운 질문 세례를 조금도 거북해하지 않고 은유적 화법으로 척척 받아넘기는 여유라니.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예능감이 충만한 이 남자. 바로 ‘예능 늦둥이’ 김태원(46)이다.

벌써 26년째 ‘록의 전설’ 부활의 리더요,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로 칭송받아온 그는 간혹 개그맨으로 오해하는 이가 있을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위를 떨친다. 김태원에게 예능이란?

“삶 자체가 예능입니다. 예능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부활에게 음악적 통로가 돼줬습니다.”

그렇다면 왜 진즉 발을 들이지 않은 걸까. 혹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금기시하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아집이 발로한 게 아니었을까.

“편견 따윈 애초 없었어요. 다만 예능을 할 기회가 없었죠. 인지도가 없으니 섭외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통로가 열린 게 아닙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를 5년간 하면서 언변과 스토리텔링을 인정받았기에 예능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데뷔 후 20년이 지나 기회를 얻은 거죠.”



초여름 더위가 기승이던 6월 어느 날, 그를 만나러 방송국 대기실로 향했다. 실내 곳곳에서 그의 손때가 느껴졌다. 벽면 한쪽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화이트 톤의 일렉트릭 기타에서도, 시커먼 선글라스가 여러 개 든 고급스러운 안경함에서도, ‘골초’인 그의 폐 기능을 쉴 새 없이 간 보는 국산 담배 ‘에쎄’에서도. 이런 것은 그가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휴대품이다. 그런데 선반에 놓인 포장용기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수박, 바나나, 오렌지, 방울토마토 따위의 과일이 먹기 좋은 크기로 담겨 있었다.

“로커는 항상 샤프해야 해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합니다. 저녁은 안 먹고 점심도 간단히 먹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발을 들인 지 3년째. 첫 무대는 2008년 말 출연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김태원 어록’으로 인터넷을 달구는 촌철살인(寸鐵殺人) 언변 덕분이다. 입담은 2009년 봄 합류한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러더니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멘토링으로 ‘위대한 멘토’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제자 백청강과 이태권이 1, 2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심사위원 점수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던 또 다른 제자 손진영도 4강에 진출했다. 한때 외인부대로 불리던 이들은 김태원과 함께 ‘기적’을 일궜다. 그는 이 같은 결과를 예감했을까.

“모두 톱 10 안에 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고요. 마지막 두 명이 남았을 때는 감이 왔습니다.”

삶 자체가 예능…‘위대한 멘토’ 쑥쓰러워

▼ 시청자는 왜 김태원 씨 제자에게 열광했을까요.

“단 한 가지도 계획됨이 없어서일 거예요. 만남 자체를 즐거워했고, 그 친구들을 발견한 것에 대해 굉장한 희열을 느꼈죠. 매 순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 ‘멘토의 힘’이라고들 하던데요.

“그건 불을 붙일 때 약간이에요. 불이 붙고 난 다음부터는 녀석들 스스로 불붙은 거죠.”

▼ 단점보단 장점을 찾아내 자신감을 심어주는 멘토링이 인상 깊었어요.

“본인만큼 자신의 단점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멘토가 그것을 지적하면 스트레스를 줄 뿐이지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한국 교육이 그런 모습이죠. 멘티가 단 한순간이라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멘토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제자에게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그동안 망각했던 열정을 일깨우고, 순수가 무엇인지 배웠다는 것. 순수는 김태원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좌우명조차 ‘순수를 지키며 살자’다. 창작할 때의 철칙도 ‘순수를 유지하는 것’이고.

“이 나이에 순수하기가 쉽습니까? 그나마 지켜서 이 정도인 거예요.”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뒤 멘토가 돼달라는 편지가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음악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가사에 제 얘기가 다 있어요. 제 음악을 듣는 게 저와 대화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 음악이 저니까요.”

누리꾼 사이에서는 ‘3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등 그가 방송에서 툭툭 내뱉은 말이 ‘김태원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 그의 명언이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에서 비롯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냥 한두 줄의 기록이에요. 게을러서 생각을 정리하진 못하고, 나는 어디에 있었다. 누구를 만났다는 식으로 써요.”

그는 매일 일기를 쓴다. 1993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해 8월 보컬 김재기가 음반 녹음을 채 끝내지 못하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 일을 계기로 삶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김재기는 아름다움의 극한이에요. 목사인 친구에게서 소개받았는데 첫눈에 반했어요. 작곡가는 노래를 생각으로 부릅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그 아름다운 소리를 그대로 재현한 사람이 김재기예요.”

“김재기 씨가 남기고 간 노래가 ‘사랑할수록’ 말고 또 있느냐”고 묻자 그는 “‘소나기’가 있다”면서 “남기고 갔다기보다 뜻하는 바를 다 이루고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년 동안 부활이 맞이한 보컬은 9명이다. 김종서, 이승철(1·2집), 김재기(3집), 김재희(3·4집), 박완규(5집), 김기연(6집), 이성욱(7집), 이승철(새벽-프로젝트 앨범), 정단(9집), 정동하(10집).

▼ 한 보컬과 오래갈 수 없었던 이유가 있나요.

“얼마 전에 있었던 콘서트 때 고백했어요. 저는 부활이라는 배를 몰고 가는 선장입니다. 항해하다 보면 식량이 떨어질 때도 있고 풍랑을 만나 위기에 처할 때도 있죠. 그럴 때마다 한 사람씩 바다로 던진 기억이 납니다. 그 사람들이 9명의 보컬이에요.”

보컬요? 창피해 못 하죠 계속 노래 만들며 살래요
부활 거쳐간 9명 보컬에 미안한 마음

▼ 후회하나요.

“사과 내지는 미안함을 표현하고자 다시 모여 음악을 하곤 해요. ‘누구나 사랑한다’라는 곡은 역대 보컬 4명이 모여 부른 노래예요.”

▼ 직접 보컬을 하겠다는 욕심은 없었나요.

“전혀. 누구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불가능할 만큼 숫기가 없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못하는 거죠. 그래서 까만 선글라스를 껴 왔는지도 몰라요. 창피해서, 부끄러워서요. 지금도 그런 편이에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면서 부활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안양,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콘서트를 열고 있는 그는 예전과 달리 객석이 꽉꽉 들어찬 공연장을 볼 때마다 ‘방송의 힘’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인기란 바람과 같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언젠가 느닷없이 맞이해야 하는 내리막길이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바닥부터 올라왔기에 정점에 서 있는 지금이 그저 감사해요. 다시 내려간다 해도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감당할 수 있어요. 그조차도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를 감사히 여기며 매 순간을 소중히 살겠습니다.”



주간동아 2011.06.20 792호 (p63~65)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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