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책 읽기 만보

지금은 제4 소비사회 私有에서 共有로 간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5-02 14:04:1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미우라 아쓰시 지음/ 서수지 옮김/ 뜨인돌/ 288쪽/ 1만4000원

    “지금은 ‘제4 소비사회’다. 한마디로 ‘물질적 풍요로움에서의 탈피’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벗어나 물건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공동체 지향 의식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개인주의에서 공유와 공동이용으로 넘어가는 시대인 셈이다.”

    무질서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미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의 변화 전문가인 저자는 사회 현상 스케치를 통해 급속히 변하고 있는 소비 흐름을 잡아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유’의 확산이다. 이제는 무조건 소유하기보다 빌려 써도 충분한 물건은 빌려서 해결한다.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주택과 자동차 구매가 시들해진 것이 그 증거다. 자가용 대신 셰어카를 이용하고, 빈집을 고쳐 가족이 아닌 지역 주민과 공유하면서 생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TV와 라디오, 오디오, 더 나아가 개인용 컴퓨터(PC)까지 불필요한 도구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가 ‘물건이 없는’ 삶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집 앞에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냉장고를 가득 채울 필요도 없어졌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늘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검은색 터틀넥에 낡은 청바지를 고집했다. 단순하고 독특한 이 패션은 잡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나 컨설턴트 중에도 매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잡스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즘 일본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전거는 ‘하이디’라는 제품으로, 검은색이다.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딱 떨어져 ‘아줌마 자전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자전거를 만든 회사는 엄마가 탄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안전하게, 그러면서 세련되게 설계 및 제작했다. 실용적이면서 남과는 다르게 보이고 싶은 젊은 엄마들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다. ‘황혼 이혼’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다. 그런데 저자는 이제는 ‘중년 결혼’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장년 때 재혼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 나이에 초혼인 사람도 늘어나리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100세 시대에 돌입하면서 40, 50대가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저자는 혼자 단칸방에 사는 것보다 낯모르는 사람 몇 명이 한집에 살며 주방과 욕실,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신개념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의 확산’, 오래된 공동주택을 개조한 ‘마을 공유 호텔 건립’, 지역에서 가장 많이 찾는 ‘대중목욕탕의 부활’ 등도 다룬다. 우리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지만 50여 편의 글은 소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남다른 눈으로 읽어낸다.



    세종이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정수국 지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82쪽/ 1만4000원

    1441년 여름 세종은 정인지에게 정치에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뽑아 책으로 편찬하라고 명한다. 5년에 걸쳐 만든 책이 바로 ‘치평요람(治平要覽)’으로,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를 기록했다. 역사가 정치의 거울이라는 유교적 역사관에 입각해 썼기에 후대 정치인들이 매우 중시했다. 국역으로 쉽게 읽는 ‘치평요람’을 통해 정치의 도리가 무엇인지 일러준다.





    코리아 생존 전략
    배기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672쪽/ 1만9800원

    안팎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끊임없이 패권경쟁을 벌여온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 책은 한국 중심이 아니라, 패권국의 어깨 위에서 한반도 역사를 볼 것을 제안한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역사와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만 선순환의 역사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 이야기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살림/ 420쪽/ 1만8000원

    ‘로마인 이야기’ 저자가 이번에는 그리스와 그리스인 역사 탐색에 나섰다. 그리스는 지정학적 결점을 장점으로 승화해 해양대국을 건설하고 정치 실험과 개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그리스 태초 신화와 고대 올림픽에서 시작해 활발한 해외 식민도시 건설, 페르시아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역사 속에서 부침하는 리더들과 시민의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끌리는책/ 280쪽/ 1만4800원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김연수 ‘스무 살’의 첫 문장). 소설은 첫 문장을 통해 독자를 끌어들인다. 작가는 강렬한 첫 문장을 남기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명작일수록 첫 문장이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은 ‘명문’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설가 138명, 한국소설 460여 편의 첫 문장을 다룬다.





    사임당의 뜰
    탁현규 지음/ 안그라픽스/ 203쪽/ 1만6000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로 알려진 사임당은 초충도(草蟲圖)를 많이 그린 예술가였다. 초충도는 이름 그대로 뜰에 사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그의 그림이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담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임당 화첩에 그려진 꽃과 풀, 곤충 등 강인한 생명들을 통해 사임당의 마음까지 읽는다.





    사랑학 수업
    알퐁스 도데 외 지음/ 유혜영 엮음/ 시간과공간/ 352쪽/ 1만4000원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엮은 17편의 단편소설 모음집. 인간이 없었다면 사랑은 없었을 테고, 사랑이 없었다면 문학도 색깔도 다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작가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묘사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 모른다. 세계 유명 작가의 단편을 통해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이별이 닥쳤을 때 태도 등을 일깨워준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휴머니스트/ 340쪽/ 1만8000원

    중세 말과 근대 초 유럽에서 살았던 8명을 다룬다.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국왕을 도와 백년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단 판정을 받고 화형당한 잔 다르크와 유럽대륙 중심부에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꾼 부르고뉴 공작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중세 사고방식과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근대 왕조국가와 국가체제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일레인 카마르크 지음/ 안세민 옮김/ 한국경제신문/ 264쪽/ 1만5000원

    오늘날 대통령은 미디어의 눈치를 보면서 지나치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집착한다. 반면, 행정 조직의 관리와 정책 실행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대표적 사례로 9·11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주목한다. 대통령의 실행력 부족이 어떻게 통치 재난을 불러오는지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