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경제

인터뷰 | 유운영 한국공공기관감사협의회장 “공공기관 감사는 방만 경영 막는 파수꾼”

임기 단축, 위상 약화 등 MB 때 위축시킨 감사 기능 정상화 필요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5-02 13: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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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한국공공기관감사협의회(공감협)는 2월 23일 정기총회를 열어 임기 1년의 협의회장에 유운영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사진)를 선출했다. 유 회장은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공보처 보도담당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공보담당 참사관을 지냈다. 유 회장을 4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아 국민 이익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이 공공기관 감사가 하는 일”이라며 “공공기관 감사가 국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의 네 가지 고유 기능

    ▼공감협은 어떤 단체인가.
    “정부 중앙부처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 정부투자기관 등이 323개가량 된다. 그곳에서 상임감사, 비상임감사로 재직하는 감사들이 회원인 단체다. 포럼 형식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2014년 말 감사원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공감협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감사의 전문성과 직무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다. 전문성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자 워크숍과 세미나, 특강 등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감사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전체 직원의 약 0.8% 비율로 감사인(監査人)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감사인의 자세와 역량 강화를 위한 감사 기법 등을 교육한다. 공감협 차원에서는 ‘세계감사인대회’에 참석해 선진감사 기법을 청취하고, 이를 국내 공기업 감사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맡고 있다.”

    유 회장은 4월 20, 21일 공감협 차원에서 반부패 및 청렴 결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서는 감사의 자세와 기법, 윤리성과 전문성, 독립성 등에 관한 감사원의 강의가 있었고,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공기업에 대한 이해, 공기업 감사의 역할,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 등을 강의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청렴과 윤리경영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유 회장은 “이번 워크숍은 공기업 감사, 특히 신임 감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업무의 방향을 잡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감사의 고유 기능은 내부 조직을 건강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게 네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는 견제 기능이다.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예산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견제 역할을 한다. 둘째는 회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협력함으로써 방향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조직 내외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파수꾼 역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윤활유 구실을 하는 것도 감사의 기능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감사 하면 경영평가 등 회계감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주로 정치권 출신이 공공기관 감사로 가면서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전문성 문제가 종종 거론된다.
    “공공기관 감사실은 일반적으로 감사의 전문성을 보완하고자 두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하나는 감사자문위원회고, 다른 하나는 회계재무관리위원회다. 감사자문위원회는 회계 전문가와 변호사 등을 위원으로 참여케 해 평상시에도 조력을 받을 수 있다. 회계재무관리위원회는 회계법인 등에 용역을 주고 1년에 두 번씩 감사를 받아 보완점을 찾는다. 또 필요하다면 자체 감사를 하기도 한다.”

    ▼국민은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 역시 민간기업처럼 경쟁력을 갖추길 원한다.
    “공기업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되려면 감사가 제 기능을 다해야 한다. 예산을 펑펑 쓰는 방만 경영이 공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는데, 이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사전 점검을 충분히 하지 않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서 비롯된다.

    다른 하나는 사업 계약 등에서 부정비리로 예산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 점 역시 감사가 제 기능을 다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자 감사실 산하에 윤리경영위원회와 청렴위원회를 둔다. 과거에는 사후 처방을 위한 감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선진감사 기법을 도입해 사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 이익 대변자

    ▼감사가 제구실을 하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도 없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 아닌가.
    “밖에서 보는 공기업 감사의 위상과 실제 감사들이 공기업 내부에서 느끼는 위치에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감사가 고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가 감사 임기를 2년으로 단축했다. CEO 임기가 보통 3년인데, 1년이 짧은 것이다. 건전 경영 감시자의 임기가 CEO보다 짧다 보니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견제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감사의 위상을 약화시킨 것도 효율적인 견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상당수 감사의 직급이 본부장급으로 낮아졌다.

    공공기관 CEO와 감사는 모두 대통령이 국민 이익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이다. 그런데 위상에 차등을 두다 보니 현실적으로 견제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기업을 구현하려면 CEO의 투철한 국가관과 가치관 못지않게, 이를 견제할 감사의 권한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감사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정의 큰 틀에서 투명하고 신뢰받는 공기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유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로 몇몇 에너지 공기업이 무리한 투자로 큰 손실을 봤는데, 이는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굵직한 사업을 추진할 때 내부에서 감사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제구실을 못한 감사에 대해서는 책임도 물어야 하지 않을까.
    “감사는 기획재정부로부터 1년에 한 번씩 감사직무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정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한 감사는 사표를 제출받는다. 그 대신 감사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맡은 바 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중이 엄청나다. 여기서 새는 예산을 바로잡지 않으면 예산 누수가 클 수밖에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감사들이 제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국정의 큰 틀을 바로잡는 계기를 꼭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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