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공기의 역습

뿌연 하늘… 우린 바쁘다 바빠!

공기청정기, 황사마스크, 손소독제 업체 매출 급증  …  주가도 상승세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5-02 1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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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세먼지 이슈에 따라 고객 여러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 주문 폭주로 인해 상품 배송이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에 당사는 원활한 제품 수급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생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공기청정기 생산업체 위닉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런 글이 담긴 창이 뜬다. 그만큼 공급 대비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 위닉스 공기청정기는 일사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50%가량 상승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현재 물량이 달려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 배송까지 1~2주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연일 하늘을 뒤덮는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주문 폭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기청정기, 마스크, 손세정제, 안약 등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불황에도 미세먼지 방지 용품 구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이 4월 14~20일 고객 84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 들어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그렇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은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구매한 것이다. 구매 품목을 보면 황사마스크 및 노스크(코에 끼우는 마스크)가 37%로 가장 많았고 손소독제(12%), 미나리 등 관련 식품(10%), 공기청정기(10%), 공기정화식물(8%), 눈·코 세척제(6%) 순이었다.



    또한 가정의 달 선물로 미세먼지 방지 용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용 품목으로 공기청정기(44%)를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황사마스크 및 노스크(18%), 공기정화식물(15%), 침구청소기(5%), 손소독제 및 손세정제(5%), 미세먼지 전용 세탁용품(4%)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세먼지 탓에 공기청정기가 생활 필수 가전 반열에 오르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3년 3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조 원 규모로 커졌고, 올해는 1조5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몇 년 사이 5배 가까이 시장이 커진 것이다. 최근 선보이는 제품들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적의 공기청정 시스템을 채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2014년 첫 출시돼 한 차례 판매 돌풍을 일으킨 삼성전자 ‘블루스카이’는 지름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는 물론, 지름 0.02㎛ 크기의 나노 입자까지 99% 거르는 강력한 공기청정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는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블루스카이 6000’을 내놓았다. 현재 광주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은 주말 없이 풀가동하고 있다. 일사분기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공기순환기(에어 서큘레이터)를 결합한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를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꼬박 2년이 걸린 ‘360도 클린부스터’가 특징이다. 클린부스터는 제품 상단 공기구멍에서 바람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정화된 공기를 더 멀리 보낸다. 일부 매장은 제품이 없어 대기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위닉스는 ‘위닉스제로’와 ‘위닉스타워’가 주력 제품이다. 특히 ‘위닉스제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코웨이는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 ‘IoCare(아이오케어)’를 내세웠다. 배우 공유가 광고모델이어서 일명 ‘공유 공기청정기’로 알려진 이 제품은 대용량 회전형 가습필터 방식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코웨이의 4월 공기청정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고, 충남 공주 공장 생산라인을 주말에도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제습 기능이나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초미세먼지 필터가 내장된 ‘멀티형 에어컨’이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출시하는 에어컨 신제품에는 공기청정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휘센’ 벽걸이 에어컨에는 아예 공기청정 기능을 접목했다. 특히 이 제품에는 입자 지름이 1㎛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도 감지할 수 있는 ‘PM1.0 센서’가 내장됐다.  

    외출 시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제대로 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목적으로 ‘보건용 마스크’ 55개사 287제품을 인증하고 있다.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다. KF(Korea Filter)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뛰어나지만,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거를 수 있다.



    관련 업체 주가도 상승세

    약국, 마트, 편의점 등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할 때는 제품 포장지에 ‘의약외품’과 KF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는 도부라이프텍, 마스크상사, 상공양행, 세창에스엠, 우일씨앤텍, 쌔앤투스성진, 에버그린, 파인텍, 피앤티디 등이다.

    미세먼지 관련 제품의 성장은 주가 움직임에서도 나타난다. 4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닉스 주가는 3월 초 9120원에서 전날 1만750원으로 두 달 정도 사이에 17.8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웨이도 8만8600원에서 10만1500원으로 14.55% 상승했다. 먼지 필터기를 제작하는 크린앤사이언스는 연말 대비 6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표 참조).

    장시간 외부 활동 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방진마스크 제조업체의 주가도 상승세다. 극세사 마스크 및 청소용품을 생산하는 웰크론(4.25%)과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오공(2.03%)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회용 인공눈물과 안과 의약품을 생산하는 디에이치피코리아도 1.69% 올랐다.

    건강한 사람도 미세먼지 ‘보통’인 날 장시간 외출하면 피부가 따갑고 목도 칼칼하다. 또한 입안은 흙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숨쉬기 어려운 날이 이어질수록 관련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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