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공기의 역습

미세먼지 주범은 화력발전소?

직접 배출은 10% 안 되지만 유발물질 배출량 무시 못 해 “신설 중단해도 전력 생산 영향 없어” vs “전기료 오르고 에너지정책 흔들릴 수도”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5-02 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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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는 지난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목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화력발전소를 유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감축하면 전력난에 시달리거나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직접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적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실제 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미세먼지의 양은 많지 않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화력발전소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봄철에는 화력발전소 가동률이 70%가량으로 떨어진다. 일부 화력발전소가 발전기 정비로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 4월 24일 전력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3~4월 봄철 계획예방정비를 시행한 화력발전소는 전체 58곳 중 32.9%에 해당하는 19곳이다.

    계획예방정비에 따른 가동 중단은 여름과 겨울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30~40% 줄어드는 봄  ·  가을에 실시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경유차나 일반 공장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유입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안다. 발전산업이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취급받는 이유는 미세먼지 배출량 때문이 아니다. 화력발전 과정에서 다량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황(SO2) 등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초미세먼지로 변화하기 때문.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오염물질로 생성된 미세먼지까지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억울하다는 화력발전업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지역별 석탄화력발전소의 지역별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충남지역은 미세먼지 유발물질의 34%, 경남지역은 39%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서울시의 미세먼지 배출원별 조사에서도 난방이나 발전설비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서울시 전체 미세먼지의 39%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인 2011년(27%)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환경부의 ‘2024년 수도권 미세먼지 전망’에 따르면 2024년에는 2010년에 비해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줄어들지만 2차 생성 초미세먼지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환경부는 예산 10조 원을 들여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를 폐기 및 대체하고, 기존 화력발전소에 오염물질 배출 저감설비를 확충해 오염물질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환경부의 화력발전소 감축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후 화력발전소 폐기 및 저감설비 확충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김동언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발전소 양을 줄이는 것인데, 정부는 기존 증설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자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전력 공급의 공백을 메우고자 석탄 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대선후보들은 화력발전소 감축 및 가동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공정률 10% 미만인 신규 화력발전소 9기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석탄 발전소 대신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미세먼지 주의보 이상의 예보가 발동되면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50% 미만으로 규제할 계획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화력발전소의 신규 증설 철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표 참조).
    실제로 전력 공급은 사용량을 웃돌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전력예비율(전기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후 이 값을 다시 최대 전력 수요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11월 13.4%, 12월 16.3%, 올해 1월 14.1%, 2월 18%를 기록했다. 전력 수요량이 많은 겨울철임에도 10% 이상 전력예비율을 기록한 것. 예비력(남은 전력)도 대략 1만~1만4000MW에 달했다. 

    민주당 안대로 현재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 화력발전소 9기의 건설을 중단할 경우 7차 전력수급계획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전력 생산 설비용량은 9050MW가 줄어든다. 이는 지난겨울 월별 예비력보다 낮은 수치로, 설비용량 10% 정도 감소가 전력 공급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발전소 9기의 신설을 중단해도 전력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화력발전소 감축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한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선후보들이 단기적 민생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정책을 바꾸려 한다.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면 그 자리를 LNG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대체해야 한다. 문제는 LNG 발전에 드는 비용이 석탄 발전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국고보조를 받아 겨우 운영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력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 줄이면 전력난 온다?

    항상 전기가 10% 이상 과잉 생산되고 있음에도 전문가들이 전력 생산을 걱정하는 이유는 폭염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8.5%까지 떨어져 예비력이 7240MW에 불과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줄인 뒤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틀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전력예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 한전의 ‘전력수급 비상상황 매뉴얼’에 따라 아파트 등 주택용부터 단계적으로 정전에 들어간다.

    전기가 부족해지고 전력 생산비용이 오르니 전기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민간발전협회는 4월 17일 발표한 ‘신기후체제 대응 전력정책 전환 보고서’를 통해 석탄 화력발전량을 20% 줄이면 2022년에는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이 약 2570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환경운동단체는 “지난해 8월의 사례는 이례적 전력 수요 증가일 뿐”이라며 석탄 화력발전소를 감축해도 전력 수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설령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 폭염이 다시 발생한다 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 사용량을 줄이면 기후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지난해 CBS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5.6%가 원자력발전소나 석탄 발전소를 줄이고 친환경 발전소를 늘리기 위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만약 화력발전소 감축으로 전기요금이 일부 오른다 해도 국민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전력소비량 통계에 따르면 산업용과 일반용(영업용) 전력소비량은 총 3만4406kWh(산업용 2만3442kWh, 일반용 1만964kWh)로 가정용(7170kWh)의 약 5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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