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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섬’ 신안, 삶이 바뀐다!

‘천일염 전도사’ 박우량 군수 잇따른 ‘혁명적’ 조치 … 최초 군립고교 설립 ‘교육 자치’ 실현 구상

  • 조남준 객원편집위원

‘천사의 섬’ 신안, 삶이 바뀐다!

‘천사의 섬’ 신안, 삶이 바뀐다!
유인도 73개, 무인도 931개, 모두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해 ‘천사의 섬’으로도 불리는 전남 신안군. 실제 ‘天使의 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한대에 가까운 무공해 바닷물과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갯벌을 가진 천혜의 고장이다.

지난 5월26일 유엔 산하 유네스코도 이 지역 갯벌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요 천일염 생산지인 도초(都草), 비금(飛禽), 증도(曾島) 일대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갯벌과 염전으로선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박우량(54) 신안군수의 천일염 사랑은 끝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기회만 있으면 천일염의 장점을 선전하는 게 일과일 정도. 그가 ‘천일염 전도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천일염은 박 군수의 노력으로 지난해에야 겨우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천일염은 광복 이후 최근까지 광물로 분류돼 일반 가정에서만 알음알음 써왔을 뿐 식당이나 기업은 사용하지 못했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품 천일염 일편단심



건강식품으로서 천일염의 가치를 일찌감치 파악한 박 군수는 2006년 10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직후 신안군청에 천일염산업과를 신설했다. 또 전라남도의 협조 아래 국회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을 수십 차례 찾아다니며 염관리법 개정을 호소한 끝에 천일염을 식품으로 인정한다는 법 개정(2007년 말)과 시행(2008년 3월)을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1년간 신안군은 전국 생산량의 70%에 해당하는 25만t의 천일염을 생산, 약 60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천일염은 염도가 97~98%인 정제염과 달리 염도가 82~92%에 불과하다. 5~16%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미세 광물질이다. 소금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처럼 알려졌지만 정제염이 그렇다는 얘기고, 천일염은 태양, 바람, 바닷물이 적당해야 생성되는 천연식품이자 ‘바다에서 나는 보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칼슘, 칼륨, 마그네슘에서 금, 은, 코발트까지 바닷물에 녹아 있는 모든 천연 미네랄을 함유하기 때문이다.

천연 미네랄은 신진대사 촉진, 적혈구 생성, 체액 균형유지, 해독, 살균, 세포생산 및 회복 등에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한방(韓方)에서는 옛날부터 천일염을 약으로 취급했다. 특히 신안 천일염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게랑드산(産)보다 염도는 낮고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은 3배에 이르는 양질의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도 값은 출고가 기준 1kg당 150~200원에 불과하다.

프랑스산은 1kg당 3만~4만원이다. 신안군은 앞으로 양질의 천일염을 위생적으로 생산해 1kg당 5000원, 1만원짜리 친환경 명품 소금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일부 생산하는 명품 소금은 미국 일본 두바이 등에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해 40만 달러에 그치던 수출액이 2013년에는 3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군수가 태평염전과 50대 50으로 출자해 KB한국바둑리그의 바둑팀 ‘신안·태평 천일염전팀’을 만든 것도 천일염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더욱이 전남은 바둑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국수(國手)를 지낸 김인(강진), 바둑황제 조훈현(영암) 9단을 배출했다. 특히 현재 한국랭킹 1위인 이세돌 9단이 바로 신안군 비금도 출신이다.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애기가(愛棋家)들에게 천일염을 홍보하는 것이야말로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게 박 군수의 생각이다. 신안군이 천일염 생산지 증도를 ‘슬로시티’로 지정, 탄소제로의 섬, 자전거의 섬, 인공조명이 없는 ‘다크 스카이’의 섬으로 만들고 내년부터 관내 500개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국내 500대 상장기업에 무기한 무료로 임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천일염 홍보를 위한 것이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은 부수입이라 할 수 있다.

섬사람의 발을 자유롭게 하다

‘천사의 섬’ 신안, 삶이 바뀐다!

천일염 최대 생산지인 전남 신안군이 천일염 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투자도 잇따라 천일염 명품화에 날개를 달았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작업 못지않게 군민의 점수를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노력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행금지’ 해제. 목포에서 54km 떨어진 도초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던 박 군수는 2006년 10월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여객선 항해자유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된 박 군수는 취임식도 하기 전에 해운항만청을 찾아가 여객선이 24시간 운항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그는 해양수산부 담당과장, 국장, 차관에게도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한 달쯤 후, 지역균형발전계획에 따른 서남(西南)권 특별개발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박 군수는 그 자리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다. “신안군에선 오후 4시만 넘으면 통행금지가 실시된다. 이는 주민의 기본권 침해다. 통행을 자유화해달라.”

박 군수가 대통령에게 건의한 내용의 요지다. 일출 전 30분~일몰 후 30분 외 시간엔 여객선 취항을 금지한 법규를 고쳐달라고 한 것이다. 박 군수는 “여객선이 대형화한 데다 배에 GPS, 레이더, 서치라이트 등이 장착돼 안전 문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여객선 항해를 제한하는 나라는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07년 3월18일, 여객선 운항시간 규제가 풀렸다. 신안군은 물론 전국 43개 시·군의 도서(島嶼) 주민 80여 만명이 혜택을 입었다.

이 덕분에 신안군민(4만5600여 명)은 연간 숙박비와 식대 210억원, 불필요한 물류비 167억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신안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절감된 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일 것으로 추산된다. 육지에 사는 사람은 별것 아니라 여길지 모르지만, 여객선 통행 자유화는 섬사람들에게 ‘혁명적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광복 후 60년 넘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일개 시골 군수’가 발의해 관철했기에 더욱 그랬다.

주요 섬을 환상(環狀)으로 잇는 연도교(連島橋) 사업도 통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다이아몬드 프로젝트’로도 부르는 이 사업은 목포에서 150km 떨어진 흑산도를 제외한 주요 섬에 15개 다리를 놓아 궁극적으로 육지와 연결한다는 것. 지난해 5월 완공되기까지 총사업비 2098억원이 투입된 목포~압해(押海)도 간 압해대교는 이 사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총연장 3563m(교량부 1420m)인 이 다리가 착공 8년 만에 완공됨으로써 압해도와 이어지는 섬들도 사실상 육지와 연결되게 됐다. 2010년 봄에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5500억원이 투입되는 압해~암태도(岩泰島) 간 7km 길이의 연도교가 착공된다. 현재까지 7개의 다리가 놓였고 압해~암태 등 4개는 곧 공사에 들어가며, 증도~자은도(慈恩島) 등 4개는 계획 중이다. 선박 통행을 자유화하자 이번엔 육상교통이 문제로 떠올랐다.

선착장에 내려도 집에 갈 버스가 없어 주민들이 택시를 타야 하는 불편이 생긴 것. 박 군수는 이를 해결하고자 13개 주요 섬마다 하나씩 있는 버스회사를 2년에 걸쳐 군 예산으로 모두 사들여 공영화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한 케이스.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도 버스를 운행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승차 혜택을 주는데도 민간 버스회사가 운영할 때보다 비용이 50%나 줄었다.

야간 선박운행, 야간 버스운행은 섬 주민에게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남자가 육지에 나가 외박할 일이 없어져 가정이 평화로워졌고, 버스비 때문에 출타를 자제하던 노인들이 마음 놓고 다니며 돈을 쓰니까 면(面)의 경기가 좋아졌다.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친척 간의 우의가 돈독해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제는 버스가 비좁아 24인승 버스를 35인승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제기될 정도.

‘천사의 섬’ 신안, 삶이 바뀐다!

신안군 내 1004개의 섬 지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우량 군수(왼쪽). 여객선 통금해제로 신안군 각 섬의 주민들은 밤에도 육지 왕래가 자유롭게 됐다(오른쪽 윗사진). 전남 서남해안 섬 주민의 숙원이던 목포∼압해 간 연륙교가 5월22일 개통됐다. 압해도 주민 7000여 명이 육상교통으로 육지를 드나들 수 있게 됐다(오른쪽 아랫사진).

꽃마을운동 등 주민 삶의 질 제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관점에서 박 군수가 착안한 또 한 가지는 섬에 꽃과 나무를 심는 ‘꽃마을운동’이다.

1960~70년대의 ‘새마을운동’을 본뜬 것이다. 군에서는 341개 마을에 각 500만원씩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알아서 하도록 자주, 자조, 협동정신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달라진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섬 곳곳의 빈 땅에 잔디를 심고 꽃을 가꾸는 ‘쌈지공원’이 많이 생겼다. 주민 스스로 물도 주고 잡초도 뽑으면서 애착이 생기니까 꽃이 죽는 일도 없다.

이 운동은 가정에까지 확산돼 이제는 꽃을 심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다. 그 결과, 짧은 기간에 섬 전체가 깨끗해지고 인심도 좋아졌다. 주민들의 협동, 애향심이 높아진 것은 그 부산물. 남은 일은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인 만큼 군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박 군수가 군민의 삶의 질 향상 방안으로 꼽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바로 ‘교육자치’다.

그는 지방행정의 핵심이 교육이라고 본다. 섬 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젊은이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섬을 뜨기 때문이라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구상한 것이 전국 최초의 군립(郡立) 고등학교 운영이다. 이미 교육부와 이 구상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그가 군에서 직접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이유는 이렇다.

“OECD 회원국 중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이원화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군립학교 교사는 평생을 신안군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좋은 교사가 있으면 좋은 학교가 되고, 질 좋은 학생이 몰려들 것이다. 부모 곁에서 최소한 고등학교까지 다니면 2세의 인격 형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주간동아 2009.10.20 707호 (p62~64)

조남준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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