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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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나 홀로 시험’ 문 활짝

경찰청, 현행 7단계서 4단계로 절차 간소화 … 시민단체 “교통사고 크게 줄어들 듯”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7-20 1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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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면허 ‘나 홀로 시험’ 문 활짝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운전학원)을 가지 않고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다.

    경찰청은 지난 6월11일 현행 7단계의 운전면허취득 절차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 기능 의무교육과 도로주행 의무연습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시행령, 시행규칙 포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의 운전면허 취득절차는 적성검사 → 교통안전교육(3시간) → 학과시험 → 기능교육(3시간) → 기능시험(연습면허 취득) → 도로주행연습(10시간) → 도로주행시험(운전면허 취득)의 7단계. 이에 비해 개정 법안은 적성검사 → 교통안전교육(학과시험 직전 1시간) → 학과시험(연습면허 취득) → 기능시험 및 도로주행시험(운전면허 취득)의 4단계로 절차가 크게 줄었다.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기능시험(흔히 ‘코스시험’으로 불림) 합격 후 발급되던 연습면허(1년간 일반도로에서 운전)를 학과시험 뒤 바로 발급되게 한 점과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기능교육 및 도로주행연습 절차를 없앤 점.



    가려운 곳 제대로 긁어줬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해마다 50만명이 신규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그중 70~80%가 운전학원을 통해 면허를 건네받는 현실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학과시험에 합격한 뒤 운전학원에서 기능교육 15시간(수동은 20시간)과 도로주행연습 15시간을 받으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면제하고 바로 면허증을 발급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 운전학원에서 치르는 ‘운전시험’은 운전교육과 연습의 마지막 과정일 뿐, 국가공인 시험이 아니다.

    많은 운전면허시험 응시자가 국가시험장 대신 운전학원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무엇보다 시험을 치르려면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데 비해 운전학원에선 80만~ 100만원을 주면 쉽게 면허증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시험을 치려는 면허응시자는 기능교육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코스주행, 돌발정지, 오르막 정지·출발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도로교통법에는 누구에게 어떻게 교육을 받으라는 규정이 아예 없다. 이 때문에 각 면허시험장은 시험응시자가 주변의 운전면허 취득자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도장만 받아오면 의무교육을 마친 것으로 인정해주는 실정이다.

    기능교육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연습면허가 기능시험을 통과한 뒤 나오기 때문에 일반도로에서 기능교육을 받다 사고가 나면 무면허 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공터나 주차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기능교육을 마쳤다 해도 도로주행 의무연습 10시간이 남아 있다. 이것 또한 기능교육처럼 ‘눈 감고 아웅’이긴 마찬가지.

    운전면허 ‘나 홀로 시험’ 문 활짝

    운전학원의 ‘시험’은 운전교육과 연습의 마지막 과정일 뿐이다. 경찰청의 홍보 블로그(폴인러브)에 오른 운전면허 취득 개선안.

    도로교통법 개정안에서는 이런 난관이 없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험응시자는 전국 26개소(서울은 4개) 국가시험장을 찾아 교통안전교육 1시간(종전에는 3시간)을 받은 즉시, 그 자리에서 학과시험을 치른다(종전에는 안전교육 수일 후 다시 방문).

    학과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연습면허가 나오는데, 응시자는 이후 주변의 베테랑 운전자에게서 운전을 제대로 배워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치르면 된다.

    연습운전자(응시자)는 1년 안에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에서 조수석에 지도운전자(운전면허 취득 2년 이상인 자)를 동승시켜 운전을 배워야 한다. 만약 연습면허증을 가지고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녹색교통정책연구소 정강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규제를 풀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 반면,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율성을 확대했다. 이로써 단지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한 합격 요령 익히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점차 개선될 듯하다”고 기대했다.

    ‘부실 운전자 양산’ 오해도

    그런데 법 개정안을 낸 뒤 경찰청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홈페이지 ‘입법예고란’에만 개정안을 올려놓았을 뿐 공지사항, 정책홍보실, 보도자료 어디에도 관련 홍보 안내문을 올리지 않았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일선 교통경찰도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사실을 잘 모른다.

    그나마 경찰청의 홍보 블로그인 ‘폴인러브’에 비교적 자세한 설명자료가 소개됐는데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하루 만에 면허 따기’란 제목 때문에 “이 제도가 부실한 운전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고 있다. 면허는 없지만 운전을 웬만큼 할 줄 아는 응시자라면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초보 응시자라면 학과시험을 치고 연습면허를 받은 뒤 도로에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연습을 해야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새롭게 바뀐 제도가 정착되면 국가시험을 통해 운전 실력을 검증받은 운전자가 늘어나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한다. 1998년 운전학원에서 일정 교육시간을 이수하고 시험을 면제받는 현행 운전면허 취득방식이 도입된 후 2007년까지 10년 동안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50만3678명에서 143만849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자동차 증가율 대비 사상자 발생률도 481명에서 876명으로 82% 늘어났다(보험개발원, 손해보험협회 통계).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운전면허 취득 관련 교육과 도로시험연습을 운전학원(교습소)이 담당하는 곳은 일본(최종 면허시험은 국가가 담당)뿐이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통사고 및 사상자 발생률에서 한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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