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요트 클러스터·관광섬 개발 등 옷 갈아입기 한창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7-15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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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미륵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통영시.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선소, 요트 계류장 등이 조화를 이룬다.

    “(거제의) 외도와는 달라야 합니다. 섬을 찾는 사람은 물론 요트를 타고 섬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에게도 동백 군락지의 특징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7월2일 오전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장사도. 임시 선착장에 내려 공사 중인 오솔길을 따라 섬을 오르는 동안 통영시 임채신 관광시설계장과 현지 작업팀장 박성광 씨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루 전날인 7월1일자로 시설계장을 맡은 임 계장은 이날 이른 시각부터 장사도 공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장사도, 오곡도, 추도 등 개발

    장사도(長蛇島)는 면적 0.2km2에 북서~남동 길이 1.7km, 평균 너비 200m, 최고점 65m로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1km 거리의 작은 섬. 바다 위에 뱀 한 마리가 구불구불 기어가는 형상이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지난 2003년 땅 주인인 김봉렬(현 장사도해상공원주식회사 대표) 씨와 통영시가 개발을 시작해 현재 공정률 70%를 보인다. 환경온실과 생태체험장, 공연장 등 건물 공사는 이미 끝났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장사도는 천혜의 자생 동백 군락지입니다. 인공적으로 식물공원을 조성한 외도와 달리 자연 그대로의 해상식물공원을 조성하는 거죠. 개장하면 외도와 ‘진검승부’를 벌일 겁니다.”



    박 팀장의 설명처럼 장사도는 이웃 거제시의 외도를 의식한 ‘차별화’가 공사의 ‘포인트’였다. 섬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동백나무 등 2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장관을 이뤘고, 나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듯 오솔길은 군락지를 빙 둘러 이어졌다.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보다 섬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리라. 정상 부근 환경온실 건물에서 내려다본 남해안의 섬과 바다는 보는 이를 빨아 당겼다. 죽도와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등 한려수도의 섬들과 섬 아래 바위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안겼다.

    기자는 이날 하루 종일 통영을 ‘돌아다녔다’. 250개 섬으로 이뤄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통영. ‘동양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옛말이라고 할 만큼 통영은 한국 해양레저·관광 산업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초 정식 개장을 앞둔 장사도를 비롯해 연화도와 오곡도, 추도, 비진도 등에서 이미 관광섬 개발을 시작했고 한산도와 욕지도, 사량도 등 통영의 섬들을 패키지로 볼 수 있는 연안 크루즈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총연장 5km(도남동~한산면)의 해상케이블카 사업과 한산도 통제영 테마마을 조성 사업도 순항 중이다.

    때마침 정부는 6월3일 ‘해양레저산업 클러스터 단지’를 이곳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까지 모두 167억원을 투입하는 클러스터 단지는 23만㎡ 규모로 요트 제조시설, 요트 박물관, 요트 학교 등 해양레저산업을 한데 모아 신성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요트산업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조선업이 발달한 한국도 기술 축적을 통해 고급 요트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통영시는 클러스터 단지 부지 선정 검토를 하고 있다.

    “연평균 14.9℃의 온화한 기온, 초속 7~ 12km의 바람, 아름다운 바다 풍광 덕분입니다. 통영은 요트 활동의 3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죠.”

    박종민 홍보계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통영을 둘러보면 클러스터 단지가 왜 통영으로 정해졌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장사도를 떠나 통영대교를 지나면서 곳곳에 보이는 조선소에서는 금방이라도 바다에 띄워 보낼 듯 선박의 마무리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통영요트학교(도남동 638번지) 앞 계류장에는 크루저급 요트 4대와 딩기 요트 십수 척이 기자 일행을 반겼다. 정부가 요트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기 2년 전, 정확히 2007년 6월 문을 연 통영요트학교는 딩기급 19대와 크루저급 4대, 비상구조선 2대를 갖췄다.

    2년 전 설립한 요트학교에 1만2000여 명 수업

    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통영요트학교 전경.오른쪽은 내년 초 개장을 앞둔 장사도 동백 군락지 개발 현장.

    “요트학교를 세울 때만 해도 국내에서의 인식은 ‘요트는 배부른 탈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부산에 요트스쿨이 있었지만 선수 육성이 주목적이었죠. 눈동냥, 귀동냥을 하기 위해 해외 요트 선진국을 찾아 돌아다녔고,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요트스쿨을 완성했습니다.”

    2년간 ‘시장 특명’으로 요트학교 설립에 매달렸다는 박 계장은 그때의 고생이 생각나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2년 전에는 정부 내에 요트산업 관련 담당부서가 없어 이곳저곳 뛰어다녔지만, 요즘은 통영시 요트학교가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각종 세미나 발표자로 초청받아 뛰어다닌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계류장 건설 시 세제혜택 도입 등 실무적인 부분을 통영시가 정부에 제안한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다.

    1시간에 1만원 정도의 교육비만 내면 누구나 ‘요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통영요트학교는 지금까지 1만200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요트조종면허시험장을 갖추면서 이용객의 40%가 수도권에서 내려올 만큼 ‘요트 상아탑’으로 자리를 굳혔다.

    “서해는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계류장에 배를 정박하기 어렵습니다. 수도권은 인구는 많지만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 없어요. 지금 걸음마 상태지만 요트 저변이 확대되면 통영으로 사람들이 몰릴 겁니다.”

    요트학교 심의섭 강사(전 대한요트협회 심판이사)의 말이다. 강원도 출신인 그는 지난해 통영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서 일반인을 지도하며 꿈나무 선수를 키우고 있다.

    정부의 클러스터 단지 조성과는 별도로 통영시는 요트학교 근처 4800여㎡에 해양스포츠센터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국제요트대회와 윈드서핑대회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대회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물가에 가면 부모님들이 걱정부터 했죠. 이제는 바뀌었어요. 오히려 물가에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호연지기도 기르고 고급 요트문화도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기자는 이어 미륵도 중앙에 자리한 해발 461m의 미륵산을 케이블카로 올랐다. 케이블카로 1975m를 오르는 동안 충무공의 기가 서린 한산섬과 연화도 용머리 등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통영항에는 첨단 조선소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오른쪽 도남관광지 앞바다에는 딩기 요트가 붓질하듯 흐르는 모습에서 ‘작지만 강한’ 통영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진의장 통영시장 “천혜의 ‘원단’ 활용할 수 있게 판 벌여 도울 것”

    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의욕적이었다. 통영 관광안내 지도가 든 유리액자 위에 색색의 펜으로 통영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이는 진의장(64·사진) 통영시장은 보좌진의 재촉에도 “잠시만 기다리라”며 기자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행사 참석보다는 ‘외지인’에게 하나라도 더 자랑하는 게 급하다는 듯 그의 얼굴엔 자신감과 행복함이 배어나왔다. 다음은 진 시장과의 일문일답.
    해양레저·관광 하면 통영을 꼽는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원단’이 좋다. 오호츠크 한류와 알류샨 열도에서 넘어오는 난류가 만나는 곳이 통영이다. 따라서 질 좋은 플랑크톤이 많아 어패류도 풍부하다. 기온과 바람, 파도도 적당하다. 이런 ‘천혜의 원단’을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는 판을 벌여줘야 한다.”
    ‘판’이라면?
    “예를 들어 요트는 21세기 주요 해양레저산업이다. 시는 요트를 타고 질 좋은 어패류도 먹으면서 한려해상을 관광하도록 하는 거다. 관내에 있는 조선소 5곳은 이런 요트를 제작하도록 도우면 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하루 종일 일주할 수 있는 요트대회도 마련하고, 도남관광단지와 한산도를 잇는 케이블카와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모노레일도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예술까지 더할 것이다.”
    통영 출신의 예술가가 많다.
    “통영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진 씨 등 예술가가 많이 난 곳이다. 왜 그럴까. 질 좋은 어패류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면 오감(五感)이 발달한다. 예술가가 많은 것도 좋은 음식을 먹으며 감성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국제적인 음악당인 윤이상 음악당을 짓고 예술고 유치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의 음악 영재를 통영에 모아 좋은 음식과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훌륭한 예술가로 키워낼 것이다. 이는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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