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환상의 섬 ‘외도’에 살어리랏다

거제 관광 먹여 살리는 일등공신…이창호·최호숙 부부 30년 집념의 산물

  • 박춘광 거제타임즈 대표 geojetimes@hanmail.net

    입력2009-07-15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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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섬 ‘외도’에 살어리랏다

    외도 보타니아의 첫 관문 삼거리안내센터. 아열대 식물의 천국이다.

    “공룡이 금방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웅장한 기상과 거센 파도를 휘감고 춤을 추는 외도는 구조라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마치 보물섬처럼 위치한다. 구조라 바깥에 있다고 해서 바깥섬 또는 외도라 하는데 내도는 여자 섬이고 외도는 남자 섬이다.

    이 섬은 ‘태초에 태평양 바다에 떠 있던 남자 섬 외도가 여자 섬 내도를 향해 떠오다가 아침에 물 길러 나온 아낙이 섬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라 고함치는 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는 전설과 같이 사랑하는 연인을 눈앞에 두고 발을 멈춰 선 남성처럼 억세다. 섬 안에는 몇백 년이 됨직한 동백나무와 팔손이 등 희귀식물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승철, ‘가을바다 해조음’ 중에서)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산 109번지에 자리한 외딴섬 외도(外島·밖섬). 경남도의 최근 조사 결과, 경남을 찾은 외국인과 내국인 1만6000명이 경남지역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이자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한편으론 개인사업가 고(故) 이창호 씨와 부인 최호숙 씨의 인생역전 성공담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척에 두고 무뚝뚝하게 서 있는 섬 외도가 이제는 거제시를 먹여 살리는 대표적 관광지로 변모했다.

    남해 푸른 물결에 사계절 꽃 만발

    거제도에 흩어진 6개 선착장에서 출발해 짙푸른 남해의 물결을 10여 분 가르다 보면 외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밀려드는 이국적 풍취. ‘어서 오라’며 손님을 반기는 빨간 기와의 아치형 정문, 선착장 코앞이 바로 외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방향 표시를 따라 경사진 길을 걸어오르다 힘겨워질 무렵, 아쿠아블루 빛 분수가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준다. 이어진 삼거리 안내센터. 여기부터가 ‘지상낙원’을 옮겨놓았다는 아열대 식물원 ‘외도 보타니아’의 첫 관문이다.

    남국의 멋을 자랑하는 길 양쪽의 야자나무, 그 사이에 들어선 50여 종의 선인장 동산은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는다. 어린이에게는 더없는 교육의 장소.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 있다 봄이 되면 야외로 얼굴을 내민다. 선인장 동산 위로는 외도의 풍광 중 가장 아름답다는 비너스가든이 자리한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이름을 날린 리스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분교가 있던 곳에 잔디를 가꾸고 동백나무를 심어 선형 무늬의 절경이 완성됐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놓은 듯한 비너스가든에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10여 개의 비너스 조각이 ‘나 보라’며 손짓한다. 지중해식 사택 리스하우스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정원은 배치가 독특하다.

    지난해 지어진 사택 맞은편 야외음악당은 조만간 유명 음악가를 초대해 클래식 음악회나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나무데크가 깔린 정원 옆 파라다이스 라운지에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스한 햇볕이 가족과 친구의 만남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한다. 근처에는 어린이가 뛰어놀 수 있는 놀이동산도 있다.

    비너스가든 옆 화훼단지에는 3~4월에는 수선화 튤립 아이리스, 5~6월에는 꽃양귀비 디기탈리스 ‘천사의 나팔’, 7~8월에는 수국 블루세이지 란타나 달리아, 9~10월에는 카시아 세이지 로즈마리 라벤더 같은 허브류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여러 종류의 꽃과 매화 해당화(봄), 돈나무 후박나무 자귀나무 범부채(여름), 머위 석산(가을), 동백나무(겨울) 등 우리 고유의 자생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희귀식물의 천국, 외도의 대표식물들
    환상의 섬 ‘외도’에 살어리랏다

    마삭줄

    외도에는 희귀 아열대식물을 비롯해 크고 작은 74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자생식물인 해송, 돈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사철나무, 후박나무, 자귀나무, 천선과나무, 머귀나무 등 염분에 강한 수종 △마삭줄, 계요등, 아이비 등과 같이 잎이 작고 두꺼워 바람에 피해가 덜한 덩굴성 수종 △천리향, 도깨비고비, 팔손이나무, 콩짜개덩굴, 모람 등 습한 대기조건에서도 잘 번식하는 수종이 주류를 이룬다.
    거제도를 대표하는 동백꽃은 한겨울 기간인 11월에서 이듬해 3~4월까지 개화해 선혈 같은 붉은 입술을 내민다. 또 아열대성 식물 중 비교적 내한성이 강한 종려나무, 워싱턴야자, 코코스야자, 용설란, 유카, 유칼립투스, 송엽국, 스파르티움 등이 별도의 보온시설과 가온 조치 없이 실외에서도 강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어우러져 수선화, 튤립, 마거리트, 아이리스, 꽃양귀비, 수국, 국화, 허브 등 200종이 넘는 다양한 꽃이 사철 만개해 있다.


    좌절과 꿈이 이룬 ‘섬 관광’의 기적

    꽃길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면 제1 전망대가 나온다. 발아래는 파도가 굽이치는 해안절벽. 절벽 위의 난간에 설치된 전망대에선 해금강, 대마도, 서이말 등대, 원시림의 외도 동도, 공룡바위 등을 훤히 볼 수 있다. 전망대 스낵 가게에서 배를 채우고 비탈길을 내려서면 제기차기, 기마전 등의 전통 민속놀이를 하는 아이들 조각이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워낙 실감나 잠시 동심에 잠기기도 한다.

    이곳에선 외도의 사방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진 동백나무 사이 오솔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조각공원이 나오는데, 이번엔 아담과 이브의 조각들이 등장한다. 전시작은 모두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예술적 가치를 발한다.

    조각공원이 끝나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광장이 나오고 그 오른쪽 해안가에는 자그마한 교회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외도의 손님이면 누구나 잠시 기도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커다란 십자가상 위로 매일 펼쳐지는 일출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다시 소철과 야자수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외도의 전경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제2 전망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편백 방풍림을 태피스트리로 잘 짜놓은 ‘천국의 계단’이 펼쳐진다. 주제별로 심은 계단 사이의 여러 꽃과 나무는 실제 천국에 온 느낌을 준다.

    환상의 섬 ‘외도’에 살어리랏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축소해놓은 듯한 비너스가든(좌). 외도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빨간 기와의 아치형 정문(우).

    내려오는 길, 방문객은 ‘선물의 집’에 들러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잉어 연못가에서 먹이도 주며 여흥을 즐긴다. 가게에 들러 테이크아웃 커피나 허브 제품을 사기도 한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외도의 개발과정을 담은 옛날 사진, 각종 자료를 전시한 외도 기념관과 해금강을 관망할 수 있는 바다전망대가 마지막까지 방문객의 편의를 배려한다.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꽃향기 속을 거닐 수 있는 곳, 해금강의 절경과 바다 냄새가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곳,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의 외도를 꿈꾸는 이라면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하다.

    1995년 4월15일 개장한 ‘외도 보타니아’는 2007년 8월3일 누적 유료입장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지난해 입장객은 약 105만명, 지금까지 연평균 입장객은 8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외도가 이처럼 국내 섬 관광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떠오르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외도는 수심 30~50m의 바다와 해발 80m의 수려한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외도해상문화시설지구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섬이다. 문헌에 따르면 외도에는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사계절 풍부한 후박나무 약수터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7, 8가구가 모여 살았다. 섬 주민들은 경사진 밭에 고구마를 심고 돌미역을 채취하거나 고기잡이 등을 하며 생활했다.

    척박한 바위투성이 섬이던 외도에는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기상이 악화되면 10여 일간 교통이 두절되곤 했다. 선착장이 없어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태풍주의보가 내릴 때 급한 환자라도 생기면 속수무책.

    어업과 농업을 생업으로 하던 주민들은 육지로 나가 사는 게 최고의 꿈이었다. 옛 외도에는 분교도 있었지만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베어 쓸 정도였다. 그만큼 외도의 현실은 열악했다. 외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인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주민이 떠나는 외딴섬이 됐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 주목한 이가 이창호·최호숙 부부다. 1969년 7월 낚시하러 왔다 태풍을 만나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 민박하게 된 이 부부는 소박한 인심과 섬의 풍광에 매료돼 이후 3년여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수백년 된 동백나무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베어지는 현실도 마음 아팠다. 한편으론 북녘 고향(평안남도 순천)에 대한 그리움을 남쪽의 아름다운 섬에서 달래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전천후 접안 위해 방파제 축조 예정

    이들 부부는 1970년대 초반 주민들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 3000그루와 편백 방풍림 8000그루를 심어 농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어느 겨울 닥친 한파로 몇 년간의 정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다시 초등학교 분교운동장에 돼지 80마리를 키웠는데, 이번에는 ‘돼지 파동’으로 실패하는 좌절을 맛봤다.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난 뒤 부부는 이곳에 농장 대신 식물원을 구상했다. 운반 수단이라곤 경운기밖에 없던 시절이라 경운기가 고장나면 모든 일이 꼬이기 일쑤였다. 경사 심한 언덕에서 나무를 바닷물에 빠뜨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30년이 넘도록 가꾸고 다듬은 게 바로 지금의 외도다. ‘환상의 섬’ 외도는 이처럼 한 부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집념, 희생에 세워진 바벨탑이다.

    외도를 처음 찾는 이들은 거제도까지 왔다 섬에 발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허탕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도도 섬이다 보니 연중 90일 이상 너울성 파도가 유람선의 접안을 가로막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외 관광객의 불편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도 보타니아 측과 거제시가 유람선이 전천후로 접안할 수 있는 방파제 건립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개장 이후 거제시 관광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외도에 대해 지역자치단체와 국회, 정부가 드디어 손을 내민 것. 길이 60m, 폭 6m, 수심 30~40m의 방파제에는 100억원이 투입된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와 별개로 현재의 서양식 정원에 더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식 정원 3동과 유리온실, 외도기념관, 이집트 정원을 건립하고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휴게소, 선착장 데크, 관람 탐방로 증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여름, 이국의 섬을 여행하고 싶다면 거제의 외딴섬 외도를 먼저 가볼 일이다.

    외도 가는 길
    외도 보타니아에 가려면 우선 항공, 육상, 해상교통을 이용해 거제도로 와야 한다. 거제도에서는 6개 유람선사가 수시로 외도 보타니아로 가는 유람선을 운항한다. 거제도에 도착해서는 장승포(055-681-6565), 와현(055-681-2211), 구조라(055-681-1188), 학동(055-636-7755), 도장포(055-632-8787), 해금강(055-633-1352)에서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 외도 보타니아 연락처 070-7715-3330, 외도 홈페이지 www.oedobotan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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