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아이 가질 의지가 없어 문제… 원인 알면 불임은 없다”

삼성미래산부인과 허걸 원장의 불임치료법

  • 최영철 ftdog@donga.com

    입력2009-07-15 16:1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이 가질 의지가 없어 문제… 원인 알면 불임은 없다”
    2004년 결혼한 최재훈(35) 씨는 동갑내기인 아내와 아이를 갖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는 생기지 않고 부부에겐 근심만 쌓여갔다.

    어느덧 서른 중반을 넘기자 두 사람은 더욱 초조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가임 확률은 낮아지기 때문. 임신에 좋다는 민간요법까지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임신은 되지 않고 오히려 아내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최씨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 불임치료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삼성미래산부인과의 허걸 원장을 찾았다. 진단 결과 불임의 원인은 최씨의 무정자증. 최씨 부부는 절망에 싸였지만 허 원장은 정액이 아닌 고환에서 정자를 추출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했고, 그 결과 최씨 부부에겐 최근 귀한 아들이 태어났다.

    임신을 가로막는 다양한 원인

    요즘 들어 결혼은 하되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들은 출산과 육아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임신을 꺼리는 대신 부부만의 행복에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아이를 갖고 싶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뜻대로 안 되는 불임부부도 많다. 보건복지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불임 부부는 8만7000쌍으로, 8쌍 중 1쌍이 불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을 찾는 남녀 불임 환자도 크게 늘었는데, 한 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2002년 10만6880명에서 2006년 15만7652명으로 무려 47%나 증가했다.

    이처럼 불임 환자가 증가한 이유는 뭘까. 과거에는 선천적 요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다 사회환경 변화로 인한 후천적 요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늦게 결혼하면서 출산연령이 미뤄지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장 큰 원인. 아울러 환경호르몬을 비롯해 스트레스,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 등도 불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성들 역시 스트레스, 흡연, 비만의 증가 등으로 정자 수가 적어지고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모양도 나빠지는 추세인데 이 역시 불임을 일으키는 요소다. 불임의 원인을 남녀별로 살펴보면 여성 요인이 약 70%이고 남성 요인이 20~30%, 나머지 10% 정도는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여성의 불임 원인에는 호르몬 이상 및 자궁경관 점액질의 분비 저하, 배란이 잘되지 않는 배란장애, 나팔관이 막혀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없는 나팔관 폐색, 복강 내 이상을 초래하는 자궁내막증과 골반 내 유착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으로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첫 임신이 늦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아이 가질 의지가 없어 문제… 원인 알면 불임은 없다”

    여성의 성숙한 난자와 남성의 정액을 채취해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인공수정된 수정란.

    한편 남성 불임의 원인으로는 정자의 운동성 저하, 정자 수 부족, 정자 형태의 기형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정계정맥류나 성기능 장애, 무정자증 등을 꼽을 수 있다. 여성 불임에 비해 남성 불임은 쉽게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견해.

    하지만 남자들은 진료받는 것 자체를 꺼려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임신율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

    따라서 30세 이상의 부부가 서로 노력했는데도 1년 안에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불임센터를 찾아 적극적으로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문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약 10%의 경우다. 사실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밝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유기적인 존재여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허 원장은 “불임은 단순한 신체 구조적인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적인 문제와 사회 전반적인 환경과 결부해 생각해야 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불임이라기보다는 임신이 어려운 ‘난임(難姙)’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임이 의심되면 일단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성에게 배란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배란유도제를 사용, 정확한 배란일을 알려줘 자연임신이 가능토록 돕는다. 또 난관이 막혔거나 나팔관수종일 경우 나팔관 성형수술을 하면 자연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 반면 남성에게 불임의 원인이 있으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도한다. 여성 자궁경부 점액질에 이상이 있어도 인공수정을 한다.

    인공수정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통하지 않고 아내의 배란기에 맞춰 남편의 정액을 자궁에 넣어주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인공수정은 크게 자연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넣어주는 자연주기 인공수정과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시키고 정자를 넣어주는 과(過)배란 인공수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주기 인공수정은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나 과배란 인공수정은 4~5회 이상은 시도하지 않는다. 불임으로 병원을 찾은 10명 중 9명은 이 같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생각해야 한다. 시험관아기는 불임기간이 긴 경우, 인공수정을 3~4회 시행해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없는 난관폐색이나 골반 유착이 있는 경우, 심한 정자 이상인 경우 주로 시도한다.

    국내 불임학계 권위자

    시험관아기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는 과정을 인체의 나팔관이 아닌 체외에서 시행하는 것을 말하며, 의학적으로는 체외수정이라고 한다. 체외수정은 여성의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났던 수정 과정을 인체 밖에서 시행해 임신을 유도하는 시술이다. 즉, 여성의 성숙한 난자와 남성의 정액을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킨 뒤 3일 또는 5일 동안 배양한 다음 수정란을 자궁 내로 넣어주어 착상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1978년 영국 RG 에드워즈와 PC 스텝토가 처음으로 성공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서울대병원 시험관아기 특수클리닉에서 처음 성공한 바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먼저 여성의 배란주기에 맞춰 배란유도제를 투입한 후, 가능한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해 정자와 수정시킨다.

    이후 수정란을 3일 정도 배양한 뒤 건강한 배아를 자궁 속에 넣어주는 배아 이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한 번 시험관아기 시술에 실패하면 2~3개월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1년에 많아야 4~5번만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다.

    현재 삼성미래산부인과의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은 50% 이상으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허 원장은 “불임클리닉을 찾는 10쌍 중 7쌍은 자연임신이 가능하고, 두 쌍은 인공수정, 나머지 한 쌍은 시험관아기를 통해 임신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고 여성이 고령이 아니라면 불임기간이 길더라도 임신이 가능하므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05년 개원한 삼성미래산부인과는 허 원장을 비롯해 총 12명의 전문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한다. 특히 허 원장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불임센터 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내외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내 불임 의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