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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어디 ‘꼴’ 좀 봅시다 07

공작새 수컷 화려한 꽁지깃으로 말하다

진화생물학으로 본 관상 … 개체 운명 바꾸는 외모가 곧 권력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harihara@korea.ac.kr

공작새 수컷 화려한 꽁지깃으로 말하다

인간은 일방통행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시간은 미래로만 흘러갈 뿐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만을 돌이켜볼 수 있고, 미래는 전혀 볼 수 없다. 마치 출발지에서 목적지를 바라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서서 뒷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한 발 한 발 가는 형국이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알아보고자 미래를 점쳐주는 여러 방법에 쉽게 유혹된다. 얼굴 생김새에 그 사람의 운명이 담겨 있다는 관상도 이런 심리와 맞물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왔다. 과연 얼굴에 자신의 운명이 담겨 있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말일까?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 유전자 작용

생물학적 견지에서 얼굴을 포함한 외모는 개인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외모적 특성이 개체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카만 깃털을 가진 긴꼬리과부새(이하 과부새) 수컷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긴 꽁지깃을 가졌는가다. 수컷 과부새의 꽁지깃이 길수록 짝짓기 성공률과 번식률이 높은데, 암컷들이 수컷의 길쭉한 꽁지깃을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적어도 과부새 수컷 사회에서 꽁지깃 길이는 성적 매력의 지수이자 권력의 바로미터다.

숫공작은 화려하고 무거운 꽁지깃을 갖기 위해, 새인데도 날지 못하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수사슴은 나뭇가지에 뿔이 걸려서 스스로를 옭아맬 위험성이 있는데도 복잡하게 얽힌 뿔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동물세계에서 나타나는 외모적 특징은 대개 수컷에 국한되며, 수컷이 이러한 특징을 발달시킨 이유는 암컷들이 매력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유전자의 이기성으로 설명된다. 유전자의 존속과 확산을 절대과제로 삼는 생명체, 특히 암컷의 몸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야 하는 수컷에게는 짝짓기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 역시 유전자의 근본적인 명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에게도 외모적 특징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간도 생명체이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뇌가 발달하면서 유전자의 욕구를 교묘하게 숨길 줄 알게 된 인간은, 공작이나 사슴보다는 복잡한 방식으로 이를 표출한다. 인간은 특정한 생물학적 자질을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까. 많은 학자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바로 ‘대칭성’과 ‘생산성’이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좌우 얼굴 합성 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사람의 얼굴이 미묘하게 비대칭이라는 데 착안해 얼굴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거울쌍으로 합성하는 놀이다. 대부분의 경우, 왼쪽 혹은 오른쪽 얼굴만을 떼어 합성하면 어느 쪽 얼굴을 이용해 합성하는지에 따라 원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미남미녀로 알려진 연예인이다. 즉 인간은 좌우대칭이 완벽할수록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얼굴을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좌우대칭의 몸을 가졌다. 우리에게는 신체를 균형 잡힌 몸으로 발달시키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좌우대칭이 뚜렷하다는 것은 유전자가 환경의 방해에도 원래 가진 특징을 충분히 발현할 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우리의 두뇌는 좌우대칭의 얼굴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관상학에서 얼굴의 형태와 이목구비가 좌우 균형이 맞는 경우를 길(吉)하다고 여기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운명, 의지로 극복 가능한 대상

또 하나,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생산성’과 연관된 것이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수없이 변하는 과정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상부터 현대 미인대회 출전자들까지 변치 않고 적용되는 미의 특징은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다. 여성의 허리와 엉덩이 황금비율은 0.7대 1 정도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호하는 비율이다.

흥미로운 것은 몸매가 이 비율일 때 가임 능력이 최고조라는 것.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엉덩이에 지방을 비축하고 피하지방은 줄여 허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 에스트로겐의 분비는 난소의 활성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에스트로겐이 많이 배출되는 시기의 여성은 가임 능력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관상학에서도 지나치게 마른 몸은 바싹 마른 대지에, 너무 뚱뚱한 몸은 흘러넘치는 물에 빗대는데 이 역시 ‘생명을 잉태하는’ 신체의 생산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체 안에 인생이 녹아 있다는 관상학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생명체의 몸에는 그 생명체가 유전적 특질을 바탕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과거가 녹아들어 있기에, 몸을 통해 생명체가 살아온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 역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특질을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몸으로 표현해내기 때문에 몸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시간 속에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존재인 터라, 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과거일 뿐이다. 현재 얼굴은 그가 살아온 과거를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미래를 말해줄 수는 없다. 어떤 이의 몸에 흉터가 많다면 그가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인생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간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운명 그대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이미 종의 운명을 ‘본능에 충실한 존재’에서 ‘의지로 변화하는 존재’로 바꾼 쾌거를 이뤘다. 애초부터 인간은 운명을 탈피하고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시작했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스스로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해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얼굴과 몸에 집착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두 손을 묶어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주간동아 2009.05.05 684호 (p42~43)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harihar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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